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몰랐던 ‘커피 두통’의 습격
얼마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원인 모를 두통에 대한 사연이 소개된 적이 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주말에 집에서 쉴 때면 머리가 아파 고생한다는 직장 여성의 이야기였다. 주중에 매일 마시던 커피를 주말에는 마시지 않은 게 문제였다. 두통의 원인은 바로 카페인 중독에 따른 금단 증상.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는 두통, 피로감, 식욕 부진, 우울한 느낌 등이 있는데, 이 중 두통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두통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커피가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사연을 보낸 여성은 당황했다.
혹 주말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경험이 있다면, ‘커피 두통’을 의심해보라. 기상 시간이 늦으면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늦춰지고, 신체에 카페인이 공급되지 않아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카페인 금단 증상에 의한 두통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다면, 두통이 왔을 때 평소 마시던 시간에 커피를 마셔보고 두통이 호전되는지 여부를 알아보면 된다.
커피를 마신 후 1시간 이내로 두통이 나아진다면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 나타난 두통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커피로 인한 두통을 다시 커피로 해소하는 것은 결국 건강에 좋지 않다. 그보다는 카페인 섭취를 줄여나가는 편이 현명한 처방전이다. 하루 6잔의 커피를 마신다면 3잔으로, 며칠 후에는 1잔 반으로 커피의 양을 반으로 줄여보자. 그렇게 카페인 섭취를 줄이면서 1~2주가 지나면 커피 두통과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기호식품인 커피를 완전히 끊기는 어렵지만 건강을 위해 적정량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두통이 심한 사람은 주중에 하루 2잔 이상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카페인 섭취가 두통과 편두통을 가중할 수 있기 때문. 평소 두통을 달고 사는 이들이라면 특히 커피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커피, 탈수의 주범
하루 한두 잔의 커피는 몸에 해롭지 않다. 문제는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을 경우에 생긴다. 많은 직장 여성들은 공복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기호나 습관에 따라 추가로 한 잔, 식후 한 잔이 더해질 수 있고 미팅이라도 잡혀 있으면 원치 않는 커피를 연이어 마신다.
이때 머릿속으로 ‘물’을 떠올리는 경우는 몇이나 될까? <닥터 U의 여자의 물>의 저자 유태우 박사는 커피가 여자의 몸을 망치는 이유로 몸속의 물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커피를 마시면 마치 수분을 보충한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물을 찾지 않게 된다는 것. 그러나 커피는 결코 물을 대신할 수 없다. 오히려 커피 때문에 상당한 양의 수분을 잃는다.
흔히 이뇨 작용은 커피의 좋은 점을 나열할 때 주로 등장하는데, 여자 몸에는 ‘독’만큼이나 나쁠 수 있다. 커피가 몸속의 물을 지나치게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커피의 이뇨 작용은 매우 강력해서 마신 양의 두 배 정도 되는 물을 몸에서 빠져나가게 한다. 예를 들어 커피를 200ml씩 석 잔을 마셨다면, 몸에서 1.2L의 물이 빠져나간다고 보면 된다. 탈수가 진행되면 전신 순환에 방해가 되고 피부가 푸석해지는 것은 물론 몸도 쉽게 피로해지는 등 각종 부작용이 따른다. 커피로 인한 탈수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물을 하루에 2L 정도 마시는 것이다. 손실된 수분을 물로 바로 보충한다면 만성 탈수 상태까지는 가지 않는다.
커피를 마실 때는 커피의 양보다 많은 물을 챙겨 마시자.
“스트레스를 받거나 초조한 상황에서도 습관적으로 커피를 찾는 대신 물을 한 컵 천천히 마시면 좋아요. 잠시 산책을 하거나 주위를 환기시켜 커피를 습관적으로 먹는 자신을 깨워주는 행동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WE클리닉 조애경 원장의 조언이다.
나도 혹시 카페니즘(caffeinism, 카페인 중독증)?
식약처에서 발표한 카페인의 일일 섭취 권고량은 성인의 경우 400mg 이하지만, 실제 일일 적정 섭취량은 100mg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대개 피로 해소제 한 병에 30mg, 자판기 커피 한 잔에 8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으니 일일 적정 섭취량을 넘기기는 어렵지 않다. 커피나 차뿐 아니라 콜라, 초콜릿, 의약품에도 카페인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무심코 섭취하는 카페인양은 실제 생각하는 양보다 많아지는 셈.
조애경 원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카페인 중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커피는 마약이나 향정신성 약물처럼 법으로 규제된 중독성 제제는 아니지만, 중독성이 있어요. 특히 요즘처럼 한 잔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커피를 큰 컵으로 먹다 보면 한 컵으로도 카페인 하루 권장량을 넘길 수 있죠.”
적당량의 카페인 섭취는 우리 몸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등 이로운 작용을 하지만 카페인 과다로 인한 문제점을 자각해야 한다.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과다 섭취하면 불안감, 심장 박동 증가, 불면증, 울렁거림, 신경과민, 두통, 불안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적은 용량에도 중독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흔히 에스프레소가 카페인 함량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드립 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더 많다는 사실. 카페인이 커피빈에서 녹아 나오는 데는 온도와 시간이 필요한데, 높은 기압에서 단기간에 압출해 마시는 커피는 오히려 카페인의 용출이 적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페인 성분은 추출 방법이나 조건에 따라 함량 차이가 크게 난다. 건강을 생각하는 커피 애호가라면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어떻게 추출해 제공되는지, 카페인 함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보고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