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선우혁' 역으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이태환. 그가 연기한 선우혁은 극 중 '서지안(신혜선 분)'의 고교 동창으로 그녀가 세상의 풍파에 치일 때 옆에서 묵묵히 버팀목이 돼준다. 극 중 믿음직한 오빠 같았던 그는 알고 보면 이제 소년 티를 벗기 시작한 24살 청년이다. 1995년생, 아직은 또래들과 노는 게 더 즐거울 나이임에도 극 중에선 든든한 '오빠미'를 보여주었다. 그가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역할로 돌아왔다. 첫 방송을 며칠 앞둔 오후, 그를 만났다.
<황금빛 내 인생> 종영 후 어떻게 지냈나요?
오랜 기간 방영되던 드라마가 끝난 거라 실은 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차기작이 생각보다 일찍 결정되면서 바로 준비에 들어갔죠. <김비서> 대본 연습을 하면서 촬영 때문에 못 봤던 영화를 보고, 시간이 맞을 땐 '서프라이즈' 멤버들과 만나기도 하면서 정말 '일상적인 일상'을 보냈어요.
'서프라이즈'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연기자 그룹으로 데뷔했어요. 정확히 그룹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건가요?
아이돌 그룹 멤버 중 자연스럽게 연기까지 하는 분이 많잖아요? 저희는 연기를 기반으로 노래나 춤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그룹이에요. 처음엔 생소한 콘셉트에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부족한 부분을 멤버들이 채워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죠.
연기자 그룹 '서프라이즈'의 막내이기도 한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멤버들과 숙소 생활을 한 탓인지 남고생 특유의 수줍음이 남아 있었다.
특히 서강준 씨가 멤버 중에서 먼저 주목받았는데 서운하지는 않았나요?
강준 형한테는 현장에 대한 팁을 많이 얻어요. 조언을 많이 해주죠. 멤버 중 누군가가 먼저 잘됐다고 해서 시기하는 건 없어요. 그저 선의의 경쟁이라 생각하죠.
멤버들과 사이는 어때요? 특별히 친한 멤버가 있나요?
특별히 누군가와 친하지는 않아요. 운동이나 게임을 할 때는 공명이, (강)태오랑 자주 만나고, 식사하거나 영화 볼 때는 강준 형도 만나고요.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유일 형을 만나요. 특별히 누군가와 자주 만나는 건 아니에요.
<황금빛 내 인생>에서는 실제 6살 연상인 신혜선 씨의 친구 역할이었고, <김비서>에서는 7살 연상인 박서준 씨의 형 역할이에요. 그래서 실제 나이보다 많게 보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일을 일찍 시작해서인지 일찍 철이 든 것 같다고 주변에서 말씀하세요. 어른스럽다고. 또래보다 형이나 누나들과 이야기할 때 더 잘 통하는 부분이 있죠. 외모도 따라가나 봐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성숙하게 잘 해내자고 마음먹고 살았더니 얼굴에서 티가 나는 것 같아요.(웃음)
<김비서> 촬영이 한창일 텐데, 현장 분위기는 어때요?
배우들끼리 단합이 엄청 잘돼요. 촬영 초반부터 채팅방을 만들어 사적으로 연락을 자주 했어요. 채팅방에서 누군가가 '모이자'라고 하면, 그때그때 시간 나는 사람들이 모여 밥도 먹고 술도 자주 마셨죠. 함께 주연으로 출연하는 서준 형과 (박)민영 누나와도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금방 친해졌어요. 저를 마치 막냇동생인 것처럼 잘 챙겨주시죠. 특히 서준 형이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들어주셨어요.
고등학생 때는 모델로 활동했어요.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중학교 때 예능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한 차승원 선배님을 보고 모델이란 직업을 알게 됐어요. 갯벌에서 '빨간 대야'를 들고 뛰는 예능 프로그램 속 선배님의 모습과 런웨이에서 멋있게 워킹하는 모습이 너무 달라서 충격이면서도 그 모습에 매료됐죠. 그러다 모델과가 있는 고등학교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진학 후 자연스럽게 일을 시작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연기에도 도전했죠.
좋아하는 배우는 당연히 차승원 씨인가요?
네. 맞아요. 차승원 선배님은 외모도 물론 멋지지만 배우로서 나아가는 방향성이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배우를 하면서 모델, 예능까지 완벽하게 해내시고, 스릴러, 코미디까지 소화하지 못하는 장르가 없잖아요?
욕심쟁이네요? 도전적이고 호기심도 많고요.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죠. 어떤 한 지점에 만족하고 멈추는 것보다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서프라이즈' 멤버가 된 것 같기도 해요. 배우 지망생이 흔히 선택하는 선택지는 아니니까요.
일을 쉴 때는 보통 어떻게 지내나요? 취미가 있나요?
이 질문이 가장 어렵네요. 특별히 취미가 있는 건 아니고, 요즘엔 시간이 아까워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영화를 주로 보고 있어요. 원래는 축구처럼 몸을 쓰는 운동을 좋아해요. 드라마가 끝나고 기회가 된다면 클라이밍과 테니스도 배워보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예능도 앉아서 토크를 하는 것보다는 몸을 쓰는 게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정글의 법칙>에 출연했을 때는 오히려 녹화 후 몸이 가뿐해져서 돌아왔을 정도예요.
지금 꼭 해보고 싶은 배역으로 어떤 걸 꼽을 수 있어요?
교복 입고 연기하는 학생 역할을 꼭 해보고 싶어요. 어릴 때는 <비열한 거리> <달콤한 인생> <해바라기> 같은 남성적인 영화의 주인공을 좋아했어요. 요즘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어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예요. 제 나이가 아직 20대 초반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이 있을 거예요. 학생 역할도 제가 지금 하는 것과 더 나이가 든 후 하는 게 분명히 다를 거라 생각해요. 요즘엔 외모도 점점 성숙해져서 교복 입는 역할을 할 기회가 앞으로 없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즐겨 보는 영화는 <비열한 거리>나 <해바라기>처럼 강하지만 고독한 남자들의 이야기. 아직은 연애보다 일이 우선이라고 말하며, 사랑은 알아가는 중이라는 이태환은 영락없는 24살 청년이었다.
20대 초반일 때 해야 하는 것 중에 연애도 있죠.
늘 좋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고 싶다고 생각은 해요. 제가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좀 오래 봐야 마음을 여는 스타일이라 연애를 시작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첫사랑도 20대가 돼서야 했어요. 아직은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알아가는 단계죠. 지금은 일이 우선이기도 하고요. 연기 폭이 넓어지려면 사랑도 해봐야 한다고 주변에서 그러는데 그건 그냥 '뫼비우스의 띠' 같아요. 항상 연애를 해야 한다면서도 결국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해버리죠. 이렇게 계속 혼자 사는 건 아닐까, 고민도 해요.(웃음)
10년 후인 34살의 이태환은 뭘 하고 있을까요?
일단 결혼했을 거예요. 제 꿈이 32살에 결혼하는 거예요. 그리고 10년 후에는 산전수전을 다 겪고 조금 여유 있게 연기를 즐기면서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모습을 지닌 배우로 대중들이 기억하는 배우가 되어 있었으면 해요.
연애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32살에는 꼭 결혼하겠다는 이태환의 다짐이 청춘의 치기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또한 아직은 서툴면서도 다부진 그의 매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태환이 <김비서>에서 연기하는 '이성연'은 실제 그의 나이보다 10살이나 연상이다. 싱그럽게 웃는 24살 청년 이태환은 작품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위한 치열한 고민과 도전 끝에 또래보다 좀 더 일찍 여물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