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법정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이는 세계 최장 노동 국가로 악명 높은 대한민국의 과잉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논의돼온 개정안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번 개정에 대해 긍정적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의 59%가 '잘된 일'이라 답했다. 물론 우려하는 점도 많다. 삶의 질 개선이라는 의의에 공감하는 만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전망을 살펴봤다.
찬성파 vs 반대파
찬성파는 무엇보다 왜곡된 근무 환경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큰 의의에 방점을 둔다. 비판하는 이들도 이 대의만큼은 모두 공감한다. 한국은 2016년 기준,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이 2,069시간으로 OECD 국가의 평균보다 305시간이나 더 많다. 산재 사망률은 가장 높다. 무려 6년 전 대선의 한 경선 후보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이 아직까지도 공감받는 이유다. 법에 명시되면 적어도 정상 근무를 '칼퇴'라는 냉소적 용어로 부르며 불편하게 바라보는 인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좀 더 실질적인 효과도 있다.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최대 16만 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퇴근 뒤 여유 시간을 자기계발과 여가 등에 투자할 수 있는 만큼 내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반대파는 근로시간 단축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이들은 당위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놓치고 있는 것들을 지적한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워라밸 양극화'다. 기본급은 적고 수당이 많은 영세 기업 노동자들은 당장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세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도 기존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용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영세 노동자의 소외를 부추기고 있다. 영세업체를 위한 보완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다수다. 제품 개발 기간에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전자기술업계나 필연적으로 야근이 많은 방송·언론계 등 탄력적 근무제 같은 대안이 필요한 곳이 많다.
워라밸 시대가 가져올 신풍속도
워라밸 마케팅이 뜬다
내수 진작이 기대되는 업계는 벌써 워라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자기계발 관련 시장, 레저업계, 유통업계, 외식업계 등이 가장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젊은 여성 직장인들을 위한 취미, 교육 강의를 대폭 늘리고 있고, 외식업체에서는 가족·지인 모임 등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집에서의 편안한 휴식을 위한 기능성 침대나 소파와 같은 워라밸 아이디어 제품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신호모나이트쿠스의 등장
밤(night)과 인간의 접미사(cus)를 합친 호모나이트쿠스는 이미 2000년대에 등장한 단어다. 24시간 업체처럼 밤에도 불편 없는 일상의 장점과 휴식 없는 노동의 단점을 모두 포함한 신조어였다. 하지만 워라밸 시대의 신호모나이트쿠스는 저녁이 있는 삶의 보장으로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이들을 말한다. 퇴근 후 운동을 즐기는 나포츠(night+sport)족이나 야간 여행을 즐기는 밤도깨비족 등이 대표적인 신호모나이트쿠스.
말말말
언론계 "'저녁이 있는 삶' 기사를 쓰기 위해 야근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총 직원 300인 미만 회사라 2020년에나 법 적용을 받는 밤샘 마감 전문기자 B씨)
여성계 "엄마들에게도 과연 저녁이 생길까?" (더 길어진 저녁에 아빠들만 신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독박 육아맘 K씨)
영세업계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제외라니, 있는 직원도 자르지는 않을지 겁난다." (6인 사업장 직원 S씨)
대기업 "워라밸을 위해 강제 회식은 그만하고 직원들과 낚시나 등산 등 취미 모임을 만들려고 계획 중이다." (워라밸을 잘못 이해한 상사 N씨)
기타 "신조어, 갈수록 어렵다." (포털 사이트에서 워라밸 뜻을 찾아보려다 '월아벨' '월화벨'을 연관 검색어로 만든 네티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