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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역습

봄날의 불청객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이민을 고려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를 이기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On May 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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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발암물질,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먼지 입자로 이루어진 대기오염 물질이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 나쁨 주의보가 자주 발령되면서 프로야구 경기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6년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이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2060년 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미세먼지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는 중국발 미세먼지 그리고 국내의 높은 석탄발전 비중과 노후 경유차, 건설 기계 등이 꼽힌다. 지난 1980~1990년대에는 대기 중의 먼지가 지금보다 더 심했다. 오히려 입자가 큰 미세먼지는 줄어들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최근 먼지가 더 심해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잦아지고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1~2일 발생했다 사라졌지만 최근에는 3일, 5일, 혹은 일주일 이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대기 정체가 늘어나면서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여 시야를 더 뿌옇게 만드는 것도 한 원인이다. 예전과 달리 단순 흙먼지가 아닌, 건강에 해로운 중금속과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작은 먼지가 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입자가 큰 미세먼지(PM100)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고농도 초미세먼지(PM2.5)가 늘어나면 건강에는 더 해로울 수 있다. 입자가 크면 코나 기관지 등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는 온몸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눈 질환은 물론 호흡기, 심장,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한 초미세먼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관리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람의 방향이 봄철 미세먼지의 원인

황사와 미세먼지는 다르다. 황사는 중국 내륙에 있는 내몽골 사막에 강한 바람이 불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모래와 흙먼지 등이 봄철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 일본, 멀리는 북미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자연현상이다. 기후 변화와 경지 개간 등으로 사막화가 가속화돼 이제는 가을과 겨울에도 황사가 발생한다. 그런데 모래바람에 중국에서 배출된 대기오염 물질이 유입되는 것이 문제이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먼지 입자로 흙먼지와 바닷물에서 생기는 소금, 식물의 꽃가루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거나 산업 시설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 인공적으로 발생한다. 보통 지름 10μm 언저리인 황사보다 작은 10μm 이하의 먼지인 미세먼지는 봄에만 위험한 것은 아니다. 바람의 방향 때문에 봄철에 더 기승부리는 것일 뿐 사계절 내내 주의해야 한다. 그나마 여름과 겨울에는 바람의 방향이 달라 미세먼지가 덜하다.
 

천식·부정막·뇌졸증… 각종 질병 유발

미세먼지가 몸속에 침투하면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염증이 생긴다. 기도, 폐, 심장, 심혈관, 뇌 등 각 기관에 생긴 염증 반응이 천식,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심장에는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해 칼슘 대사 이상을 초래하는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고, 폐포 손상과 염증 반응으로 기침과 천식이 악화될 수 있다. 뇌에는 혈전이 생겨 세포를 손상시키고 뇌졸중과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모공으로 침투해 모공이 확대되면 피부염을 유발한다. 코로 흡입하면 폐포를 통과해 혈액으로 들어갈 수 있다. 또한 각막과 결막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급격한 기온 및 습도의 변화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엔 안구건조증이 발병할 수 있다.

임신 기간 중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2500g 이하 저체중아 출산과 37주 이내 조기출산을 유발할 수 있다. 수년간 대기오염이 높았던 지역에 거주한 아이들의 경우 폐 기능 성장 부진, 비만 위험 증가, 인지 기능 저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등이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1급 발암물질로 폐암은 물론 방광암과의 관련성도 보고됐다. 우울증 발생과 자살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스크·음식 섭취까지 신경 써야

마스크를 착용해 미세먼지가 우리 몸으로 들어가는 통로인 호흡기를 보호하는 것은 필수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KF80, KF94, KF99 등 3종이다. KF80은 0.6μm 크기의 미세먼지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의미. KF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효과가 크다. 다만 그만큼 착용감이 떨어질 수 있다. 마스크와 함께 눈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더 좋다. 콘텍트렌즈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미세먼지 예방과 배출에 좋다는 음식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미역, 문어, 바지락 등의 해산물과 녹차, 보리차 등의 차 종류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바지락은 중금속 배출을 돕는 아연 함량이 높고, 미역과 문어는 해독 작용을 돕는 알긴산과 타우린이 함유돼 있다. 톳, 파래, 다시마, 매생이, 굴도 좋다. 고등어, 생연어, 꽁치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류는 봄철 안구건조증에 효과적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 채소, 잡곡도 좋다. 특히 배와 도라지는 폐 기능을 좋게 한다. 중풍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방풍나물은 호흡기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유산균이 미세먼지의 독성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영양분을 갖고 있다는 발표가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육류의 경우 오리고기 속 레시틴 성분이 중금속 해독에 좋다. 미세먼지 배출을 돕는다고 알려진 삼겹살은 오히려 미세먼지의 체내 흡수율을 높인다는 의견이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 혈액 속 수분 함량을 증가시켜 중금속 농도를 낮추고 소변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내도 안전하지 않다. 음식을 조리할 때 미세먼지가 발생하므로 환풍기를 켠 채 조리하고, 공기청정기로 내부 공기를 관리하는 것이 좋다. 외출 후 실내에 들어가기 전 옷과 가방 등에 묻은 미세먼지를 꼼꼼하게 털어야 한다. 환기할 때는 3분 이내로 하고 환기 후 먼지가 쌓일 만한 곳을 물걸레로 닦아야 한다. 미세먼지가 적은 날은 실내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 좋고, 집 안 청소 시 진공청소기보다 물걸레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기 중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 미세먼지를 바닥으로 가라앉힌 뒤 걸레질을 하면 더 효과적이다. 아레카야자, 벵갈고무나무, 아이비, 수염틸란드시아, 멕시코소철 등의 식물을 키우면 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정부에서는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서는 전국 실시간 대기오염도를 제공하는 에어코리아(www.airkorea.or.kr)를 운영하며, 미세먼지 예보 무료 문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민간 기업에서는 미세먼지를 없애는 각종 기기를 내놓고 있다. 가정에선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이 됐고 오염물질을 살균하는 의류관리기나 건조기 등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하고 스마트폰 앱과 연동이 가능한 가정용 미세먼지 측정기 등도 출시됐다.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는 산소캔도 인기이다. 다양한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결국 전기를 많이 소모한다는 뜻이다.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가 발전소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해야 한다.

정부는 초등학교에 공기청정기를 확대 배치하고 마스크를 무료로 보급하는 방안 등을 마련했다. 또 수도권 공공 부문으로 한정했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적용 대상을 수도권 민간 사업장과 전국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석탄발전소 감축 운영 방안도 추가 도입된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 현재 개발된 공기청정기는 교실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잡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학교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제품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눈높이와 현장 상황에 맞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미세먼지 대처법

1 미세먼지 주의보 또는 경보가 있을 때는 외출을 자제한다.
2 외출 후 반드시 손과 얼굴을 깨끗하게 씻는다.
3 만성 폐쇄성 폐질환, 천식이 있다면 외출 시 속효성 기관지 확장제 등 응급약을 챙긴다.
4 외출할 때 얼굴 크기와 모양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5 마스크는 얼굴에 밀착해 착용한다,
6 물을 자주 마셔 몸속의 노폐물과 유해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7 자동차 창문은 닫은 상태로 실내 순환 모드를 작동하고, 더우면 에어컨을 이용한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제공
아산병원
2018년 05월호
2018년 05월호
에디터
김지은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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