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눗방울을 부는 아빠를 보는 주안이.
주안이는 친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유치원에 다녀오면 수다쟁이가 된다. 늘 친구 이야기로 가득하다. 누구랑 팽이놀이를 했는데 자기가 몇 번 이기고 그 친구는 실수해서 아깝게 몇 번 졌다거나, 유치원 복도에서 친구랑 슬라이딩을 하며 놀았는데 친구가 안 미끄러지는 옷을 입고 와서 내일은 미끄러지는 옷을 입고 가기로 약속했다거나, 한 친구 이름이 영어인데 한국 사람이라는 이야기까지. 각종 친구의 이야기가 끝도 없이 쏟아진다.
주안이는 이제 아빠와 노는 것엔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아빠가 태워주는 비행기가 제일 신나는 놀이라고 생각했던 주안이가 이제는 자신이 아빠와 놀아준다고 여기는 것 같다. "주안아, 아빠가 침대에서 비행기 태워줄까?"라고 하면 주안이는 한숨을 푹 쉬며 "후, 알았어. 한 번만 타줄게"라고 대답한다. 분명히 주안이가 아빠와 놀아주는 게 맞다.
나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 결혼도 빨리 하고, 아이도 빨리 갖고 싶었다. 주안이와 나의 나이 차이는 29살. 바라던 것보다 더 차이가 많이 나지만 최선을 다해 친구처럼 놀고 대화하려고 한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안이는 "아빠, 심심해. 친구랑 놀고 싶어" "아빠! 우리 예준이(주안이 사촌동생)한테 영상통화해볼까?"라고 말한다. 분명히 함께 놀고 있는데 뭔지 아쉬운 것 같다. 세대 차이가 나니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는 없다.
1 아빠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주안이. 2 뒷모습도 닮은 부자. 3 주안이와 눈사람. 4 주안이가 만든 작은 눈사람. 주안이는 눈사람이 불쌍하다고 냉장고에 넣었다.
얼마 전까지 주안이 학교(주안이가 자신은 '형'이라며 '유치원'에 다닌다고 하면 싫어한다)가 방학이었다. 종종 키즈 카페에서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곳에 가면 주안이를 딱 3번 볼 수 있다. 키즈 카페에 도착해 뛰어가는 모습, 밥 먹는 모습, 집에 가는 모습. 얼마 전까지 아빠, 엄마의 '껌딱지'였던 품 안의 자식이 자란 것을 보면 대견하지만 서운하기도 하다. 한편으론 놀아달라고 할 때 피곤하다는 이유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놀아주려고 하면 아빠와는 조금만 놀고 친구와 놀고 싶어 한다. 그런 주안이를 보며 아이를 안아주고 놀아주는 것도 다 때가 있다는 배움을 얻었다. 이제는 친구와 함께 놀고 공부하면서 그들만의 사회를 만드는 주안이를 바라보며 응원하는 부모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친구와 노는 게 좋고 신나는 주안이지만 아직까진 아빠, 엄마의 품도 좋아한다. 요즘 주안이는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그러다가 중간에 "아빠, 지금 말하는 친구가 1등으로 예쁘고 좋은데, 아빠는 0등이야"라고 한 번씩 아빠, 엄마를 챙긴다. 그러고선 그 친구가 왜 좋고, 그 친구와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신나게 이야기한다. 그런 주안이에게 "친구가 1등이고 아빠가 0등이면 엄마는 몇 등이야?"라고 물으면 주안이는 고민을 하다가 답한다. "엄마는 마이너스 1등!" 때로는 아빠가 마이너스 1등이 되기도 한다. 거기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더하면 마이너스 2등까지 생긴다. 마이너스라니! 어감은 이상하지만 아들의 마음을 알기에 오늘도 미소를 짓는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지난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1년 뒤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6살 주안이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