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다이어트’의 상관관계
‘의지가 약하고 게으른 사람을 위한 최적의 수면 다이어트’. 다이어트 신간 코너를 기웃거리다 눈에 들어온 카피 문구다. 잠자면서 살을 뺀다니 이게 웬 요령부득인가 싶기도, 솔깃하기도 했다. 보통 다이어트라고 하면 음식이나 운동과 한 쌍인데 ‘수면’과 ‘다이어트’는 대체 무슨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 서울스폐셜수면의원 한진규 원장은 명쾌하게 설명한다.
“올바른 수면이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훌륭한 틀을 잡아줍니다. 잠만 잔다고 살이 빠진다는 게 아니라, 잠을 ‘잘’ 자야 살을 뺄 수 있는 기본이 갖추어진다고 봐야겠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은 수능 과목으로 비유하면 국·영·수가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아무것도 안 해도 살 빠지는 책>의 저자 사토 게이코 역시 “지속적으로 올바른 수면을 하면 몸이 살 빠지는 모드로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수면 다이어트의 비결은 잠을 ‘잘’ ‘푹’ 자는 것에 있다. 잠이 보약이란 말이 다이어트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PART 1 불면은 ‘아픈 뚱보’를 만든다
온갖 다이어트는 다 해봤는데 살이 왜 이리 안 빠지나 싶었다면 잠을 제때, 충분히 자고 있는지 체크해보자. 똑같이 운동을 하더라도 충분히 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잠이 모자라면 근력과 기초대사량이 저하돼 같은 양을 먹은 사람보다 살이 더 잘 불어난다. 또 낮 활동량이 줄어 에너지를 충분히 소비하지 못한 채 밤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남은 영양분은 고스란히 지방으로 쌓이고, 지방이 늘어난 만큼 몸이 무거워져 비만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세트로 따라 붙는 게 또 있다. 바로 폭식 습관이다. 잠을 잘 못 자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식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을 거르면 자연히 저녁을 많이 먹게 된다.
PART 2 다이어트 호르몬을 잡아라
수면 다이어트의 핵심 키는 ‘호르몬’이 쥐고 있다. 수면 중에는 뇌와 몸 상태를 맑게 되돌리고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성장호르몬이 활동을 시작한다. 성장호르몬은 성장기 어린이에겐 키를 크게 하지만 성인에겐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안티에이징’ 역할을 한다. 노화 방지 클리닉에서 나이 든 사람들이 성장호르몬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장호르몬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 피곤한 몸을 본래 상태로 되돌린다. 숙면을 취한 다음 날은 몸이 한결 가볍고 낯빛이 좋아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둘, 지방을 분해한다. 성장호르몬은 하루 약 300kcal(밥 1.5공기, 식빵 2장)를 분해한다. 체중으로 환산하면 1개월에 1kg이다.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된다고 알려져 있는 시간은 밤 10시부터 새벽 3시 사이. 막 잠이 든 초기 3시간 동안에 분비량이 집중되므로 ‘잠든 뒤 3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PART 3 예쁘게 살 빼는 3·3·7 수면 규칙
3 새벽 ‘3시’에는 잠들어 있어야 한다. 늦은 밤까지 잠이 오지 않는 사람이나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새벽 3시 전후는 가장 깊이 잠들 수 있는 시간이다. 다이어트 호르몬은 밤 10시부터 새벽 3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되므로 적어도 새벽 3시에는 잠들어 있도록 한다.
3 잠자기 시작하면 꼭 ‘3시간’은 잔다. 일단 잠을 자기 시작하면 3시간은 꼭 잔다. 잠 들고 3시간째는 수면 시간 중 매우 중요한 시간대다. 지방을 태우는 성장호르몬은 잠든 지 3시간 후에 한꺼번에 분비되고 그 뒤로는 거의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7 하루 총 ‘7시간’ 수면을 목표로 하자. 건강한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한다면 7시간은 잠을 자야 한다. 수면 시간이 7시간인 사람과 비교해 5시간인 사람의 비만율이 52%, 4시간인 사람은 73%나 높았다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의 논문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모자란 수면 시간은 낮잠으로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 가볍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20분 이내로 자는 낮잠, 일명 파워냅(Power Nap)이다. 책상에 엎드려 살짝 잠을 자면 한동안 활력이 생긴다.
PART 4 숙면의 조건
수면 준비에서 가장 기본은 ‘어둠’이다. 어둠에 잠겨야 할 시간에 빛에 노출되면 뇌는 혼란을 느껴 호르몬 밸런스가 무너지고 만다.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효율적으로 분비될 수 있도록 (당연한 얘기지만) 잠은 캄캄한 방에서 자야 한다. 저녁을 먹자마자 잠자리에 드는 습관도 버리자.
뇌와 내장을 비롯한 심부 체온이 내려가야 잠에 쉽게 들고 숙면할 수 있는데 밤늦게 식사를 하면 내장이 소화를 위해 계속 활동해 심부 체온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막 잠이 들려는 몸의 리듬이 깨져 수면의 질이 완전히 떨어진다. 격렬한 근육 운동 역시 삼간다. 낮에 활동하는 시간처럼 정신이 또렷해지기 때문에 수면에 방해가 된다. 스트레칭이나 요가와 같이 몸을 편안하게 하는 운동이 적절하다.
TIP 쾌면과 미용을 돕는 5대 영양소
테아닌
녹차의 감칠맛 성분. 아침에 상쾌하게 잠에서 깰 수 있게 해주며 몸의 피로를 풀어준다. 단, 차로 섭취하면 카페인 성분 때문에 오히려 잠을 설칠 수 있어 건강보조식품으로 먹는 것이 좋다.
비타민 B₁₂
자율신경을 안정시켜 렘 수면(얕은 잠)과 논렘 수면(깊은 잠)의 리듬을 정돈한다. 또 뇌와 신경 기능을 정상화하는 작용을 하므로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유제품, 돈육(특히 간), 대두 제품, 어패류 등에 많다.
황화알릴
파 종류, 부추, 생강, 마늘 등의 독특한 냄새 성분으로 피로 해소 효과가 뛰어나다. 비타민 B₁과 함께 섭취하면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으며 불면증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아피인
파슬리, 셀러리 등 향 채소에 많이 함유돼 있다. 정신을 안정시켜 불면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마그네슘
마그네슘이 모자라면 쉽게 피로해진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마그네슘이 대량 소모되므로 짜증을 완화하고 싶다면 넉넉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몬드, 깨 등 종자류와 해조류에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