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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박사’의 돈 되는 이야기

빌딩은 영원히 내 것이 아니다

빌딩을 매입하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리모델링하고 싶기 마련이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건물을 사용할지 고려해야 훗날 후회하는 일이 없다.

On September 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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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되려는 입장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빌딩의 ‘용도’다. 해당 건물에 어떤 사람이 임차인으로 들어오고, 어떤 업종이 들어올 것인지, 또 임대 수요가 있는 지역인지, 면적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고 임대인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에 빌딩을 매매하거나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지상 몇 층, 지하 몇 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임대 수요와 임대 목적을 따지는 게 먼저다.

빌딩의 용도는 크게 ‘사옥용’과 ‘임대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옥은 기업이 업무를 위해 입주한 빌딩을 말한다. 임대용은 건물주가 임대수익(월세)을 얻는 수익형 빌딩을 뜻한다. 사옥용 빌딩은 해당 건물에 입주할 기업이 쓰기 좋게끔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의 직원들을 위해 업무상 편한 구조로, 기업 CEO의 입맛에 맞게 짓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할 점이 있다. 부동산은 ‘내가 좋아하는 건물’이 아니라 ‘남이 좋아하는 건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닌 남이란 해당 건물을 새로 사들이거나 임차할 사람을 말한다. 나만 좋아하고 내 취향에 따라 지은 건물은 나중에 팔려고 해도 적당한 새 주인이나 임차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옥용 빌딩은 임대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어렵다. 원조 한류 스타로 유명한 배우 R씨의 경우가 좋은 예다. R씨는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영향 때문인지, 새로 건물을 지으면서 내진 설계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진도 8.5에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빌딩을 올렸다. 그런데 엄청난 지진에 견딜 내구성을 확보한 대신 건물의 구조는 포기해야 했다. 건물 한가운데에 커다란 기둥이 배치됐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일의 건물은 요즘에는 보기 어려운 구식이고, 평면 활용성이나 구조 자체가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R씨는 또 자가용 출퇴근이 많은 자기 회사 직원들을 위한답시고 건물 1층을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빌딩의 1층은 건물 전체 임대료의 20~25%를 차지하는 알짜배기 공간이다. 해당 지역의 비슷한 빌딩의 1층 월세는 약 1,000만원 정도다. 매달 1,000만원의 부수입을 날려버린 것은 물론 1층 전체를 죽여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빌딩 1층에 주차장을 만들면 훗날 리모델링을 할 때에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주차장으로 활용하던 1층을 상가로 리모델링할 경우, 추가로 리모델링 전의 공간만큼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대형 연예기획사의 대표이자 유명 가수인 P씨의 빌딩이 좋은 예다. 해당 건물은 1층이 주차장으로 꾸며져 있어 활용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이를 모 재벌그룹 총수의 여동생이 사들였다. 주변 지역을 참고하면 해당 건물의 1층은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으로 딱 좋은 자리였다. 건물을 새로 사들인 그녀도 매입 후 리모델링에 나섰다. 그런데 해당 지자체(구청)가 애초 빌딩 건축 시 할당된 주차대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리모델링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1층만 제대로 활용했어도 80억원은 족히 나갔을 건물이 10억~15억원 정도 빠진 금액에 거래된 사례다.

빌딩을 매입하면 빌딩의 소유주가 영원히 한 사람일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언젠가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야 하는 게 빌딩의 숙명이니, 내가 아닌 남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짓거나 구입해야 한다.
 

글쓴이 박종복
20년 경력의 미소부동산연구센터 원장으로 업계에서 '빌딩 박사'로 손꼽힌다. 가수 이승철, 농구선수 서장훈을 비롯한 스타들의 빌딩 매매를 담당했으며 최근 부동산 투자 노하우를 담은 책 <빌딩 박사 박종복의 나도 강남 빌딩 주인 될 수 있다>를 출간, 부동산 컨설팅에 앞장서고 있다.

CREDIT INFO
객원 에디터
김지은
박종복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2017년 09월호
2017년 09월호
객원 에디터
김지은
박종복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