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프트 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천장이 높고 세련된 거실 겸 다이닝 룸 공간. 블랙 철제 프레임 빈켈 장식장 벤스, 나무 텍스처가 그대로 살아 있는 빅 테이블·의자 모두 도이치가구, 화병 모양을 형상화한 스틸 소재 틀과 투명한 화병이 멋스러운 누드 베이스 무드니, 헤링본 패턴의 원목 마루 노바마루.
취향과 로망을 담다
솔직 담백한 입담으로 인기를 끌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가수 겸 방송인 이지혜. 그녀가 지난 9월, 웨딩마치를 울리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몄다. <우먼센스>가 이지혜를 만난 건 2015년 그녀가 부모님과 함께 살던 빌라를 개조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때랑 인테리어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아무래도 저보다 가족 중심이어야 하니까 최대한 자제했어요. 하지만 신혼집은 온전히 제 취향과 집에 대한 로망을 풀어냈죠.” 부모님과 함께 살던 빌라가 안락하고 편안한 공간이었다면 신혼집은 한층 감각적이면서 실용적인 느낌이 들었다.
시공과 디자인을 맡은 달앤스타일 박지현 실장은 이지혜의 취향과 로망이 담긴 신혼집을 완성하기 위해 ‘호텔 같은 신혼집’을 콘셉트로 밑그림을 그렸다. “이지혜 씨가 워낙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감각적인 사람이라 리모델링을 시작하기 전부터 확고한 취향이 있었어요. 바쁜 부부가 집에 있을 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생활 패턴을 반영하길 원했죠. 이를 잘 담아내기 위해서는 들어가자마자 방과 마주하는 106.65㎡(약 32평)의 답답한 구조부터 재배치해야했어요. 과감히 방 하나를 없애고 거실로 합쳐 스타일리시한 거실 인테리어를 실현했습니다.” 아파트 꼭대기 층이라는 이점을 살려 박공지붕 모양으로 노출 콘크리트 천장을 만들었는데, 이건 이지혜가 적극적으로 제시한 아이디어다. 덕분에 확 트인 개방감을 얻은 건 물론 뉴욕 로프트 하우스 같은 감성이 느껴진다.
호텔 같은 신혼집
촬영 내내 바지런을 떨며 움직이는 이지혜는 천생 주부가 체질처럼 보였다. 액자 하나, 디퓨저 하나도 자신의 룰대로 정리 정돈을 해야 하는 깔끔한 성격이 신혼집에 오롯이 반영된 듯했다. “이 집은 원래 시어머니 집인데 전세로 내놓으셨다가 저희 부부가 결혼하면서 신혼집으로 주셨어요. 처음에는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라 강남에 새 집을 알아봐주시겠다고 했는데 제가 이 집이 마음에 들어서 졸랐죠. 동네가 조용하기도 하고 남편이 어릴 적에 살던 집이라 의미가 있어 여기서 시작하고 싶었어요.” 이지혜는 신혼집이 그저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공간이 아니라 부부 모두에게 집에 오는 것 자체가 기쁨이 되기를 꿈꿨다. 그러기 위해 감각적인 인테리어는 물론 취미 활동과 여가 시간을 즐기기 위한 부부의 생활 패턴을 반영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성경 큐티 공부를 비롯해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자 밥을 먹고 차를 즐길 수 있는 큰 테이블을 거실에 두어 데이트를 즐기던 카페처럼 아늑하면서 스타일리시하게 꾸몄다.
박지현 실장은 사람 좋아하는 부부가 손님 초대가 많을 것을 고려해 부부만의 공간은 확실히 구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침실이나 드레스 룸 같은 사적인 공간은 완벽히 보호돼야 하죠. 그래서 침실과 드레스 룸, 부부 욕실 앞으로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집 속의 또 다른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었어요.” 거실을 넓게 쓰고 슬라이딩 도어를 세우는 등 활용도가 높은 구조로 변경했다.
결혼의 온도
“제가 결혼 전에 방송에서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 많이 했었잖아요.(웃음) 하지만 결혼에 대한 진짜 확신은 지금 남편을 만나면서 생겼던 것 같아요. 남편이 연애 경험도 많지 않고 순수한 남자지만 저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결혼을 전제로 만나볼래?’라며 남자답게 고백하더라고요. 함께하면 할수록 편안하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에요.” 사랑의 힘이랄까? 결혼 전의 이지혜와 지금의 이지혜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한층 여유가 생겼고 따뜻해진 느낌이다. “겸손하게 사는 부부가 되고 싶어요. 뭔가 보여주기 위해 행복해 보이려는 ‘허세’보다 삶 속의 본질이 꽉 차서 진짜 행복한 그런 부부요. 그래서 요즘은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리는 것도 심사숙고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많은 분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요.”
바지런한 성격의 이지혜는 외출 후 돌아와서 집 정리를 해야 마음이 편하다. 부모님과 살 때는 ‘아버지가 해주시겠지’ ‘어머니가 해주시겠지’하며 의지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내 집’ ‘우리 공간’이라는 생각에 주체적으로 움직이게 된단다. 집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것이 이지혜의 몫이라면 남편은 빨래, 설거지, 쌀 씻기 등으로 살림에 보조를 맞춘다. 지금 그 무엇보다 남편과 늘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지혜. 부부만의 생활 방식에 맞춰 리모델링을 마친 신혼집은 아이가 태어나면 또 다른 계획을 세울 테지만, 그간 꿈꿔왔던 로망과 설렘을 온전히 담은 결과물이라 만족스럽다. 신혼 생활을 즐기기에 이만한 집이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