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오래 살 집
이남신·문희정 부부는 어린 시절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자랐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어른이 됐지만 부부가 학창 시절을 보낸 동네에 대한 마음은 남달랐다. 특히 남편 이남신 씨는 1980~90년대 당시 국내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복층 아파트에서 자랐던 터라 기회가 되면 그 동네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부부의 집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며 선수들을 위해 지은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의 복층 아파트이다. 첫 신혼집의 전세 계약이 만료되며 이제 막 태어난 아들 선재와 함께 오래 살 ‘우리 집’을 찾던 부부는 서로의 추억이 겹치는 방이동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단지 안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어 아이를 안심하고 키우기 좋은 데다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을 정도로 녹지가 풍부하고, 세대 수가 많아 선뜻 마음이 움직였어요.” 하지만 지은 지 30년도 더 지난 오래된 아파트라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이 필요했다.
부부는 여러 업체를 알아보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멘터리’에 연락해 시공을 의뢰했다. 전체 공사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심지후 실장은 복층이 지닌 개방감을 최대한 살리되 옛날 아파트가 지닌 클래식한 요소를 재사용해 2018년식 복층 아파트를 완성했다. 가장 먼저 오래전 장식과 꽉 막힌 벽, 1·2층에 있는 많은 방을 과감히 없애고 온전히 세 식구만을 위한 맞춤형 공간으로 새롭게 집을 설계했다. 개방감과 확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간 전체를 하얗게 채색한 뒤 그레이, 네이비 등의 포인트 컬러를 더해 부부만의 집을 새로 만들어갔다. 평소 모노톤과 파스텔컬러를 좋아하는 도예 작가인 문희정 씨가 원하던 오래 살아도 질리지 않는 집, 단정하고 모던한 화이트 하우스로 집의 메인 콘셉트를 잡은 뒤 몰딩, 복층식 계단 등과 같은 옛날 아파트가 지닌 클래식한 디테일을 살려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국적인 부부만의 복층 하우스를 완성했다.
행복이 자라는 집
우리가 머무는 여러 공간 중에서도 집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는 이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공간에 맞게 그려내는 인테리어업에 종사하는 ‘아파트멘터리’ 심지후 실장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하기 전 부부가 그리는 ‘집’에 대해 물었다. 부부는 함께 머물고 생활하는 공간이 많은 ‘소통의 집’을 원한다고 말했다.
부부의 이야기를 들은 심지후 실장은 효율적인 디자인 솔루션을 위해 먼저 넓은 평수에 비해 벽과 방이 많아 공간 효율성이 떨어졌던 집의 공간을 재설계했다. 1층의 메인 거실과 주방의 벽을 과감히 허물고, 여러 방으로 나뉘어 있던 2층 벽을 뚫어 세컨드 거실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부만의 케렌시아 공간을 새롭게 만들었다.
특히 복층 특유의 개방감과 큰 창을 통해 채광을 만끽할 수 있는 2층의 세컨드 거실은 리노베이션 후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부부는 잠들기 전까지 이곳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특히 아이와 종일 집에 머무는 문희정 씨의 만족감이 크다. “혼자 있을 때는 조용한 카페로, 남편과 함께할 때는 편안한 레스토랑으로, 지인들과 모일 때는 스펙터클한 플레이 라운지로 변신하는 2층 거실 덕분에 요즘 집에서 보내는 일상이 특별해졌어요.”
집은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시간과 함께 머무는 이의 취향과 감성이 공간에 담기는 것이라고 한다. 처음 ‘우리 집’을 만들며 그동안 몰랐던 서로의 취향을 알게 되고,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게 된 이남신·문정희 부부. 이제 생후 4개월인 선재와 함께 시간과 추억으로 채워갈 이 가족의 미래 집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