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 가지 격정
욕망 주인공 고혜란은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이자 욕망의 화신이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며 악착같이 성공을 꿈꿔온 고혜란은 말단 기자에서 메인 뉴스 앵커를 거쳐 청와대 대변인까지 바라본다. 위에서 찍어 누르는 선배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견제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고혜란의 욕망을 더 부추길 뿐이다. 성공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독한 년'임에도 시청자들은 그녀의 욕망이 질주할수록 열광한다. 그 성취욕이 '흙수저'의 설움, 여성에 대한 차별의 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녀의 성공은 '개천용'의 승리이자 유리 천장에 대한 도전이다.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최고로 높이" 올라가겠다는 고혜란을 응원하는 이유다.
분노 소위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다. 고혜란에 몰입하는 순간 그녀의 시련에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 시련이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의 무게이기에 더 그렇다. 배란일마다 찾아와 임신을 강요하는 시어머니, 젊고 풋풋한 앵커를 원하며 사사건건 딴지 거는 보도팀장, "그 나이에 욕심이 추하다"며 자리를 탐내는 후배 등이 대표적인 분노 유발자들. 하지만 이 뜨거운 분노에 사이다를 들이붓는 고혜란의 '쎈캐'야말로 인기 비결. "사내 자식이 힘 한 번 못 써보고 나한테 앵커 자리 뺏기더니. 진짜 쪽팔린 건, 민다고 밀리는 거야. 난 가도 내가 가고, 관둬도 내가 관둬." 고혜란의 포스에 매혹당하지 않을 도리란 없다.
질투 <미스티>는 질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혜란의 주변 사람 대부분이 질시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이 극을 더 흥미롭게 한다. 첫 번째 질투의 화신은 후배 기자 한지원(진기주 분). 미모와 젊음을 이용해 고혜란에게 도전하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두 번째 질투의 화신은 남편 강태욱(지진희 분). 고혜란의 모든 약점을 감싸주는 속 깊은 남편이지만 그녀의 남자만은 예외다. 옛 남자 케빈 리(고준 분)의 도발에 인자한 강태욱의 얼굴은 질투로 일렁인다. 마지막은 케빈의 아내 서은주(전혜진 분)다. 한없이 순한 이 여자는 남편의 옛 사랑이 자신의 친구 고혜란임을 확인하면서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2 고혜란의 미스터리한 세 남자
강태욱 고혜란이 서울지검을 드나들던 사회부 말단 기자 시절, 초임 검사 강태욱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고혜란의 의도적 접근이 의심스러워진다. '법조계 1프로 금수저'인 강태욱의 집안 정보를 줄줄 읊은 첫 만남에서부터 멀리서 그를 몰래 지켜봤던 첫 데이트까지, 의혹이 이어진다. 강태욱의 행적도 의문스럽긴 마찬가지. 케빈 리 사망 전날, 고혜란의 뒤를 추적했던 강태욱은 과연 어디까지 목격한 것일까?
케빈 리 스물다섯 살 고혜란과 뜨겁게 연애했던 남자. 한국 이름 이재영. "별 볼일 없다"는 이유로 고혜란에게 버림받은 뒤 서은주와 결혼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지독한 노력 끝에 프로 골퍼로 변신했다. 세계적인 골퍼로 금의환향한 뒤에도 "고혜란에 대한 여전한 애증으로 그녀에게 집착한다. 그러다 두 사람 사이의 수상한 기류를 눈치 챈 한지원이 접근하자 그녀와 외도를 즐긴다. 사망 전날 한지원과 고혜란을 차례로 만난 뒤 의문의 사고를 당한다. 이 드라마 최고의 미스터리. 고혜란은 정말 그를 죽였을까? 서은주는 케빈과 혜란의 과거를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하명우(임태경 분) 아직은 베일에 가려진 고혜란의 첫 남자. 고혜란의 10대 시절, 어떤 사건을 저지르고 감옥에 갔다. 열아홉에 입소해 출소일이 임박할 때마다 번번이 사고를 쳐 스스로 형량을 늘린다. 고혜란과 관련된 모든 기사를 모으며 근황을 파악하고 있다. 가끔씩 혜란의 회상을 통해 그녀 대신 감옥에 갔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암시된다. 하명우와 고혜란은 과연 어떤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걸까? 드라마 후반을 책임질 최대의 관전 포인트.
3 김남주와 고혜란의 세 가지 공통점
여배우와 여앵커 방송업계 여성은 다른 분야에 비해 더 빠른 세대교체 압박에 시달린다. 30대 중반 이후만 돼도 '엄마' 역할 대본이 쇄도하는 여배우와 메인 뉴스 진행석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 앵커의 현실은 매우 흡사하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시청률 1위와 연기대상 수상을 달성하고도 6년간 활동이 없던 김남주는 "여러 대본을 받았지만 <미스티>야말로 정말 기다렸던 작품"이라는 말로 좋은 배역을 찾기 힘든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메인 뉴스를 맡은 뒤 동시간대 1위, 신뢰도 평가 1위를 기록하고도 풋풋한 후배에게 물려줄 것을 요구받는 고혜란의 극 중 상황이 여배우의 현실 위에 겹쳐지는 건 자연스럽다.
삶과 커리어 김남주는 방영 전 "고혜란을 다섯 글자로 표현하면?"이란 질문에 "알고 보니 나"라고 답했다. "어릴 때 가난했고 불우했고 성공을 향해 열심히 달려왔던 포인트가 저랑 닮았어요." 삶 외에 커리어도 비슷하다. 둘은 전문성과 스타성을 모두 갖췄으며 특히 여성으로서 나이 들수록 이력이 더 화려해지는 흔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고혜란은 불혹을 앞두고 '5년 연속 언론인상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김남주 역시 MBC와 KBS에서 모두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등 40대에 들어서면서 더 화려한 커리어를 쌓고 있다.
미모와 아우라 고혜란은 배우 못지않은 미모와 아우라를 자랑한다. 첫 회 언론인 시상식 에피소드에서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고혜란이 무대에 오르는 장면은 드라마 시상식의 김남주로 혼동될 정도. 고혜란은 뉴스를 진행할 때, 사적 모임에 참석할 때, 언제든 그 상황에 맞는 완벽한 스타일을 직접 골라 좌중의 시선을 압도한다. 김남주도 마찬가지. 드라마마다 자신의 소장 의상을 입기로 유명한 김남주는 정확한 분석력과 자기 연출 능력으로 "패셔니스타 25년 차"라 불리고 있다.
고혜란 룩, 세 가지 포인트
김남주가 '패션의 끝'이라고 자신하듯 고혜란 룩은 그야말로 역대급 스타일을 보여준다. 놀라운 건 의상 대부분이 김남주의 소장품이라는 사실. 오랜만에 "예쁜 옷을 마음껏 입어볼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 옷장을 과감하게 오픈했다고.
1 카리스마 오피스 룩 '슈트발'을 위해 5kg 감량했다는 김남주는 170cm의 장신과 8등신 비율로 완벽한 핏을 선보인다. 특히 신경 쓴 것은 레드 컬러의 조화. 김남주는 고혜란의 카리스마를 표현하기 위해 빈틈없는 슈트 차림에 레드 셔츠, 레드 힐 등을 포인트로 사용했다. 옛 연인 케빈 리와의 인터뷰 때 선보인 와인 슈트가 대표적 사례. 브랜드는 토이킷, 방송이 나가자마자 품절됐다고.
2 섹시한 셔츠 룩 엄격한 슈트나 어두운 겉옷 안에 실크, 시스루 등 하늘하늘한 소재와 레이스, 도트 같은 다양한 무늬의 셔츠를 활용해 카리스마와 섹시함을 조화시킨다. 이는 강인한 외면 뒤 복합적 내면을 숨긴 캐릭터를 설명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취조실 신의 셔츠가 대표적. 화이트 바탕에 블랙과 버건디, 반짝이는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이 셔츠는 냉정한 표정 뒤 복잡미묘한 심리를 보여준다. 마커스 루퍼 제품으로 역시 품절.
3 신의 한 수, 소품 오피스 룩의 품위를 살리면서 멋을 더하는 시계와 제한된 헤어스타일을 극복하는 귀고리 등의 액세서리를 적극 활용한다. 시계는 스위스 럭셔리 워치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 이어링은 국내 브랜드 제이에스티나 제품이 대부분. <미스티>라는 제목에 맞게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블루·퍼플 계열의 소품 사용도 돋보인다. 고혜란이 처음 등장할 때 착용한 블루 새틴 힐, 분노의 공중전화 신에서 착용한 블루 가죽 장갑, 언론인상 시상식 뒤 퇴근길에 걸친 퍼플 머플러 등이 대표적.
베스트 스타일 TOP 3
1위 까만 밤을 배경으로 펼쳐진 레드 컬러 우산, 발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카메라에 비친 블루 힐, 블랙 롱 코트, 그 안에 살짝 보이는 셔츠의 칼라 장식까지, 신비롭고 카리스마 넘치는 고혜란 캐릭터의 첫인상을 강렬하게 각인시킨 스타일.
2위 언론인상 수상 당일 <뉴스나인>에서 착용한 네이비 스트라이프 슈트와 직접 고른 레드 셔츠 차림. "오늘은 밝게 가자. 생동감 있게." 화려한 자기 과시로 위엄을 증명하려는 고혜란의 심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스타일.
3위 태국 촬영 시 선보인 블랙&화이트 패션. 화이트 셔츠와 블랙 팬츠라는 베이식한 차림이 김남주의 모델 핏을 더욱 빛냈다. 급작스러운 스콜에 흠뻑 젖은 채 케빈 리와의 아슬아슬한 러브신을 연출하게 되는 진정한 섹시 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