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제자 성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로 현재는 세상 모든 도보 여행자들의 꿈이다. 이 길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보 여행자의 버킷리스트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글쎄요. 한마디로 말할 순 없지만, 다녀오면 나는 본래 그대로의 나인데, 또 다른 새로워진 내가 내 안에 있는 것 같아요. 기적 같은 경험이지요." 20년이 넘은 유럽 전문 여행사 (주)마에스트로 백광윤 대표의 얘기는 그 수많은 답 중 하나다.
메세타, 상처를 드러내야 비로소 시작되는 치유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생장에서 시작한다. 크게 생장~부르고스, 부르고스~레온, 레온~산티아고 세 구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총 800km의 거리이다. 그중에서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의 약 200km 구간에 순례자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게 느끼는 대고원 메세타가 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밀밭 길을 걸으며 더위와 고독에 지쳐가는 곳. 만약 잠시 들렀다 가는 관광 명소였다면 광활한 스페인의 자연에 경탄을 금치 못할 테지만 언제 벗어날지 모르는 이 길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걷다 보면 자신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하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 작열하는 태양, 비가 오면 신발이 들러붙는 진흙탕길, 눈이 가는 어디에든 쉴 곳이 없는 막막함. 육체적인 고통이 점점 더해지면 사람들은 '나는 누군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든 길을 걷는가?' 스스로 질문하게 되고 그런 시간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마주한다. 세상에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을까! 걸을수록 더해지는 몸의 고통과 함께 떠오르는 미련, 회한, 시기, 후회 등 많은 생각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나게 하지만 그 길에서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이 오면,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몸이 아닌 마음으로 걷게 된다. 걸을수록 마음은 비워지고, 새로움이 마음에 가득 찬다.
누구에게나 삶의 전환점이 되는 산티아고 순례길
순례길을 걷는 것은 일반적인 여행이나 기행과는 다르다. 자기를 발견하는 길이고, 혼자 걸으면서 또한 함께 걷는 길이기도 하다. 그 길을 걷는 여행자들은 저마다 사연을 담고 온다. 수많은 여행자가 서로 다른 이유로 이 길을 걷지만,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고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만의 십자가를 지고 걷는 이 길은 어쩌면 자신의 인생길일지도 모른다. 길 위에서 만나 그 힘겨운 고생을 함께하며 생긴 동지애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별의 반복. 같은 세상을 살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살면서 만날 수 없었던 인연들과의 아름다운 추억도, 길 위에 두고 오고 싶은 기억도. 그 길 위에서 짧은 여정 동안의 모든 경험이 살면서 온전히 알 수 없었고 마주하지 못했던 자신의 실체를 깨닫게 하고 자신을 진정 사랑하게 만드는 산티아고 순례길. 이 길에서의 경험이 삶의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로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다녀온 많은 이들이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길임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은 매일이 도전의 연속이다. 몸과 마음의 한계를 극복하는 만큼 최고의 희열과 행복을 느끼는 대신, 그만큼의 고통도 이겨내야 한다. 몬테도고조에 도착할 때까지는 말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걷기가 끝났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기쁨의 언덕'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 몬테도고조다. 힘겨운 순례길이 끝나고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이 어렴풋이 보일 때의 그 기분은 걸어본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무거운 짐과 숙소 걱정 없이 오로지 자신에 집중하는 순례
순례길을 완주하려면 보통 30여 일이 걸리므로 가는 길마다 알베르게라는 순례자의 숙소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곳에서 숙박하는 경우가 많은데, 깨끗한 숙소도 많지만 일부 알베르게에서는 벌레에 물릴 수도 있다. 문제는 침대에 있는 빈대인데 한번 물리면 여러 곳을 동시에 물리고 며칠 후에는 매우 가려워 견디기 힘들다. 게다가 짐에 묻어 동반 귀국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한국 속담도 있듯이, 얼마나 가려우면 집까지 태울까.
이런 이유로 머뭇거리는 이들이 안타까워 백광윤 대표는 직접 순례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만든 순례길이 있습니다. 사실 순례길을 가고 싶지만 시간 또는 체력 때문에 부담이 되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일정을 최대한 짧게 하고, 걷는 동안의 숙소는 알베르게가 아닌 일급 호텔을 이용해 빈대 등의 문제 없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일정을 준비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계절은 4월과 5월, 9월과 10월이 날씨도 좋고 길도 덜 붐빕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끝이 있지만 나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또 다른 시작이 기쁨이 됩니다. 진정한 내 자신을 만나게 되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우는 길.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도보 여행자의 꿈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남녀노소 어떤 분에게든 다녀올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기에 강력히 추천합니다."
Tip 순례길 여행 준비물
배낭, 발목 있는 고어텍스 등산화, 우비, 노르딕 스틱 세트, 무릎보호대, 선글라스, 장갑, 선크림, 모자, 어느 정도 방수되는 바람막이, 두꺼운 양말, 발가락 양말, 스포츠 타월, 경량 패딩, 의약품(파스, 안티프라민, 발가락 사이에 바를 바셀린, 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후시딘, 밴드), 바늘과 실 등
여행에 대한 문의 및 예약은 (주)마에스트로(02-318-5488) 로 하면 된다. <우먼센스>는 7월 24일 화요일 오후 4시 30분 서울문화사 별관 <시사저널> 지하 강당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인문 강좌를 진행한다. 강좌는 무료이며 <우먼센스> 편집팀 인문 강좌 담당(02-799-9127)에게 신청하면 된다. 여행에 대한 정보는 2018.07 298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