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핫이슈
1 노태우 태통령 취임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5년에 전두환 당시 대통령 겸 민주정의당 총재로부터 민주정의당 최고위원으로 내정돼 당권 전부를 위임받았다. 1987년 6월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 1987년 12월에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 당시 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1988년 2월 25일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198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정치인 및 정치에 대한 풍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허용했으며 이후 중국, 동유럽권, 구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과의 외교 정책을 추진했다. 1991년에는 지방자치제도를 부활시켰고 같은 해에 ‘남북한 UN 동시 가입’ 결정이 내려지자 보수 세력의 반발에도 이를 강행했다. 1993년 퇴임 후 1995년에는 재임 기간 중에 비자금을 모금한 것이 문제가 돼 검찰에 구속됐다가 1997년에 특별사면을 받고 복권됐다.
2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청문회 스타 등극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88년 11월 제5공화국 비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와 최초로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5월 광주 자위권 발동’ 연설 때 명패를 던지는 등의 행동으로 ‘5공 청문회 스타’가 됐다. 1988년 부산 동구에서 통일민주당 후보로 제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1985년부터 시민운동을 시작한 그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앞장섰다. 이후 재야 활동을 하던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의 부탁을 받고 제13대 총선에 출마해 정치에 입문했지만 1990년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 민주정의당 총재인 대통령 노태우, 신민주공화당 총재 김종필이 합당해 민자당을 창당하기로 하자 이를 부도덕한 야합이라는 이유로 민자당에 합류하지 않았고 자신의 후원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결별했다.
3 임금 투쟁
1988년은 경상남도 창원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된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의 목표가 이루어진 해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정부와 기업 측은 공권력을 앞세워 노동자 투쟁을 철저하게 탄압했지만 노동자들은 전국 차원의 연대 투쟁, 공동 투쟁으로 맞서 싸웠다. 임금 투쟁의 목표는 최저생계비 보장과 노동자 조직의 확대 강화, 두 가지였다. 결과적으로 투쟁의 목표는 이루어졌다. 상여금 인상과 수당 신설은 대부분 관철됐고 기본급 25~35% 인상 요구는 15% 선에서 타결됐다. 전체 평균으로 보면 요구액의 60~70%가 타결돼 최저생계비 보장이라는 목표를 이루어냈다.
4 서울올림픽 개최
서울올림픽은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16일 동안 서울에서 개최된 하계 올림픽으로 12년 만에 IOC 회원국 대부분인 1백60개국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올림픽이었다. 1981년 9월 30일 구서독의 도시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일본 나고야를 52대 27로 물리치고 올림픽을 유치했다. 그룹 ‘코리아나’가 부른 ‘손에 손잡고’가 공식 주제곡이었으며 개막식에서 굴렁쇠를 굴리며 등장한 일명 ‘굴렁쇠 소년’ 윤태웅 군이 화제가 됐다. 16년 만에 동서 양 진영 선수단이 모두 참가해 동서의 이념 분쟁, 인종 차별로 인한 갈등과 불화를 해소했으며 스포츠 교류를 통해 ‘화합’의 기틀을 다졌고 세계 평화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 7차 화성 연쇄 살인 사건
1986년부터 발생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7번째 피해자(당시 53세)가 발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사건 발생 이후 최초의 목격자가 있었다는 것. 이른바 ‘갑동이’로 불린 유력한 용의자가 버스를 태워달라며 손 흔드는 모습을 시외버스 운전기사(당시 43세)와 안내원(당시 22세)이 본 것이다. 용의자는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400m 지점에서 내렸다. 당시 운전기사는 “무릎까지 젖은 남성이 버스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진술했다. 스포츠형 머리에 165~170cm가량의 키, 25~27세 사이의 남성이라는 증언은 사건의 생존자가 증언한 남성의 인상착의와 비슷했다. 경찰은 현상금 5백만원을 내걸었지만 이미 용의자는 사라진 뒤였다. 이 사건은 2003년 9월 6일 24시를 기준으로 공소 시효가 만료돼 수사가 종결됐다.
그땐 그랬지
대학가요제
전 국민이 올림픽을 향해 내달릴 때 또 하나의 혁명이 일어난 곳은 대학가요제다. ‘아기천사’라는 팀명으로 강변가요제에 출전했다가 탈락한 신해철이 친구들과 결성한 팀 ‘무한궤도’의 ‘그대에게’가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 이후 이 노래는 각종 운동 관련 행사나 대학 축제에서 응원가로 자주 쓰였다.
롤러장
성인에게 음악다방이 있었다면 청소년에겐 롤러장이 있었다. 1980년대 롤러스케이트장은 청소년의 체력 증진은 물론 음악과 교양을 넓힐 수 있는 교육적인 장소였다. 단돈 몇 천원으로 하루 종일 놀고, 먹고, 즐기며 학업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던 곳. 롤러장마다 대형 DJ 박스가 놓여 있었고 당시 최신 음악이던 유로 댄스가 학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종로 우미관, 동대문 롤러장, 불광동 롤러장이 서울의 대표 롤러장이었다.
미니스커트
유신 시대에 금지됐던 짧은 스커트가 다시 부활한 시기다. 가장 자극적이고 화려한 정치 문화의 격변기였음을 방증하는 대목. 당시 여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기에 바빴고 경찰은 그런 여자들의 치마 길이를 단속하기에 바빴다.
청청 패션
1988년을 주름 잡던 대표 패션 아이템은 ‘청청’이었다. 청바지에 청재킷으로 ‘청청 패션’ 전성시대를 만든 것. 미국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의 클래식한 청바지를 재현한 ‘리바이스 501’이 젊은이들의 ‘잇 아이템’이 되기도 했는데, ‘공포의 청청 패션’은 시대를 돌고 돌아 최근에도 패션 피플들이 선보이는 ‘핫 패션’이다.
뽕×몸뻬
1980년대에는 어깨에 패드가 들어간 품이 큰 재킷이 대유행했다. 가수 김완선, 박남정 등이 선보인 ‘뽕 의상’이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당시 젊은이들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뽕 패션’에 앞머리까지 한껏 볼륨을 주는 등 ‘뽕 아이템’을 즐겼다. 바지 끝단과 허리를 졸라매 마치 몸뻬 같은 터키풍 바지도 트렌디한 스타일로 등장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밑위가 긴 힙합 스타일 배기팬츠가 탄생하기도 했다. 최근 패션 피플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꼽히는 하이웨이스트 팬츠의 원조가 몸뻬라는 사실!
대세는 선머슴 여가수
부스스한 헤어스타일에 얼굴을 다 가릴 정도로 큰 안경을 쓴 채 등장한 ‘선머슴형’ 가수 이선희의 대표곡 ‘나 항상 그대를’이 탄생했다. 한 사람만 바라보는 마음을 절절한 목소리로 노래한 곡. 당시 우리나라 대표 음악 프로그램이었던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선희를 잇는 선머슴형 여가수는 이상은. 이상은의 ‘담다디’는 1988년 8월 강변가요제에서 이상우의 ‘슬픈 그림 같은 사랑’과 경합한 끝에 대상을 차지했다. 이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전주와 따라 부르기 쉬운 가사 때문에 ‘국민 노래’가 됐다. 당시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이상은은 유학 후 싱어송라이터로 변신, 드라마 OST를 작곡하며 팬들과 만나고 있다.
국민 드라마의 탄생
1988년 3월 2일부터 7월 28일까지 방송된 KBS <황금의 탑>은 재벌가의 상속을 둘러싸고 일어난 의문의 죽음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역대 시청률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에 출연한 홍요섭, 박근형, 김민자 등은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9월에 방송된 MBC <모래성> 역시 국민 드라마로 꼽히는 작품. 사랑으로 얽힌 세 남녀를 둘러싼 극적인 상황과 갈등을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등을 집필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으로 김혜자, 박근형, 윤여정, 강부자 등이 출연했다. 당시 여주인공이었던 김혜자는 그해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역대급 영화의 탄생
미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는 쟈니와 선희가 온갖 고초에도 꿋꿋이 버티며 인내의 결실을 거두게 된다는 내용의 <햄버거 쟈니>는 독특한 설정과 외국 배우의 출연으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설태호 감독의 작품이며 원로 배우 쟈니 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희귀 자료 중 하나. 게다가 지금은 설운도의 아내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 이수진의 과거 모습도 볼 수 있다. 박광수 감독의 데뷔작 <칠수와 만수>는 요즘도 여전히 회자되는 역대급 영화. 안성기, 박중훈, 배종옥, 장혁 등이 출연했다. 고층 건물에 광고 그림을 그리는 두 청년을 통해 정치적 민주화가 덜 된 이 땅의 뒤틀린 모습을 담았다. 주연으로 출연한 박중훈은 그해 영화평론가상에서 남자연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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