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1
세계 흐름을 읽어야 우리 경제가 보인다
글로벌 경제 전망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이 들썩였다. 정부의 규제에도 강남을 비롯해 투기과열지구의 집값은 연일 상승세다. 반면 공급 과잉이 예고된 곳에서는 벌써부터 '역전세난'이나 '깡통 전세'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식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상승 릴레이를 이어갔다. 유독 코스닥이 강세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상화폐는 '김치 프리미엄(김프)'이라는 말이 세계에서 통용될 정도로 과열돼 있어 정부가 급제동에 나섰다. 금융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먼저 글로벌 경제 상황이 어떨지 살펴봐야 한다.
세계은행이 지난 1월 10일 발표한 '2018 세계 경제 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1%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17년 6월 예상치보다 0.2%p 높은 수치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투자가 늘고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과 러시아 등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덕분이다. 선진국의 경우 2.2%의 경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며 신흥국은 4.5%를 기록할 것이라 보고 있다. 선진국 중 미국은 민간 투자와 민간 소비 확대로 2.5%, 일본은 적극적인 재정과 통화정책에 따른 내수 수요 확대와 수출 증가로 1.3% 성장이 전망됐다. 유럽은 각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계속되면서 2.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은 6.4% 성장률이 점쳐졌다.
올해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 요인(downside risk)으로는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세계 금융 시장의 변동성 확대,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 보호무역의 강화,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긴장 고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와 자본 축적 규모 하락 등으로 인한 잠재 성장률 추락 등이 꼽혔다. 세계은행은 최근 세계적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잠재 성장률은 하락 추세라며, "적절한 정책 대응이 없다면 앞으로 10년간 세계의 잠재 성장률은 지난 5년간의 잠재 성장률인 2.5%보다 0.2%p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3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가운데, 이 중 두 번의 금리 인상이 상반기 중에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전문가 대다수는 장기적으로 기준금리가 올해 3차례, 내년에는 2차례 인상돼 2.7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라고 전했다.
새해 첫 개장일부터 달러는 1달러당 1,060원대 초반으로 시작해, 3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달러의 약세가 이어질 거라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로와 엔화에 대한 투자가 급증한 데다 미국의 세제 개편까지 달러 가치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지난 1월 5일 국제금융센터는 "글로벌 통화정책을 감안할 때 올해 엔화는 약세의 흐름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저평가 부담으로 엔화 약세는 완만하게 진행될 소지가 크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진 및 장기간의 통화정책 완화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 통화 긴축을 예상하는 시각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유로는 점점 오르는 추세다. 유로존의 경제 성장세가 탄력이 붙었고, 유로존의 맹주인 독일의 연정이 사실상 타결되는 등 여러 요인이 유로 강세에 작용하고 있다.
한편,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가까이 오르면서 2014년 이후 3년 만에 최고점에 도달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나아지다 보니 원유 수요가 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원유 생산량을 줄이고 있으며, 이란을 비롯한 중동 산유국의 정세가 불안한 점 등이 겹쳐 유가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의 과열된 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유가가 추가로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 '맑음', 우리 경제 '혼란'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3.0%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보다 낮은 3% 직전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9개 주요 투자은행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해 연 3.1%이고 올해는 연 2.9%, 내년은 연 2.8%다.
세계은행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는 따로 전망하지 않았다. 대신 리먼브러더스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앨런 사이나이 박사는 지난 1월 9일 국내 강연에서 "세계 경제가 2018년에는 3.5%, 2019년에는 4% 이상 성장하며 한국도 올해 3〜3.5%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민간 경제연구소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경제 전망서 <노무라종합연구소 2018 한국 경제 대예측>을 통해 "지난해 한국 경제는 세계적인 경기 회복과 반도체 산업 호조로 선진국 경제 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을 이뤘지만, 올해에는 미국의 통상 압력, 중국의 경제 압박, 북핵 리스크로 향후 경제 상황을 낙관할 수 없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가계 부채의 급속한 증가세 같은 악재도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특히 올해부터는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를 맞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환율은 앞서 예상한 대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전문가들은 올해 원화 가치가 달러당 1,050~1,100원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경기 호전과 경상수지 흑자 등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원화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1.9%)보다 0.2%p 하락한 1.7%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해 품목별 수급·가격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개인 서비스 등 생활 밀접 품목에 대한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해 물가 안정을 도모할 방침이다. 또 가격 변동이 심한 농산물의 가격 안정을 위해 농산물 수급가격안정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물가의 구조적 안정을 위한 조치도 병행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2017년 소비자물가지수 전망치는 1.9%인데, 2018년은 1.7%로 잡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감안한 소비자물가지수 예측을 1.7%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혔다.
새해 국내 경제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올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민간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물가 상승을 통한 인플레이션 효과로 소비 경기 회복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월 11일 한국은행 및 관련업계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2.3(기준값 100), 12월 110.9를 기록했다. 112.3은 7년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16년 지속적으로 100을 넘지 못했지만 지난해 4월 101.2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생활 물가의 상승 폭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불안의 우려도 낳고 있는데, 실제로 아파트와 학교 경비원들이 실직하는 사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일시적으로 일부 한계기업의 고용을 줄일 가능성은 있지만, 정착되면 오히려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라고 밝혔다.
금리는 큰 폭의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28일 '2018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며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 금융 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는 2011년 6월 인상 이후 8차례 연속 인하돼 2016년 6월부터 1.25%로 유지되다가, 지난해 11월 1.50%로 인상된 바 있다. KDB산업은행경제연구소는 '2018년 금융시장 및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기준금리는 한 차례 이상 인상되겠지만 상반기 중에는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금리(시중은행 금리)는 올해 0.25%p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최근 급등해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픽스 급등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올라 올해 안에 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달라지는 금융 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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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 투자 소득공제 확대
소득공제 대상 기업으로 창업한 지 3〜7년인 기업, 기술신용평가(TCB) 우수 기업이 추가되고 소득공제율이 전반적으로 상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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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시행
기존 DTI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이때 원리금엔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반영돼 있다. 신DTI는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자가 가진 모든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과 신용대출 같은 기타 대출의 이자 상환액까지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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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 인하
2월 8일부터 대부업자와 여신 금융기관, 개인 간의 금전 거래에 적용되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개인 간 금전 거래는 25%)에서 24%로 인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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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권 실행 유예
2월부터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연체 대출자에 대해서는 최대 1년 동안 담보권 실행이 유예되고, '담보주택 매매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법원 경매보다 유리한 조건의 매각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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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여신 심사 강화
부동산 임대업자가 대출을 받을 때,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산출해 해당 대출의 적정성을 심사받게 된다. RTI는 임대업으로 돈을 벌어 이자를 낼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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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개편
실손의료보험의 연간 보험료 인상 폭이 35%에서 25%로 축소되고, 4월부터는 다른 상품과 끼워팔기도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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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전 원금 상환 유예
2월부터 실직, 폐업 등 재무적으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은행권 가계대출의 원금 상환이 최대 3년 유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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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공동 인수 확대
생계형 고위험 차종 운전자 등도 공동 인수를 통해 자기 차량 손해보험 등의 가입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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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통합관리서비스 확대
은행, 보험 등과 동일하게 증권사, 저축은행, 우체국의 계좌 정보도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홈페이지(www.payinfo.or.kr)에서 조회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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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 금리 우대
미소금융을 이용하는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주에 대한 금리가 연 4.5%에서 연 4.0%로 인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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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금 신속 지급
금융기관이 영업 정지를 당하게 되면 4개월 이상 걸리던 예금보험금 지급 소요 일수를 7일 이내로 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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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력자 실손보험 출시
과거 치료 기록이나 경증의 만성질환이 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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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통합 조회
'내보험 찾아줌(cont.insure.or.kr)'을 통해 보험 소비자가 가입한 모든 보험 내역과 숨은 보험금의 확인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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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서민형 ISA의 비과세 한도가 2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되고 중도 인출이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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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2
집 살까 말까?
부동산 시장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과열 현상을 잡기 위해 골몰했다.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후속 대책인 8·2 대책, 9·5 대책, 10·24 가계부채 대책 등 고강도 규제 정책을 연이어 내놓았다. 올해 이 규제들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주택 시장에 어떤 변화기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출 규제인 신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시행되고, 양도소득세 중과와 보유세 인상 등이 적용된다. 4월 1일부터 2주택자가 전국 40개 조정지역 내에서 주택을 양도할 경우 기본 세율(6~42%)에 더해 10%p 가산세를 내야 한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양도세 기본 세율에 20%p가 얹어진다. 또한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거둬들이는 제도인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된다.
안타깝게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정부의 바람과 반대로 흐르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면 집을 팔 거라고 예상했던 다주택자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등 보유세가 인상되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정리되는 상황이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강남 3구를 비롯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내놓는 매물은 거의 없지만 사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전반적으로 오름세다. 강남권에 비해 상승 폭은 크지 않지만 강북 지역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강남은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대부분 막힌 데다, 거래 가능한 기축 아파트 매물도 많지 않다"라며 "간혹 높은 가격에 한두 건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 거래들이 시세를 형성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의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규제의 영향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희소성 높은 강남에 '똘똘한 집 한 채'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높아졌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정비사업 추진을 앞당기고 있다. 게다가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 우선 발권이 폐지되면서 '강남 8학군' 부활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강남으로 입성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강남 중 송파구의 경우 지난해 12월 헬리오시티(옛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9,510가구가 입주하게 되면서 집값 오름세가 다소 주춤해질 여지가 있다.
이에 비해 과열지구 이외의 다른 지역들은 집값이 하락하면서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는 그야말로 '입주 물량 폭탄'이 예고된 상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분양 시장의 호황 탓이다. 올해 전국적으로 예정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43만 9,611가구로, 지난해에 비해 14.5%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김 팀장은 "올해는 입주 물량이 많은데, 수도권도 경기도의 입주 물량이 급증해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거래량과 가격 모두 둔화되고 거래는 위축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깡통 전세가 우려되며 역전세난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입주 물량이 늘어나며 입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송파구 재건축 단지에 1만 가구 입주 외에는 입주 물량이 많지 않다. 수도권에서는 동탄, 용인, 오산, 평택 등 경기 남부 지역 쪽 공급 물량이 많다. 지방은 경남이 입주 물량이 가장 많고, 강원도도 지난해보다 3배에 달하는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올해 분양 시장은 호황기를 맞을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적으로 민영 아파트는 총 409개 사업장에서 41만 7,786가구가 분양할 예정이다. 최근 5년간 평균 분양 실적에 비해 36%나 많은 가구 수다. 지난해 분양을 미뤄온 물량이 올해 대거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올해 수도권에서 23만 5,430가구, 지방은 18만 2,356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은 전반적으로 물량이 증가했고 지방은 부산에 물량이 몰려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과천시의 분양 예정 물량이 가장 많다. 수도권 택지지구의 분양도 많이 예정돼 있다. 서울에 접근성이 좋고 개발 호재가 있는 위례신도시, 성남고등지구, 송도국제도시 등이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비율도 41%나 된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미 개발될 대로 개발된 서울에서는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일반 분양이다.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 1,996가구,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6단지 자이 1,824가구 등이 분양할 예정이다. 김은진 팀장은 "올해에는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재건축 이슈가 있어 가격 불안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서울과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할 전망이다. 김 팀장은 "경기도의 경우, 입주 물량이 많이 몰려 전세·매매 가격이 일부 조정될 것"이라며 "특히 물량이 쏠린 지역은 국지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승인) 예정 물량은 32만여 가구로 추정된다. 10·24 가계부채 종합 대책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는 분양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8·2대책 후속 조치로 청약제도가 개편되면서, 1순위 청약이 가능한 전체 수요는 줄었지만 여전히 인기 지역에는 당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본격 규제 시작
새해부터 두드러지는 부동산 과열 문제로 인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있을까? 김 팀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규제 중심으로 흘러갈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지금 거론되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문제는 가시화되고 지난해 내놓은 규제들이 시행에 들어간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핵심 지역의 보유자들이 장기 보유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황이고 규제 시행이 코앞인데도 아직 움직임이 없으니 그 이후가 되면 더 매물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 "과열지구가 아닌 지역에서는 매물이 나오고 가격 하락 압박은 더 커질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올해 부동산 매매는 지난해에 비해 전반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올해 내 집 마련의 분위기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지난해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는 "물량이 늘어나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규제가 시행되는 내년 4월 이후 거래 절벽이 될 것이다" 등의 긍정적인 의견을 냈던 전문가들은 이후 부동산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의견이 갈리고 있다. "내 집 마련의 적기가 4월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기 직전이며, 이를 피하기 위해 나오는 매물에 관심을 두라"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그런가 하면 "올해가 아닌 내년 하반기를 추천한다"라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이들은 현재 과열된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를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금리 인상이나 입주 물량 증가 등의 효과가 내년 하반기에는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세 시장이다. 김은진 팀장은 "올해 전세가는 예년에 비해 비교적 안정세고 상승이 있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가·오피스텔 인기는 계속
여러 차례 부동산 규제 대책 발표에도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에는 번번이 이를 비켜갔다. 다만 10·24 가계부채 대책으로 인해, 올해부터 부동산 임대업자의 상환 능력을 심사할 때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이 적용된다. 임대업자가 대출을 받을 때 연간 임대소득이 대출이자보다 많아야 대출이 승인되는 것이다. 이로써 상가 투자자들의 대출이 이전보다 어려워지면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올해 오피스텔 시장은 입주 물량 급증이 맞물리면서 악재가 예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수익형 부동산은 아파트에 비해 규제가 덜한 점, 매매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점, 수요가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다. 이런 이유로 2015년 이후 꾸준히 분양 물량이 늘어나 올해에는 7만 2,666실의 오피스텔이 입주자를 맞을 예정이다. 지난해에 비해 45.94% 늘어난 물량이다. 앞으로 2~3년 동안에도 많은 물량이 공급될 예정으로 공급 과잉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은진 팀장은 "여전히 월세 수입은 운용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이다"라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인해 수익형 부동산은 꾸준히 관심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실을 고려해 들어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어느 때보다 지역별 특성에 따른 선호 면적, 수요층을 고려한 선별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송파구로 2,317실이 예정돼 있다. 이곳은 법조타운 지정 이후 대표적인 오피스텔 밀집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도에는 고양시 2,211실, 하남시 5,872실 등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 CHECK POINT /
2018 부동산 규제 달력
1월
1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도입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한 개발 이익금을 부과율 기준에 의거해 환수.
2 신총부채상환비율 도입 주택담보대출 시 모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타 대출 이자를 합산해 반영.
3 분양권 전매 시 양도소득세 강화 조정대상지역 내 거래 시 보유 기간 상관없이 50% 세율.
3월
부동산 임대업 여신 심사 강화 부동산 임대업 사업자 대출 시 임대수익이자상환비율(RTI)을 산출해 대출 심사.
4월
1 양도소득세 중과 2주택자 10%p, 3주택자 20%p 추과 세율.
2 장기보유 특별 공제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대상을 8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로 조정.
PART 03
코스피보다 코스닥
주식·펀드 공략법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 주식 시장도 맑음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세계 경기는 호황을 맞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을 거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달 시작되는 평창 동계 올림픽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 등이 주식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관석 신한은행 PWM분당중앙센터장은 "국내 주식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겠다"면서,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대형주가 크게 이익을 내는 바람에 효과가 많이 발휘됐는데 올해는 그만큼의 이익을 기대하긴 힘들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우선 연초부터 코스닥 시장의 약진이 눈부시다. 지난 1월 16일 코스닥 지수가 900선을 돌파했다. 장중 900을 넘은 것은 2002년 4월 1일 이후 처음이다. 올 초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이른바 '셀트리온 3총사'와 제약 업종에 쏠려 있었지만 점차 반도체, 기계·장비, 화학 업종으로 돌아오면서 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 분위기를 조성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지수 상승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 1월 1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책에는 3,000억원 규모의 '스케일 업 펀드'를 조성하고, 시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며, 상장 요건을 개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벤처 캐피털 등의 모험 투자를 촉진하고, 차익을 낸 벤처 캐피털이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게 금융위의 의도다. 그러나 시장 부양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도가 몰리면 거품 붕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상장 요건을 완화해 문턱을 낮추는 방안은 기업 리스크를 투자자가 떠안는 결과를 낳는 등 위험 요인도 있으니 주의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코스피 전망도 밝다. 코스피 지수도 연속 상승하며 2,500선을 회복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지난해만큼 가파른 상승을 보이긴 어렵지만, 올해도 상승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코스피 지수가 최대 2,800~3,000 이상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무래도 글로벌 경기 개선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거라는 기대감에서다. 이에 따른 수출 강화와 국내 내수 경기 회복세, 장기 금리 하향 안정세, 달러 약세 및 위안화 강세 등을 그 요인으로 봤다. 그러나 하반기에 조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니 안심할 수만은 없다. 역시 우량주에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PWM분당중앙센터장은 "대형 성장주보다는 정책적 수혜주나 올해 이익이 높을 것 같은 중·소형주나 코스닥주가 나아 보인다"면서, "정부 장려 정책 덕분에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이 많이 투입되는 등 중·소형주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많은 돈을 투자한다거나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실망도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이관석 센터장은 "지난해 서민들은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 같지 않지만, 기업들의 이익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상반기까지는 주가도 좋을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 그는 "작년까지 탄력을 받았던 모든 것이 탄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라고 하면서, "뇌관인 금리 인상, 물가 상승이나 가계부채 등 안 좋은 신호들이 있으니 '상고하저'의 분위기로 볼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코스닥 중심 중·소형주 위주 펀드 인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상승하면서 펀드 수익률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중·소형주 펀드'를 가장 유망한 투자 상품으로 꼽았다. 중·소형주의 이익 성장률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평가된 중·소형주가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며, 여기에 대형주를 일정 부분 편입한 펀드가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투자만 할 경우 대외적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해외 펀드와 분산 투자해야 한다. 해외 펀드는 미국·유럽·중국 증시가 동반 상승한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 주식도 상승세를 보여 이와 관련한 펀드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관석 센터장은 "지난해부터 해외 주식 시장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아 보인다"면서, "미국은 확장, 유럽은 회복, 일본은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데, 유럽은 회복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상승세를 이룰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성장세로 보면 유럽, 미국 순이라면서, "선진국들이 안정되면 신흥국가들이 외환 위기에 대한 불안을 덜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올해도 원자재와 관련한 신흥국 주식의 회복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 유럽, 베트남 등을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이 센터장은 "신흥 국가 중에서는 중국, 러시아와 같이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을 때 수혜를 볼 수 있는 나라를 주목하는 것이 좋다"라면서 "동남아시아, 즉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의 나라에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추천했다.
그런가 하면 국제 금 가격은 많이 상승했다. 현재 온스당 1,300달러까지 왔지만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리 큰 메리트는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금은 달러로 거래돼 원 달러 환율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현재 원화가 강세라 원화 환율로 따져보면 비슷한 수준이다"라면서 "금은 글로벌 경기가 인플레이션될 때 가장 많이 오를 수 있는 투자 대상이다. 금 투자를 생각한다면 단기보다는 장기 투자로 가는 것이 맞다"라고 조언했다.
PART 04
도박인가, 유망 투자 아이템인가
정부 정책 이후 가상화폐 전망도
가상화폐에 대한 진단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한쪽은 언젠가 가라앉을 거품, 혹은 사기나 도박, 다단계로 취급한다. 또 다른 쪽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는 기술, IT와 미래 금융이 만나기 위한 통과의례, 더 솔직하게는 '신분 상승을 꾀할 수 있는 흙수저의 마지막 기회'라고도 한다. 다른 투자와 달리 투자 연령대가 20~30대라는 점도 이를 대변한다. 이를 반영하듯,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친분을 나눈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인터넷을 통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유시민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누군가가 장난쳐서 돈을 뺏어 먹는 과정"이라며 "다 허황된 신기루를 좇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정재승 교수는 "블록체인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라고 지적하면서, "암호화 화폐에 대한 투기는 당연히 부적절하지만 그 거품이 꺼지고 올바른 방식으로 진정되는 경험을 우리 사회가 가져야지, 정부가 거래소를 폐쇄하는 방식은 최악의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 기사를 작성하는 순간에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1일에는 1코인당 1,200만원이던 비트코인이 해가 바뀐 1월 7일에는 2,500만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1월 11일 정부의 규제 입장이 발표되자 1,8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2,000만원 가까이 회복했지만, 1월 16일에는 마지노선이라는 1,600만원 선이 무너지고 1,570만원(빗썸 기준)까지 떨어졌다. 가상화폐가 워낙 변동성이 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지만, 한편에서는 아직도 '김치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가격차가 있어 가상화폐 폭락은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가상화폐가 한국 거래소에서만 유독 더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12월부터 나타난 이 현상은 대부분의 가상화폐가 15~20% 이상 높게 거래돼 국내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비상식적으로 높아진 현상을 일컫는다. 주요 외신들은 국내에 불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 과열 현상을 전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가상화폐는 국경이 없는 무국적 화폐다. 이론적으로는 나라별, 거래소별로 가격차가 없어야 하지만 국가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암호화폐를 살 수 있는 법정화폐(원화, 달러 등)는 국가의 관리 아래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종류는 2,000여 가지나 된다. 개발 중인 단계에 있는 것까지 합한다면 앞으로 그 종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상화폐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게다가 주식과 달리 24시간 장이 열리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급등락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 숫자가 왜 변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주식은 기업 실적과 성장 가능성을 따져 투자하지만 가상화폐는 그야말로 '가상'이기 때문에 가치를 따지기 어려우니 정부의 정책이나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게 흔들리며 그 폭도 어마어마하다.
나라마다 가상화폐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과 규제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스위스는 가상화폐를 아예 달러와 같은 화폐로 인정했다. 미국과 일본은 거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에서 받아들여, 자산이나 상품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고 취급 거래소와 은행에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은 가상화폐를 통화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고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프랑스는 투기와 돈 세탁을 막기 위해 가상화폐를 규제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강력한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지난 1월 16일 주요 외신들은 "중국 당국이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외 플랫폼의 중국 내 접근을 차단하기로 했다"며 "단속 대상에는 가상화폐 결제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개인이 포함되고 서버를 통하지 않은 개인 간 거래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투자'가 아닌 '투기'인 이유
우리 정부는 가상화폐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나섰다. 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지난해 12월 28일 '가상통화 투기 근절 특별 대책'에서 가상화폐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세 조작, 자금 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검찰, 경찰, 금융 당국의 합동 조사를 통해 엄정 대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은행의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신규 가상계좌 서비스를 금지했다.
특별 대책 발표 이후에도 투기 열기가 뜨거워지자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를 도박과 투기로 규정해 거래소를 없애고 가상화폐 중개 수수료를 몰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과 동시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은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의 매도가 집중되며 순식간에 20% 이상씩 하락했다.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은 물론 SNS상에서도 정부 규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폭주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해당 사안은 아직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해명할 정도였다.
이후 1월 15일,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일단 보류하고 거래 실명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법무부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 방안은 12·28일 특별 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 억제 대책 중 하나로,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라면서, "과도한 가상 통화 투기와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해나가기로 했다"며 일각에서 일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가상 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 행위,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 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상 통화 채굴, 투자, 매매 등 일련의 행위는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1월 16일에는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규 회원 가입 및 계좌 개설을 은행권의 실명 확인 시스템이 가동되는 1월 30일부터 허용한다는 당근책을 내놓았다. 농협·산업·기업·신한·국민 등 시중 은행 5곳은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 실명 확인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이보다 3~4개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가 은행과 실명 확인 시스템 관련 계약을 맺게 되면 가상화폐 신규 회원에 대한 계좌 개설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가상화폐, 거품 꺼지나?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정부와 가상 통화 투자자 간의 인식 차가 큰 상황이고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라면서 "공식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전망을 밝히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털어놓았다.
이관석 신한은행 PWM분당중앙센터장은 "가상화폐뿐 아니라 모든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다. 반대로 말하면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다. 즉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면 큰 손실도 각오하고 들어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버블' 사건을 예로 들었다. 튤립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에 대한 과열 투기 현상을 말한다. 튤립 투기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실거래 없이 튤립 가격이 1개월 만에 50배나 뛰는 일이 발생했다가 최고치 대비 수천 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사건이다. 이 센터장은 "남들이 번다고 해서 부화뇌동해 뛰어드는 건 안 된다"라고 경계했다.
그런가 하면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금융 전문 방송 CNBC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상화폐 대부분은 나쁜 결말을 맺게 될 것이 분명하다"라고 단언했다. 다만 그는 가상화폐의 향후 전망을 비관하면서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가상화폐 관련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미 알고 있는 것에 투자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며 "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투자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2014년에도 비트코인을 "신기루"라고 표현하며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버핏 회장의 측근이자 오랜 파트너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 역시 "비트코인을 비롯해 다른 가상화폐들은 모두 거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가상화폐 열풍에 대해 "단기간에 얻는 수익으로 인해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과열된 투자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번성하겠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의 고삐를 죄면 투기 세력이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 낙관론을 제시한 사람은 '스냅챗'의 최초 투자자였던 제러미 류다. 그는 2030년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50만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 공동 창업자 닉 콜라스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가상화폐 보고서'를 통해 "내년 가상화폐 가격이 4차례 붕괴를 겪으며 최저 6,500달러에서 최고 2만 2,000달러 사이를 오갈 듯하다"라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또 "가상화폐들은 가치 산정이 어렵고 경제적 효율을 측정하기 위한 용례도 아직 축적되지 않았다"며 "극심한 거래 변동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기사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에도 가상화폐의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