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빚어낸 첫 번째 작업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꽃을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영국에 플라워 디자인 유학을 떠난 이은영 대표. 3년간 플라워 관련 칼리지 과정을 수료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프롬더그라운드(From the Ground)’를 오픈한 지 2년 6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 만든 작업실이었지만 국내에서 흔치 않은 빈티지한 프렌치 플라워 스타일로 작업하다 보니 알음알음으로 입소문이 났다. 현재는 클래스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와 때로는 강의실로, 때로는 플라워 디자이너의 쇼룸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 유학 당시 정원이 있는 학교를 다녔어요.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각자 사용하고 싶은 풀을 정원에서 뜯어 오라며 “From the ground!”라고 외치셨죠. 그때의 마음과 자연스러움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작업실 이름을 프롬더그라운드라고 지었어요.”
1 파리의 빈티지 마켓에서 구입한 낡은 액자와 앤티크한 소품이 자연스럽게 뻗어 나온 잎사귀들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통나무는 남양주에서 사 온 것으로 꽃 장식을 올려 사진 찍을 때 유용하다. 2 영국과 파리에서 발품 팔아가며 수집한 저그는 그 자체로 존재감을 발휘하며 중요한 오브제로 활약한다. 3 수업 또는 작업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도구. 전지가위와 꽃가위에서는 그녀의 열정과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특별한 공간
보광동 골목길에 자리 잡은 16㎡(5평) 남짓한 이곳에 들어서면 갖가지 꽃꽂이가 마치 프랑스 시골의 들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무심하게 놓여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꽂이에 사용된 꽃 한 송이, 필러 소재 하나하나의 색감과 형태가 빈티지하면서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사람 손을 타지 않고 대지와 숲속에 피어 있는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기 위해, 꽃이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서다. 주변 사물이나 공간에 대한 취향이 확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마치 폴 고갱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빈티지한 작업실 인테리어 또한 소박한 분위기의 꽃들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진다. 대부분의 인테리어 소품은 영국과 파리를 비롯한 유럽에서 구입한 빈티지 제품이며, 유리병과 조명 등은 이태원과 을지로에서 발품을 팔아 마련한 것이다. 본래 올 화이트 벽면이었지만 한쪽 벽면에 스카이블루 컬러로 포인트를 준 것도 새것보다는 ‘시간의 흐름이 있어 보이는 낡은 것’을 더 선호하는 그녀의 아이디어. 특히 따뜻한 느낌을 더하는 이국적인 패턴의 노란색 커튼은 그녀의 취향을 잘 아는 친구의 선물이라고. 이렇게 순전히 그녀의 취향으로 탄생된 ‘프롬더그라운드’는 이은영 대표에게 플로리스트로서 제2의 삶이 시작된 공간으로 작업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꽃을 디자인하는 일은 하면 할수록 더 어렵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스트레스도 해소되지만 좌절감도 주는, 희로애락이 녹아든 나의 삶과도 같죠.”
그녀는 스스로 만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었을 때 행복함을 느끼는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그뿐 아니라 매일같이 바뀌는 꽃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틈만 나면 해외 연수를 다녀올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앞으로는 영역을 좀 더 확장해 공간과 꽃을 활용한 창의적인 활동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고.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는 예술가는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직업이 아니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천재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예술가는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등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내추럴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가장 의미 있는 일 또한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다.
“저는 사람에게서 받는 영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감을 주는 존재가 사물이나 건물일 수도 있지만 사람에게서 받는 시너지는 엄청나죠. 그래서 저도 그런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