@ddalkirk
제주 산방산이 멀리 보이는 배경으로 자리 잡은 해안가 마을 사계리의 작은 집 세 채. 이곳은 ‘사람은 누구나 서툴지만 가족 간의 따뜻한 마음과 응원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름 지은 2 in 1 하우스, ‘서툰가족’이다. 서툰가족은 약 2년 전 제주로 이주해온 정계해·이란경 부부와 세 아이가 사는 집과 펜션 두 채로 구성돼 있다.
“제주로 여행 올 때마다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 2015년 봄 친정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제주 여행을 와서 산방산 근처 숙소에 머물렀는데 유난히 인상이 깊은 거예요. 활동적인 우리 아이들도 신나게 뛰어놀며 무척 즐거워했고요. 그해 여름, 남편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남양주에 살던 저희 가족은 제주도로 이사했습니다.”
정계해·이란경 부부가 제주살이를 결심한 데는 무엇보다 세 아이의 영향이 컸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차분한 성격의 첫째 딸 지흔(8세)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거나 물구나무서기 같은 다이내믹한 활동을 즐기지만 조용히 앉아 종이접기 하는 것도 좋아하는 둘째 아들 윤상(6세)이, 살갑고 애교 많은 미소 천사 시연(3세)이. 성격이 제각기 다른 세 아이지만 자연을 벗 삼아 야외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양주에 살 때도 숲 유치원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정계해·이란경 부부는 제주로 이사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까이하며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선물하고 싶었다.
“화이트 톤의 미니멀 하우스를 콘셉트로 아이들이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도록 2층 침대를 만들어 계단과 사다리를 두었고, 봉을 타고 내려와 숨은 공간으로 내려갈 수 있는 구조로 디자인했어요. 안방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락방과 그물침대도 설치돼 있고요. 야외에도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야외 조립식 수영장과 모래놀이터, 제주의 공기와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넓은 잔디를 만들었어요.”
가족 모두 함께하는 공간인 만큼 너무 어른에게 치우치지도, 그렇다고 아이들에게만 맞추지도 않도록 그 중간점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물이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과 다른 공간이 이질감이 없도록 화이트를 기본으로 최소한의 필요한 물건을 비치하고 원목 소재 가구로 은은하게 흘러가도록 톤을 맞췄다. 사소한 것도 허투루 보지 않는 세심함과 따스한 감성이 잘 정제된 집.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여운이 될 만한 순간순간을 그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