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특별하게 바꾸는 빛
고층 아파트에 사는 기쁨은 도심에서도 시원하게 뻥 뚫린 시야와 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결혼 7년 차 주부이자 스튜어디스로 활동했던 노은주 씨가 이사한 용산 더프라임 역시 주상복합 구조의 고층 아파트로 거실의 커다란 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와 웅장한 펜트하우스를 연상케 한다. 마치 호텔 로비에 들어선 듯 밝고 환한 빛과 깨끗하고 단정한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지만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2년간 같은 단지 다른 동에서 살다가 최근 이곳으로 이사했어요. 덕분에 리노베이션을 할 때 제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 있었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집과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그녀는 생활하면서 불편했던 점, 인테리어에 꼭 반영했으면 하는 부분을 명확히 제시했다. "가족 모두 넓고 환한 공간에서 휴식과 재충전을 즐길 수 있는 집이 되길 바랐어요." 노은주 씨의 요청 사항을 빠짐없이 들은 카민디자인의 김창건 대표는 우선 빛으로 공간을 채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긴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직선의 빛을 간접 조명으로 채우고, 거실 공간의 빛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루버셔터를 달아 빛을 알맞게 구획화한 것. 공간 전체를 화이트 컬러로 도장하고 마이너스 몰딩으로 마감한 뒤 긴 복도를 따라 간접 등을 달았더니 어둡고 칙칙하던 복도가 여느 갤러리 못지않게 멋스럽고 환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집에서 가장 빛이 들지 않아 아이가 무서워하던 놀이방도 옆방의 벽을 허문 뒤 양개형 미닫이를 달아 따뜻한 빛이 통과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었다. "빛으로 공간을 채우면 메인 조명등, 백열등 없이도 생활할 수 있어요. 자연의 조명, 햇빛으로 공간 곳곳을 밝힌 뒤 부족한 빛은 간접등으로 채우면 공간이 훨씬 따뜻하고 아늑해져요."
취향과 개성이 드러난 공간
집은 사는 이의 취향과 개성이 드러나는 최고의 자기표현이다. 전직 스튜어디스였던 노은주 씨는 세계 여러 나라의 호텔에 머물며 모던하고 클래식한 프렌치 무드의 인테리어 취향을 쌓았다. 이번 집이 세 번째 집인 그녀는 그간 해보고 싶었던 모던 프렌치 인테리어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모던 프렌치 스타일은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도록 가치를 유지하는 인테리어이므로 클래식한 무드는 간직하되 무겁지 않은 느낌을 연출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간 살고 싶은 공간의 모습을 다양하게 사진으로 담은 공간 레퍼런스를 디자이너에게 전달한 그녀는 공간에 자신의 취향과 개성이 잘 드러나길 바랐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카민디자인의 김창건 대표는 가장 먼저 패턴 벽지와 어두운 대리석으로 마감된 천장 벽을 화이트 페인트로 도장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공간을 새하얀 도화지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집 주인의 취향이 잘 드러나요. 취향과 개성은 집 주인이 고른 가구와 소품, 그림에 있기 때문이죠." 김창건 대표는 공간을 화이트 베이스로 만든 뒤 웨인스코팅과 골드 포인트 등의 디테일을 더해 노은주 씨가 꿈꾸던 모던 프렌치 무드를 완성했다.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며칠 뒤 노은주 씨는 가지고 있었던 가구와 소품, 그림들이 이전보다 더 눈에 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간 어두운 컬러의 대리석과 패턴 벽지에 가려 보이지 않던 소품들이 집 안 곳곳에서 모두 생기 있는 오브제로서 제 역할을 하게 된 것. "공간을 하얀 도화지로 바꾸자 모든 것이 새로워졌어요. 전보다 집이 한층 넓어 보이는 것은 물론 지겹기만 했던 소품들도 모두 새로 산 것인 양 새롭게 느껴져요." 공간이 바뀌자 자연스럽게 그녀와 가족들의 생활도 바뀌었다. 하루 종일 넉넉한 햇살이 머무는 화이트 하우스에서 호텔에서의 여유로운 한때처럼 아늑하고 특별한 일상을 즐기게 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