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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주혁을 기억하다

배우 김주혁이 지난 10월 30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서울 삼성동의 한 아파트 정문 근처에서 일어난 차량 전복 사고였다.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두부 손상. 갑작스러운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고 김주혁에 대한 기억들.

On December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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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주혁, 생애 마지막 인터뷰

지난 9월 말, tvN 드라마 <아르곤> 종영 후 가진 인터뷰가 김주혁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그날의 김주혁은 분명 편안해 보였다. 말과 행동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평소 간결하게 말하던 그가 웬일인지 덧붙여 말하려 했고, 대화 곳곳에선 반말투로 말했지만 그 역시 품위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김주혁은 '사랑'과 '사람' 그리고 '죽음'을 이야기했다.

생전의 김주혁은 사실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보인 친근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두어 번의 인터뷰를 통해 만났지만 그때마다 '구탱이형'처럼 말이 많다거나 허당기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사람을 살갑게 대한다거나,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김주혁과의 대화는 늘 예상 밖의 범위에 속해 있었고, 포장 없이 짧고 간결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대답이 무심한 듯했어도 방어적이거나 경계 태세로 상대를 대한 적은 결코 없었다. 생전 마지막 만남이 됐던 그날의 인터뷰에서도 똑같았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어요. 기자는 기자 나름대로, 배우는 배우 나름대로 다 저마다의 사연과 고충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기자들이 뜻대로 기사를 쓸 수 없는 건 연기가 내 뜻대로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앞으로는 배우로서 좀 더 여유를 가지려고 해요. 그렇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네요."

김주혁은 지나간 날보다 다가올 날을 맞이하는 데 더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삶을 대하는 그런 태도가 멋있다고 칭찬하자 멋쩍어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소위 말하는 '품위'는 더더욱 없다고 했다. 과한 겸손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제 삶이나 저는 멋이 없어요. 저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차라리 '저 사람, 참 삶을 멋있게 살았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게 다예요."

이처럼 김주혁은 여느 배우와 달랐다. 근사하게 꾸며 이야기할 줄 모르는 배우였다. 연기관이나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할 땐 더욱 그랬다. 다만 혼자 돋보이기보다 작품에 함께 조화롭게 묻어나는 연기자이고자 했던 것 같다. 자신의 연기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던 건 지난 2011년 방송된 MBC <무릎팍도사>에서였다. 그는 자신이 주연으로 작품에 임할 때도 "그 작품 전체의 배경 색깔을 깔아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상대 배역들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연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그의 답변은 심심하게 느껴졌다. 매번 "상대 배우, 작품과 호흡하는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배우로서 개인적인 욕심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작품에서 호흡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 했던 마음이 아니었을까. <카이스트>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싱글즈>나 <광식이 동생 광태> <아내가 결혼했다> <방자전> <공조>까지, 어느 작품 하나 김주혁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밑바탕이 되지 않은 작품은 없었다.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스며든 그의 연기가 뒤늦게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오늘의 영화계의 많은 이에게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3일 전 제1회 더서울어워즈에서 영화 <공조>로 받은 남우조연상이 영화상으로는 생애 처음으로 받아본 상이라는 사실도 배우로서 그의 진가를 일찍이 알아보지 못한 이들에게 마음의 빚으로 남기도 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고민이 많아요.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내 색깔대로 하자'는 것이었죠. 작품과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해내는 게 배우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답이란 건 없지만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는 다작을 하며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집요하게 증명해온 듯했지만 마냥 소비되기만 했던 배우는 아니었다. 쉼 없이 다작하는 이유에 대해 "요즘 들어 연기하는 게 더 재미있다"라고 답했다. 누구보다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그였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되지만 앞으로 연기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때 코미디가 많이 들어오고 해서 스스로 지루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볼 수 있어 좋아요. 배우는 매번 새로운 걸 해보고 싶으니까요."

연기에 대한 고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생전의 김주혁은 어느덧 선배가 된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어떤 선배가 좋은 선배일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나이로 치면 선배와 후배 중간 위치에 있어 조율을 잘해야 하는 역할이 됐죠. 내가 잘하면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아지더군요. 반면 인상을 쓰고 있으면 팀 분위기를 해치게 되죠.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주연배우가 가져야 할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일부러 NG를 낸 적도 있었어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넉살 좋은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편안한 선배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헤아리게 됐다.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 끝은 멘토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멘토가 없다." 놀랄 만큼 단호했다.

"인간관계가 넓지 못한 편이라 그런지 제게 멘토가 돼주는 선배는 없어요. 후배들에게도 조언해주는 선배가 아니죠. 누군가에게 제가 멘토가 될 자격도, 능력도 없다고 생각해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편에 가깝죠. 그냥 솔선수범하는 선배가 되려고 해요. 날 좋아하는 후배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 정도에서 나를 보고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알려진 배우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그 굴레에서 자유로운 편이라고도 말했던 김주혁. 자기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려고 하기 때문에 열애와 같은 '시답잖은' 것으로 화제가 되더라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아니라고 했다.

"때론 배우로서 관리를 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배우는 철이 들지 않고 자유로울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상 여러 제약이 있지만 연기를 통해 억눌린 부분이나 쌓인 것을 풀고 있죠."

'연기'에 대한 갈증으로 똘똘 뭉쳐 있던 김주혁은 연인 이유영과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결혼하고 싶다"던 그는 지금 없다.

"결혼… 안 할 것 같아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결혼할 마음은 있어요. 예쁜 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엄마 입장에서도 모든 면에서 딸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아빠가 된 모습도 상상이 잘 안 되지만.(웃음)"

김주혁은 이상대로 살기 어려운 현실에서 어떤 생각으로 그 길을 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아마 자신이 우직하게 20년 가까이 배우 생활을 해오면서 지켜왔을, 그만의 삶의 방식이라 짐작됐던 고백이었다.

"저는 무조건 이상향만 좇는 사람은 아니에요.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 하죠. 그렇다고 옳지 않은 길을 향해 일부러 가는 편도 아니에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방향에 대해 가장 크게 고민하며 사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부득이하게 맞지 않는 길로 갈 때가 있지만 그 방향이 맞다 생각하고 가진 말아야 하는 것처럼요."

놀라운 사실은 김주혁이 과거 인터뷰에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는 거다. 역시 거창하게 꾸미지 않았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꽤나 담담했다.

"그런 질문을 도대체 왜 해요? 이해할 수가 없네. 죽음을 두려워하니까 이렇게 잘 살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무섭죠. 아무리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해도 조금은 무서울 거예요. 당연한 거죠. 어찌 됐든 지금은 죽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요.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거지."

카메라 안에서 자유로웠던 김주혁은 세상을 떠나기 전 아직 관객을 만나지 못한 두 편의 영화를 남겼다. 최근 촬영을 마친 <흥부>와 <독전>은 고인의 유작이 됐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영화가 개봉하게 되면 새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멋쩍게 인터뷰에 나서곤 했던 김주혁의 미소가 떠오를 것 같다.



마지막 가는 길

고 김주혁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아산병원에 마련된 장례식장에는 수많은 동료 연예인을 비롯해 일반인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런닝맨> 촬영장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 연인 이유영은 촬영을 중단하고 바로 빈소로 향했다. 이틀 동안 고인의 곁을 지켰고, 입관식도 함께했다. 그녀를 지켜본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유영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지쳐 보였다고 한다.

<1박2일>로 인연을 맺은 후 절친하게 지내오던 차태현은 송중기의 결혼식이 끝난 직후 빈소를 찾아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배웅했다. 빈소를 찾아 오열하는 모습으로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던 데프콘은 다음 날에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김주혁과 12년간 나무엑터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식구이자 대학 동문인 유준상 역시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고, 이틀 동안 김주혁의 곁을 지켰다.

이 밖에도 전도연, 최불암, 안성기, 유동근, 송윤아, 남궁민, 정상훈, 송중기, 유지태 등 수많은 동료 배우들이 빈소를 찾아 그의 명복을 빌었다. 특히 유지태는 개봉을 앞둔 영화 <꾼> 레드 카펫 일정 등을 모두 취소하고 추모에 동참했다.

김주혁의 발인식에도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유족과 소속사 나무엑터스 임직원, 황정민·정진영 등 동료 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40분간 비공개로 치러졌는데, 김주혁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될 때는 곳곳에서 탄식 섞인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유영은 염이 끝난 뒤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함께 참석한 지인에게 몸을 기대며 눈물을 흘렸다.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한 이유영. 수척해진 얼굴이 그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대신 말해주었다.

친구의 편지

김주혁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사람은 소속사 나무엑터스의 김종도 대표였다. 김종도 대표와 김주혁은 소속사 대표와 배우의 관계를 떠나 친형제 같은 우애를 자랑했던 사이였다고 한다. <1박2일-절친 특집> 당시 김주혁은 자신의 친구로 등장한 김종도 대표에 대해 "정말 친형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종도 대표 역시 "평생 김주혁의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보람이 될 것"이라며 김주혁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김주혁의 발인식이 거행된 날 밤, 김종도 대표는 동생이자 친구, 그리고 동료였던 김주혁을 떠나보낸 심경을 밝혔다.

"너무 슬퍼하실 팬분들과 주혁이와 저의 지인들에게 한 말씀 드려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실 거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주혁이는 늘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배우였습니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한 배우였죠. 이제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주혁이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미소 짓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저 또한 그러려고 노력할 겁니다. 우리 모두 힘내자고요."

담담한 말투 속에 친구를 잃은 슬픔이 묻어났다. 실제로 그는 <우먼센스>에 "주혁이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주혁이도 내가 잘 이겨내는 걸 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엑터스 김동식 대표도 김주혁을 추모했다. 김동식 대표 역시 김주혁과 지난 16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그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 김주혁의 아버지 고 김무생의 장례도 김동식 대표가 치렀다.

"지난 4일은 저에게 이 세상이 전부 멈춰버린 것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세상과 단절돼 날씨가 어떤지, 지금이 몇 시인지, 내가 배는 고픈지, 밥은 먹었는지도 느끼지 못한 채 한 사람에 대한 생각만으로 정신없이 빈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글에 주혁이가 얼마나 근사한 배우였는지, 또 얼마나 착하고 귀여운 동생이었는지 쓰고 싶지만 그러지 않겠습니다. 혹여 그 추억을 쓰고 나면 우리 우정의 무게가 가벼워질까 봐, 그 추억이 일찍 잊히고 흩날리게 될까 봐.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내 가슴속 깊은 곳에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고마웠다, 내 동생."

사망 원인 미궁 속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의 한 아파트 정문 부근에서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그랜저 차량을 추돌한 뒤 인도로 돌진, 아파트 벽면에 부딪친 뒤 전도된 이번 사고.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사망 원인에 의문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유가족의 요청으로 진행된 부검에서 약물이나 음주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가장 크게 의심 받았던 심장 동맥 손상, 혈관 이상, 염증 등도 발견하지 못해 심근경색이나 심장전도계의 이상 역시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국과수는 교통사고로 치명적인 머리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급격한 심장 또는 뇌 기능실조가 선행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 강남경찰서와 도로교통공단은 사고 현장 조사를 실시하며 차량의 속도, 타이어 흔적 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다. 드론, 3D 스캐너 등의 장비를 이용해 사고 현장의 도로 상황과 노면 표시, 도로 경사도 등을 측정했고, 1차 사고 현장의 거리와 건물 충격 후 최종 전도 위치까지의 거리 등에 대한 확인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박스의 음성 녹음 여부와 급발진 등 차량 결함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그러나 블랙박스의 경우 음성 녹음 기능이 꺼져 있어 녹음 자체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사고 당시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 역시 낮은 상태다.

부검과 차량 결함 확인, 사고 현장 확인 등을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사고 원인은 미궁 속에 빠졌다. 최종 조사 결과는 다음 달 중순께 발표된다.

김주혁이 남기고 간 작품

1999 <카이스트>

1999 <카이스트>

대중에게 김주혁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첫 작품. 젊은 과학도의 일상을 실감나게 풀어내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김주혁은 이 드라마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정명환' 역을 맡아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방영 당시 그를 진짜 카이스트 박사로 오해하는 사람도 생겨날 정도였다는 후문.

2003 <싱글즈>

2003 <싱글즈>

싱글들의 삶을 잘 드러냈다는 평과 함께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주혁은 준수한 외모의 잘나가는 증권맨 역할을 맡았는데,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서는 자존심도 버리는 지고지순한 남자로 열연했다. 2009년 위암으로 떠난 고 장진영과는 이 작품과 <청연>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두 작품에서 모두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연인으로 나왔다.

2004 <홍반장>

2004 <홍반장>

2004년 개봉해 배우 엄정화와 호흡을 맞췄던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하 <홍반장>)은 김주혁에게 '한국의 휴 그랜트'라는 애칭을 안겨준 작품이다. 훤칠한 키에 수려한 용모, 모르는 일도 없고 못하는 일도 없는 동네 반장인 30살의 '홍두식' 역을 맡은 김주혁은 특유의 친근한 매력을 십분 발휘하며 농익은 유머 감각을 자랑했다.

2005 <프라하의 연인>

2005 <프라하의 연인>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최상현' 역을 맡아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사랑이란 카메라 플래시처럼 어느 순간 팡 터지는 거랍니다. 아주 잠깐 눈앞이 캄캄한 거래요. 전 지금 눈앞이 캄캄합니다. 죽을힘을 다해 데려가요. 전 죽을힘을 다해 지킬 테니"라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2005 <광식이 동생 광태>

2005 <광식이 동생 광태>

배우 봉태규와의 브로맨스 조화가 돋보였던 <광식이 동생 광태>는 쉽게 볼 수 없는 김주혁의 허당스러운 면모를 보여준 작품. 김주혁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고백 한 번 못 해보고, 라이벌이 등장하면 평화를 위해 숨어버리는 '연애계의 평화유지군'의 모습을 연기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 진가를 더욱 발휘했던 김주혁의 매력은 '광식' 캐릭터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남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10 <방자전>

2010 <방자전>

고전 소설인 <춘향전>을 새롭게 해석한 <방자전>에서 김주혁은 양반 이몽룡이 아닌 머슴으로 분해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특히 그가 보여준 파격 정사 신은 아직도 회자될 정도. 당시 김주혁은 생애 첫 노출 연기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2016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2016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연인 이유영을 만나게 해준 작품. 김주혁은 자신을 떠난 연인(이유영 분)을 찾아 헤매는 감정을 일상적이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지질남과 그런 남자의 집착 대상인 한 여자. 홍상수 감독의 변하지 않은 포맷 안에서 김주혁과 이유영은 극히 현실적인 남녀의 관계에 몰입해 결국 연인이 됐다.

2016 <공조>

2016 <공조>

올해 1월 개봉한 <공조>에서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조직의 리더 '차기성' 역을 맡았다. 캐릭터와 연기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1박2일>에서 하차할 정도로 변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여왔다.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을 완벽히 소화해내면서 그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이끌어낸 작품. 김주혁은 이 영화로 '더서울어워즈'에서 영화로는 20년 만에 첫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아르곤>

2017 <아르곤>

대중이 그를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작품. tvN <아르곤>은 2013년 <구암 허준> 이후 4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김주혁은 탐사 보도 아르곤 팀의 수장 '김백진' 역을 맡아 앵커로 완벽히 분하며 카리스마를 뽐냈다. 냉철한 판단력과 정의를 추구하는 언론인의 모습을 그려낸 그의 연기를 통해 많은 이가 언론인으로서의 자격과 책임, 의무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SAY SAY SAY 따뜻한 말말말

"올해로 연기 생활한 지 20년이 됐는데, 영화에서는 상 처음 타봅니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해서 이런 강렬한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2017년 10월 27일 '제1회 더서울어워즈'에서 <공조>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소감
"매번 말했지만 난 이 팀에 민폐지.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순간에도 이상하게 참아져. 그 참아지는 순간 내가 이 팀에 민폐라는 생각이 오는 거야." 2015년 <1박2일> 하차 심경
"좀 더 잘생겼으면 싶죠. 제 얼굴은 평범한 데다 각도에 따라 변화가 많거든요. 어느 쪽에서 봐도 남자답고 수더분하게 보이면 좋겠죠." 2005년 <광식이 동생 광태> 개봉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악역을 어떻게 할까 생각했는데 악역이라고 다 나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는 제 신념대로 연기했을 뿐이에요." 영화 <공조> 개봉 인터뷰에서
"힘을 빼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남의 소리를 듣고 깊이 있게 이해하니까 리액션이 달라진 것 같아요. 고민이 많지만, '엉뚱한 길로 가고 있지는 않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아르곤> 종영 인터뷰에서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취재
김시우(프리랜서)
사진
하지영, 최준필(일요신문기자), 나무엑터스 제공, 영화 스틸컷
2017년 12월호
2017년 12월호
에디터
이예지
취재
김시우(프리랜서)
사진
하지영, 최준필(일요신문기자), 나무엑터스 제공,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