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바라본 다이닝 룸. 1989년 지은 집에 덴마크에서 만든 1960년대 다이닝 테이블과 한국에서 만든 1970년대 보루네오 티크 서랍장, 1952년 퍼스트 에디션인 앤트 체어, 1958년 처음 탄생한 루이스폴센 ph5 조명으로 클래식한 멋을 가득 채웠다. 앤트 체어 원오디너리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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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링에 치중하다 보면 구조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의 의미를 고려한 구조야말로 삶의 질을 바꾸기도 한다. 벽과 창의 위치를 바꿔 새로운 공간을 만든 이 집은 이를 증명한다. 부산에서 홈 패브릭 브랜드 '회색숲이야기(gray forest story)'를 운영하는 김희은 씨의 주택은 벽을 철거하거나 가벽을 만들고, 창의 구조를 바꿔 햇빛을 들이는 등 집 안 곳곳을 따뜻함으로 채우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집이란 그저 한순간 머무는 거처가 아닌, 사는 이의 취향과 삶이 묻어나는 공간이라는 확고한 그녀의 신념이 투영된 결과다. 구조 변경으로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게 된 공간은 다이닝 룸. 주방 사이에 있는 벽을 없애고 아치형 가벽을 세워 주방과 다이닝 룸을 한 공간으로 연결했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주방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방편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 집의 포인트가 된 셈이다. 다이닝 룸은 커다란 나무 테이블과 의자, 조명을 놓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그림자를 비추며 곳곳에 다양한 장식을 입힌다. 지은 지 30년가량 된 집이라 안팎으로 손볼 곳이 많았지만 처음부터 큰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다. 답답했던 옛날식 집 구조를 조금 변경하는 것 외에 가능한 한 이 집 고유의 느낌을 유지하고 싶었다. 오래된 나뭇결이 살아 있는 중문과 계단은 그대로 보존했고, 1989년에 지은 집에 어울리는 클래식 가구를 두어 중용의 미를 살렸다.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사는 걸 오랫동안 꿈꿔왔어요. 그렇다고 으리으리하고 화려한 저택은 아니었죠. 집을 고를 때 포기할 수 없는 몇 가지가 있었어요. 결혼 후 줄곧 살았던 동네를 벗어날 수 없었고, 해가 잘 드는 남향집이자 복층 집이었으면 했고요. 무엇보다 작더라도 마당은 꼭 있기를 원했죠. 이 집은 그 조건에 딱 들어맞는 집이었어요." 편안한 옷차림으로도 현관문만 열고 나가면 꽃과 나무를 볼 수 있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는 김희은 씨. 작은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과일을 수확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밤늦게 청소기를 돌리며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마냥 감사한 일이다. 마당과 햇빛, 자연을 곁에 두니 그녀의 일상이 더욱 풍요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