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특혜 논란
5차례의 재검 끝에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유아인을 두고 그가 병역 관련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났다. 지난 2015년 배우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유아인.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3세 ‘조태오’ 역으로 ‘미친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자신만의 새로운 이방원을 탄생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다만 1986년 생으로 당시 30세인 그에게 “군대는 언제 가느냐?”는 질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상태. 그러던 중 지난 2016년 12월 유아인의 소속사가 유아인이 어깨 부상으로 병역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상태라고 알렸다. 지난 2015년 12월, 2016년 5월·12월에 재신체검사(이하 재검) 후 병무청으로부터 같은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소속사 측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유아인은 군 복무를 회피 중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유아인이 직접 나섰다. 2017년 2월 직접 영화 <깡철이>와 <베테랑> 촬영 도중 부상을 당했고, 어깨에 비정상적인 발육이 관찰되는 골종양이 있다고 밝힌 것. 자신의 건강 상태는 병역 기피를 위한 도구가 아니며, 병역에 관련된 어떤 특혜도 받고 있지 않다고 의혹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4월 5일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제작발표회에서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작품이냐, 군대냐. 뭘 선택할 것이냐’라는 기사를 많이 봤는데 군대는 절대로 선택 사항이 아니에요. 면제를 받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 후 유아인은 5월 1일 4차 재검에서 다시 판정 보류 통보를 받고, 5월 22일 제5차 재검을 받은 후 6월 27일 최종적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유아인과 병무청 측에서는 어떠한 특혜도 없이 절차대로 진행해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국내 정서상 병역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여전히 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계속되고 있다.
SNS 설전 ‘애호박 대첩’
평소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던 유아인이 SNS에서 설전을 벌였다. 유아인이 지난 11월 17일 자신이 언급된 멘션을 리트윗하고 그에 대한 답글을 남기면서 설전이 촉발됐다. 멘션의 내용은 이렇다.
“유아인은 20m쯤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친구로 지내라면 조금 힘들 것 같다. 냉장고 열다가 채소 칸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 있으면 가만히 보다가 ‘혼자라는 건 뭘까?’ 하고 코 찡긋할 것 같음.” SNS나 인터뷰 등에서 드러난 유아인의 감성적인 면을 보고 한 말로 추측된다. 갑자기 감성이 드러나는 말로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만들 것 같다는 것.
이에 유아인은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찡긋)”이라며 장난스러운 답글을 남겼다.
이 멘션이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그들은 ‘맞아봤냐’는 발언을 이유로 유아인을 ‘폭력적이고, 여성을 혐오하는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해 부르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자 유아인은 “그냥 한 말에 한남이라녀(코찡긋)”이라고 반응했고, 설전이 시작됐다.
사건 발단일로부터 일주일이 흐른 후 해당 설전은 남녀 문제가 됐다. 한 네티즌은 “여성이니까 여성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아인은 이렇게 반응했다. “‘여성이니까 여성 인권에만 힘쓴다’는 말은 남성들에게 ‘남성이니까 남성 인권에만 힘쓰라’는 말과 같습니다. 타인에게 이해와 존중을 받고 싶다면 타인을 존중해야 됩니다.”
유아인은 이와 같은 식으로 각종 멘션에 답글을 남겼고 한 네티즌에게 여성을 비하해 부르는 ‘메갈’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과열된 설전에 대중과 언론이 주목하면서 일각에서는 유아인을 두고 연예인이라면 참았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시에 젠더 권력에 대해 성찰하라는 주문에 ‘메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네티즌에 대한 반응도 있다. 유아인의 답글을 본 원글 작성자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제3자가 유아인이 불쾌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
사건이 과열되던 와중에 유아인이 자신은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했다. 11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두 명의 누나를 둔 ‘귀한 아들’로 태어났지만 명절마다 여자는 제수를 차리고 남자는 허세를 부리는 상황이 불편했음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에 깊이 배어 있는 남존여비의 전통 속에서, 여성의 지위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어떤 차이와 차별 없이 자신의 존재 그대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SNS를 하고 있으며,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인간성을 지키며 교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호박 대첩’ 2차전
설전은 익명의 네티즌을 넘어 유명인들과도 계속됐다. 11월 27일 영화평론가 박우성이 트위터로 “유아인은 속물”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유아인은 박우성의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당했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은 여성들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는 도중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유명해진 김현철 정신과 의사가 사건에 편승했다. 김현철 정신과 의사는 11월 25일 트위터를 통해 유아인이 급성 경조증(경미한 형태의 조증)에 걸릴 수 있으며, 이론상 2년이 흐른 후 우울증으로 발전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유아인의 소속사 관계자나 가족에게 자신을 만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유아인은 정확하고 심도 깊은 접근 없이 자신을 진단한 김현철 정신과 의사를 비난했고, 네티즌 역시 정확한 진단을 제쳐둬도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할 의사가 많은 이가 보는 공간에 진단 내용을 노출한 것을 질타했다. 이 같은 상황에 김현철 정신과 의사는 자신은 의사로서 의무를 다했다고 밝힌 후 유아인에게 사과의 뜻을 건넸다.
몇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후 12월 3일 유아인은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을 줄이고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겠다며 ‘애호박 대첩 종료’를 암시했다. 하지만 7시간 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전면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유아인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소개하는 문구를 ‘트위터 유물 발굴단(소속:대한민국 트위터 정상화 운동회)’이라고 변경했다. 유아인은 익명성을 담보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트위터를 만들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맹목적인 비난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상태에서 논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원하는 게 아닐까?
유아인과 네티즌의 설전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