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살 때 대출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진 돈이 부족해서”란 말은 일차원적인 답변이다. 부동산 취득 시 돈이 없어 대출을 받기도 하지만, 자산가들은 세금 문제 때문에 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자금 출처를 밝히기가 그만큼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억원의 자기 돈에 2억원의 대출을 받아 4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고 가정해보자. 국세청의 매입 자금 추적이 있다 하더라도, 자기 돈 2억원을 제외한 부채 2억원은 ‘은행 대출’이란 명목으로 간단히 소명할 수 있다.
덩치가 훨씬 큰 빌딩 거래를 보자. 한 자산가가 자기 돈 30억원으로 빌딩 한 채를 샀다. 1년 후 시세가 10% 올랐다고 가정하면 3억원의 차익을 거둔 셈이다. 그런데 만약 이 자산가가 자기 돈 30억원에 대출 30억원을 더 받아 60억원짜리 빌딩을 샀다면 어땠을까? 똑같이 10%의 가격 상승률을 가정할 경우 6억원의 시세차익을 더 거두게 된다. 자기 돈 30억원을 투자해 3억원을 번 경우와, 은행 대출 30억원을 더 받아 6억원을 번 경우. 어떤 투자자가 더 현명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처럼 적당한 수준의 부채를 활용해 더 큰 수익을 거두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부동산 부자들의 일반적인 투자 노하우다. 부채도 자산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실제 투자 사례를 보자. 서울시 성북동 대지 3,300㎡(1,000 평)의 단독주택을 70억원에 사려는 고객이 있었다. 이 고객은 주택을 구입한 후 아들 셋에게 증여하고 공동 명의로 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마침 인근에 6,600㎡(2,000 평) 대지의 단독주택이 12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애초 계획대로 1,000평 주택을 70억원에 사면 평당 700만원꼴이 된다. 반면 2,000평 주택은 평당 600만원꼴이니 비슷한 가치의 주택이라면 응당 2,000평짜리 주택을 사는 게 유리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 고객은 “대출을 적절히 활용하시라”는 필자의 권유에 단지 “빚(대출)을 지는 게 싫다”는 이유를 들며 완곡히 거절했다. 필자의 입장에선 시세보다 20억원이나 싼 물건을 포기하고 만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매우 안타까운 사례다. 고액 자산가라 해도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없고 잘 모르니 생긴 결과다.
앞서 예를 든 30억원 투자 활용의 경우로 돌아가보자. 내게 현금 30억원이 있다고 해서, 대출 30억원을 받아 60억원짜리 빌딩을 사는 것이 무조건 최선의 투자법도 아니다. 이런 경우 30억원을 대출 받아 20억원짜리 건물 3채를 살 수도 있다. 내 돈 10억원과 대출 10억원을 합한 20억원짜리 빌딩 3채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다.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분산 투자가 빌딩 투자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지역마다 가격이 오르는 수준도 천차만별이니 자산을 나누어 활용하는 방법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 또 20억원 상당의 빌딩 가격이 10% 오르는 건 쉬워도, 60억원짜리 빌딩이 10% 오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요즘 소형 아파트가 인기인 이유와 비슷하다.
현금 5억원을 손에 쥔 사람이 대출 5억원을 더 받아 10억원짜리 빌딩을 사는 게 나을까, 아니면 똑같은 대출로 2억~3억원짜리 부동산 3~4채를 사는 게 나을까? 초보 투자자라면 후자가 낫다. 전쟁에서 1선이 무너지면 2선에서 받쳐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경험과 감을 더 쌓은 후 10억원짜리 빌딩으로 돌아서도 좋다. 이때부터 전문가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글쓴이 박종복
20년 경력의 미소부동산연구센터 원장으로 업계에서 ‘빌딩 박사’로 손꼽힌다. 가수 이승철, 농구선수 서장훈을 비롯한 스타들의 빌딩 매매를 담당했으며 최근 부동산 투자 노하우를 담은 책 <빌딩 박사 박종복의 나도 강남 빌딩 주인 될 수 있다>를 출간, 부동산 컨설팅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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