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M SPORTS
하이패션과 조우한 스포티즘이 올 시즌에는 한결 쿨하고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탑재하고 거침없이 질주 중이다. 당장 필드로 뛰쳐나가야 할 것 같은 '운동선수 룩' 대신 소재와 실루엣, 디테일에 풍성함을 더해 관능미 넘치는 건강 미인으로 거듭날 것을 회유한다. 크리스찬 디올과 스포트막스 등이 선보인 진화된 스킨스쿠버 슈트, 퍼프 슬리브와 주얼 장식으로 잔뜩 멋 부린 이자벨 마랑과 구찌의 트랙 슈트, 지퍼 디테일로 한쪽 어깨를 드러낸 라코스테, 깊은 슬릿 사이로 섹시한 레그 라인을 드러낸 오프화이트 등 하이패션과 스포티즘이 의기투합해 패셔너블한 스웨그를 발산한다. 스쿠버 톱에 여성스러운 스커트를 매치하거나, 서퍼 쇼츠에 페미닌한 블라우스를 매치하는 식의 신선한 조합은 한결 근사한 스타일을 연출한다.
CRAYON POP
세상의 모든 색이 쏟아지며 설레고 몽환적인 잔상을 남겼던 영화 <라라랜드> 속 한 장면이 이번 시즌 런웨이에 고스란히 재현됐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컬러는 기본, 빨강과 초록, 노랑과 주황, 파랑과 노랑 등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컬러를 동시에 매치하는 과감한 컬러 플레이가 유행할 전망. 선뜻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발렌티노, 살바토레 페라가모, 아크리스 등이 선보인 미니멀한 디자인의 단색 원피스로 시작해 슬금슬금 수위를 높여볼 것. 컬러 조합이 고민이라면 아그노나의 컬렉션에서 선보인 매칭 공식을 따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자칫 부해 보일 수 있는 웨이스트 라인은 벨트로 정리한다. 무엇보다 온갖 컬러를 너끈히 소화할 수 있는 '옷발 사는' 가느다란 몸매가 준비됐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FANTASTIC PLASTIC
수년 전 이어링, 뱅글 등의 액세서리와 결탁해 '칩 앤 시크'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인 플라스틱. 올 시즌에는 패션 하우스에서 공 들인 정교한 재단과 빼어난 컬러를 등에 업고 호사로운 룩으로 거듭났다. 아크네 스튜디오, 발렌시아가, 캘빈클라인, MSGM 등이 선보인 과감한 컬러를 간결한 실루엣에 버무린 재킷, 셔츠, 원피스 등은 플라스틱의 싸구려 이미지를 단번에 상쇄시키며 트렌드를 견인한 일등 공신. 그저 곱게 걸쳐 입으면 단조로운 룩에 신박한 포인트가 되며, 이상 기온으로 눈이 오거나 폭우가 내려도 젖을 염려 없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언제 또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트렌드 앞에서 주뼛거리지 말고 그저 도전해보는 것이 남는 장사다.
FRINGE FANTASY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드라마틱하게 찰랑대는 프린지가 올 시즌 런웨이에 물결처럼 일렁거렸다. 자유분방한 매력으로 보헤미안 무드에 방점을 찍는 프린지가 우아하고 모던하게 변신한 것. 발망은 땅을 쓸고 다닐 것 같은 롱 프린지로, 캘빈클라인은 드레스를 빈틈없이 메운 형형색색 풍성한 프린지로 업그레이드된 프린지 룩을 선보였다.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질샌더와 로에베까지 프린지 대열에 동참해 다소 밋밋한 라인에 힘을 보탰다. 이번 시즌 리얼웨이에서 프린지를 스타일리시하게 활용하고 싶다면?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프린지 장식이 더해진 옷을 선택하거나, 화려한 패턴과 디테일의 옷에는 프린지 백이나 슈즈 등을 포인트로 매치하면 평범한 사람도 순식간에 '패피'로 승격된다.
HOORAY, CHECK!
가을·겨울 시즌에 익숙했던 체크가 얇고 가벼워진 옷자락에도 드리웠다. 체크 하면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레드 컬러는 물론 활기 넘치는 봄 컬러를 차용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체크로 단장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견인한 것. 특히 타탄체크에서 살짝 변형된 플레이드 체크는 디자이너들의 쉴 새 없는 러브콜을 받으며 대세 중의 대세로 떠올랐다. 위트 있는 디자인의 체크 톱과 스포티한 팬츠로 시크한 멋을 낸 사카이, 꽃 모양의 아플리케 장식으로 체크무늬 같은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 마리 카트란주의 드레스는 올 시즌 단연 돋보이는 뉴 체크 룩! 발렌시아가, 미우미우, 에르메스 등을 참고해 상의와 하의를 각기 다른 컬러와 패턴의 체크로 매치하면 올 시즌 체크 패션계 트렌드를 단숨에 평정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DENIM REDUX
지난 시즌의 압도적 트렌드 '청청 패션'이 또다시 런웨이에 등장했다. 풀기를 머금은 뻣뻣한 인디고 생지 소재로 상의와 하의를 맞춰 입는 방식은 여전하지만, 한결 침착해진 컬러에 날렵한 테일러링이 곁들여진 것이 이번 시즌 데님 트렌드. 찢고, 올을 풀어헤치는 등 데님 특유의 자유분방한 멋은 잠시 내려놓고 우아하고 깔끔하게 데님 룩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한결 깊고 진해진 컬러의 데님 블레이저와 팬츠로 '캐나디안 턱시도' 룩을 연출한 티비, 구조적인 디자인의 생지 데님 톱과 팬츠로 거칠지만 정직한 데님 스타일링을 선보인 머글러 등을 눈여겨볼 것. 적어도 올봄에는 '데님인 듯, 데님 아닌, 데님 같은' 포멀한 아이템으로 풀 착장한 스타일링이 확실히 더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