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사전적 의미는 강 아래 지역, 서울로 치면 한강 이남을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강남은 결코 사전적 의미의 강남이 아니다. 강남·서초·송파 3구여야만 비로소 강남 대접을 받는다.
사실 강남 3구도 구별로 특징이 서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빌딩 거래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이다. 그다음이 서초구, 송파구 순이다. 한남대교에서 시작해 양재역까지 죽 이어진 큰 길이 강남대로다. 그리고 한남대교를 등지고 섰을 때 오른쪽이 서초구, 왼쪽은 강남구로 이해하면 쉽다.
가치 평가를 기준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신사역에서 시작해 강남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오른쪽 땅은 서초구이다. 그런데 해당 지역은 강남구 못지않게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곳이다. 반면 강남역부터 시작해 양재역까지 이어지는 거리에서는 왼쪽인 강남구의 가치 평가가 월등히 높다. 이 같은 분석이 무얼 의미하는 걸까? 일반적인 자치구만으로 따졌을 때는 강남 3구 중 강남구가 메인 스트림을 차지하지만, 신사역에서 강남역 사이의 구간에선 오히려 서초구의 투자 가치가 더 높다는 뜻이다. 강남의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투자자는 무조건 강남구만을 투자 1순위로 치기 쉽다.
좀 더 세밀한 팁도 있다. 신사역~강남역 구간에 속하는 서초구일지라도 경부고속도로의 오른편 블록의 가치는 잠실만도 못하다. 교대역, 서초역, 방배역, 내방역, 이수역 등이 자리한 구역이다. 서초역만 해도 대형 교회, 법원, 검찰청, 지방법원 등이 북쪽 블록을 몽땅 차지하고 있다. 요지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공공기관 덕에 상업적 가치가 다 죽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교대역은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더블 역세권이다. 웬만해선 실패할 일이 없다는 황금의 더블 역세권.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수십 년이 지나도 별다른 발전이 없다. 이유가 뭘까? 역시 법원 때문이다. 교육대학교도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이긴 마찬가지다. 남부터미널역은 전국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뜨내기들이 지나치는 역이다. 이런 까닭에 잠실의 신천이나 제2롯데월드 인근의 방이동, 위례신도시 등의 투자 가치가 더 높다.
필자 나름의 이런 분석은 매매 거래율 통계를 내봐도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이 잘 올라 팔려는 사람이 많고, 미래 가치를 보고 사려는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매매 거래율도 높은 법이다. 그렇지 않은 지역은 매매는커녕 중개하기도 어렵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수요가 없다는 뜻이다. 재판 받으러 가서 밥 사 먹고 술 마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법원은 정확히 주5일 근무제를 지키는 곳이다.
서초구는 강남 3구 중 인근 지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기도 하다. 사당동길을 넘으면 나오는 곳이 신림동, 동작동, 봉천동 등이다. 근접 동의 가치가 떨어지면 해당 지역도 적게나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사당역에서 서울대 방향으로 가려면 산을 넘어야 하고, 이수 교차로에서 낙성대 방면으로 가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평지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이는 곧 상권이 막혀 있다는 뜻과 같다. 그런데 강남구와 송파구는 대부분의 도로가 일직선으로 연결돼 있다. 서초구는 고불고불하고 막힌 길이 많다 보니 교통 체증도 심한 편이다. 이에 비해 강남구는 땅 모양이 시루떡을 잘라놓은 것처럼 사각형인 곳이 많아 개발하기도 쉽다.
가지고 있는 여유 자금이 적은데 강남 투자를 계획 중이라면 서초구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발전 가능성과 가격 상승률이 그만큼 다른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으니 중장기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최고의 거래율과 가격 상승률을 자랑하는 곳은 역시 강남구다.
글쓴이 박종복 원장은…
20년 경력의 미소부동산연구센터 원장으로 업계에서 ‘빌딩 박사’로 손꼽힌다. 가수 이승철, 농구선수 서장훈을 비롯한 스타들의 빌딩 매매를 담당했으며 최근 부동산 투자 노하우를 담은 책 <빌딩 박사 박종복의 나도 강남 빌딩 주인 될 수 있다>를 출간, 부동산 컨설팅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