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같은 집
위아래, 옆집이 모두 똑같은 천편일률적 구조의 아파트에서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특히 공간 제약이 심한 아파트에서 ‘다른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같은 공간도 다르게 보는 힘을 가진 이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맘 앤 키즈 패션 브랜드 ‘미미씨엘’의 부성희 대표는 새집으로 옮기며 ‘모델’ 같은 집을 원했다. “오래 머물러도 편안하고 실용적인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단, 어떤 스타일이든 근사하게 소화해내는 모델처럼 유니크한 매력이 있는 취향 담긴 공간이 되길 바랐죠.”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런디자인의 윤성빈 대표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쇼룸을 스타일링해본 이점을 십분 발휘해 아파트 같지 않은 아파트로 개조를 시작했다. 우선 컬러와 패턴을 사용해 공간의 강약을 결정했다. “패턴 벽지, 무늬목 바닥, 어두운 대리석처럼 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풍경과 다른, 디자인 감도가 살아 있는 쇼룸 같은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부성희 대표와 오랜 상의 끝에 집의 첫인상인 현관과 프라이빗한 개인 드레스 룸에 패턴과 비비드 컬러를 더해 취향에 맞는 채색을 결정했다. “공간이 심플할 때 컬러와 패턴만큼 효과적인 악센트가 없어요. 특히 물성이 있는 테라초와 같은 소재를 활용하면 모던과 레트로 무드를 넘나드는 패턴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연출할 수 있죠.”
여러 패션 브랜드의 쇼룸 사진을 레퍼런스 삼아 현관에는 패턴 마감재와 톤 다운된 그린 컬러, 골드 스틸을 믹스매치해 감각적인 전실을 완성하고, 프라이빗 공간인 드레스 룸은 파스텔 블루로 채색한 뒤 제작 가구를 더해 감각적인 공간을 완성했다.
단정하고 여백이 있는 순백의 공간
여백이 있는 공간은 포근하며 따스하다. 늘 화려한 색상과 패턴에 둘러싸여 있는 미미씨엘의 부성희 대표는 도화지처럼 단정하고 여백이 있는 미니멀 하우스를 꿈꿨다. “한창 장난감을 좋아하는 9살, 4살 귀여운 아들들을 둔 덕분에 집은 늘 알록달록한 컬러 블록 천국이에요. 정리하고 돌아서도 금세 다시 어질러져 있는 탓에 여백이 있고 단정한 미니멀 하우스는 제 오랜 꿈이었죠.”
새로 집을 고친다면 무엇이든 바로 넣었다 금세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심플하고 편리한 공간을 갖고 싶었다는 그녀. 이 바람은 런디자인 윤성빈 대표의 아이디어로 실현됐다. 그는 공간을 선과 면으로 정확히 수치화해 이 집에 꼭 맞는 맞춤형 가구와 파티션을 제작했다. 먼저 물건이 많은 아이들의 침실과 놀이방은 침대와 수납장의 기능을 하나로 합친 맞춤형 가구를 제작해 언제든 장난감과 책을 쉽게 꺼내고 정리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복도의 긴 벽은 수납장으로 활용해 많은 옷과 신발을 한 번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여백이 있는 순백의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 그는 특별한 장치, 파티션을 제작했다.
“오픈된 거실과 프라이빗한 공간인 부부 침실을 분리하기 위해 중문을 설치했어요. 언뜻 보기에는 움직일 수 없는 벽처럼 보이지만 어린 태림이도 여닫을 수 있는 가벼운 파티션이에요.” 고정관념을 깬 공간 분할 장치로 사적인 공간을 거실과 분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늘 꿈꾸던 미니멀 하우스를 얻은 부성희 대표. “공간을 바꾸자 집에 머무는 시간이 한층 더 평온하고 여유로워졌어요. 부드러운 빛과 따뜻한 온기, 깨끗이 정돈된 순백의 공간,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과 귀여운 아이들. 집에 머무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단어에 필요한 모든 요소의 교집합과 함께하는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