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살면서 할 수 일은 많다.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쇼핑이다. 필자는 쇼핑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사지도 못할 것들’이라는 억하심정에 입을 비죽거리지만, 가장 LA다운 활동이 쇼핑이라는 말에는 크게 동감한다. 세계 각지의 쇼퍼들이 LA 지역 경제를 위해 한 몸 불사르고 가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LA에서 차로 채 30분이 되지 않는 거리에 야외 쇼핑몰이 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세워진 이곳은 ‘더 그로브.’ LA 3가와 페어펙스에 ‘미국 내의 유럽’이라는 콘셉트로 문을 열었다. 반즈 앤 노블 책방, 크레이트 앤 배럴, 나이키, 애플, 앤트로폴로지, MAC, 각종 레스토랑 등 여러 가게가 고루 입주한 이곳은 쇼핑몰이 세워지기 이전에 이미 있었던 공원과 파머스 마켓, 극장 덕분에 하루를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점심시간에 도착해 파머스 마켓의 각종 식당이나 치즈케이크 팩토리, 부카 디 베포 등의 체인점에서 한 끼를 해결하고, 극장에 가 취향에 맞는 영화 한 편을 고르고 가게들을 돌아다니다 영화를 보고 저녁 한 끼 먹고 나면 하루가 끝난다. 저렴한 물건부터 고가의 물건까지 고루 갖춘 곳이므로 가격을 막론한 쇼핑이 가능하다. 주말에는 전차가 기관사와 함께 쇼핑몰을 돌므로 그것 또한 한 가지 즐거움이다.
다음으로 ‘아메리카나’를 추천한다. ‘더 그로브’와 같이 전차가 다니는 이곳은 LA에서 25분가량 떨어진 ‘글렌데일’에 있다. 이곳의 특징이라면 바로 ‘글렌데일 갤러리아’ 쇼핑몰과의 연계성이다. 글렌데일 갤러리아 출구로 나가면 바로 길 건너에 아메리카나가 보이는 형태다. 여기서 깨알 꿀팁을 주자면, 글렌데일 갤러리아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무료라는 것.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갤러리아에 주차하고 한 바퀴 휙 둘러본 뒤 아메리카나를 들른다. 한때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손에 꼽을 만큼 큰 실내 쇼핑몰이었던 글렌데일 갤러리아는 최근 리모델링해 쾌적한 실내를 자랑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저가 액세서리 숍, 보디용품 가게, 침구류 가게, 각종 옷가게, 저렴한 푸드 코트부터 고가의 부티크까지 고루 임점해 있다.
LA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곳은 바로 산타 모니카에 있는 ‘3가 프로미나드’ 쇼핑 구역이다. 주차하려면 빙글빙글 돌아야 할 때가 많지만 그 귀찮음을 감안하고서라도 사람들과 함께 가기 좋다. 비교적 최근 리모델링한 쇼핑몰도 있고, 도시 형식으로 골목골목 들어차게 구성해 미국에 여행 온 사람들이 꼭 들르고 싶어 하거나, 여행 온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괜찮은 가게로 채워져 있다. 또한 분위기 괜찮은 레스토랑과 바(Bar)가 여럿 있다. 지난해 지하철이 개통된 이후 차가 없어도 편하게 들를 수 있어 더욱 추천할 만한 장소가 되었다. 가장 큰 특징은 바닷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 쇼핑마저 지치면 해변으로 걸어가 천천히 바다를 즐겨보자. 재즈, 컨트리, 록 등 각종 음악을 들려주는 연주자들이 있고, 일 년 내내 빛나는 태양 아래 바닷가를 거닐 수 있는 것이 바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누리는 특권이다.
LA는 넓고 쇼핑할 곳은 아웃렛 말고도 무궁무진하다. 일반 옷가게들은 주로 목요일에 새로운 세일 상품이 업데이트되므로 매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들러 새로 세일이 시작된 상품을 보는 것도 재미가 되겠다. 일 년 내내 여름인 LA는 가히 쇼핑 천국이다.
글쓴이 척홍
미국에서 나고 한국에서 자란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또한 예술 작가로 일하고 있다. 음식을 좋아해 취미는 요리하기이며, 이것저것 특이한 물품을 모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