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에는 기묘하고 독특한, 괴기하면서도 신기한 수집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1천원짜리 엽서부터 수백만원대의 희귀 박제가 함께 있다. 골동품과 수집품들로 꾸민 쇼룸을 구경하다보면 놀이동산에 온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필자는 제법 특이한 수집품들을 가지고 있다. 기운을 정화해준다는 약초와 그 약초를 태운 재를 담는 전복 껍데기, 몇몇 동물의 머리뼈, 각종 곤충과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 선물로 잔뜩 받은 해골 모형도 각기 다른 색과 질감, 크기로 구비하고 있어 가끔 방이 답답해 보일 때 수집품을 재배치하며 시간을 보낸다. 얼마 전에는 지인의 부탁으로 쇼핑을 나갔다가 희귀한 나비가 들어 있는 액자를 발견하고는 한동안 그 주위를 떠나지 못했다.
기묘하고 독특한, 괴기하면서도 신기한 수집품들을 두고 ‘큐리오시티(curiosity)’라 한다. 유럽의 왕과 귀족들은 식민지에서 가져온 공예품과 인체 표본 등 인류학·동물학·해부학을 망라한 수집품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것을 모아두는 캐비닛, 즉 ‘큐리오시티 캐비닛’이 탄생했다. 1800년대에 시작된 이 취미는 시대를 지나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유명한 수집가들의 수집품이 남아 있으며 책자로도 소개되고 있다. TV의 한 과학 프로그램은 뉴욕의 각종 골동품과 박제, 표본 등을 거래하는 가게를 소개했고, 과학 채널에 걸맞게 각종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며 몇 번이고 새 시즌을 시작했다. 이렇듯 고전 감성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의 수집품을 자랑하는 것에 대한 낭만이 있는 듯하다.
가구나 그림이 아닌 지난 세기의 의료기구, 박제가 들어간 모형, 인체 표본 등을 판매하는 가게는 로스앤젤레스에도 여러 군데 있다. 비버리힐스 인근에 있는 멜로즈에는 ‘네크로맨스(Necromance)’라는 가게가 있는데 진귀한 것들이 많아 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은은한 나무 냄새가 나는 이곳에서는 문신에 피어싱을 한 펑크족 모습의 친절한 점원이 기다린다.
이곳에는 장식장 가득 담긴 의료기구와 인체 표본, 핸드메이드 주얼리와 벽에 걸린 해골들, 동물의 가죽, 사후 사진 등 괴기한 수집품들이 모여 있다. 의과대학에서 쓰던 실제 인간의 두개골과 인체 표본들도 거래되고 있어 다양한 수집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판매되는 물건은 1천원짜리 엽서부터 3백만~4백만원대의 희귀 박제가 함께 있어 구매층의 폭이 넓다. 자신이 찾고자 하는 물건을 정확히 알아야 쇼핑이 원활해질 수 있을 만큼 판매하는 물건의 종류가 많다.
로스앤젤레스 근교 도시 파사디나의 ‘골드 버그(Gold Bug)’는 좀 더 깔끔하게 정리된 가게. 자연을 주제로 한 예술 작품과 표본, 박제와 보석, 가정에서 쓰이는 앞치마, 접시 등 대략 2만원부터 수백만원대의 물건들이 있다. 깨끗한 인테리어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집 안을 독특하고 개성 있게 꾸밀 수 있도록 해준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구매 가격이 얼마든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블랙맨 크루즈(Blackman Cruz)’를 추천한다. 할리우드 거리로도 불리는 하이랜드 길에 있는 이 가게에는 지역 공예가와 작가들의 작품부터 가게 주인이 직접 다니며 모아 온 각종 큐리오시티가 인테리어 소품으로 등장한다. 오래된 교회에서 나온 예수상, 1800년대의 개 목걸이, 아프리카에서 온 조각품, 티베트에서 온 가구와 유럽에서 온 교회의 가고일(Gargoyle, 새와 인간을 합성한 조각상)까지.
슬쩍 지나가며 들춰본 가격들 중 가장 싼것이 2백50만원가량이지만 점원들이 친절하므로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실제로 골동품과 수집품들로 꾸민 쇼룸도 갖추고 있으니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릴 적 해양생물학자가 되겠다며 조개껍데기를 모으고, 그 후엔 식물학자를 하겠다며 식물도감을 펼치고 표본을 만들었던 필자에게 로스앤젤레스는 하나의 큰 놀이동산과 다름없다.
글쓴이 척홍 씨는…
미국에서 나고 한국에서 자란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또한 예술 작가로 일하고 있다. 음식을 좋아해 취미는 요리하기. 또한 이것저것 특이한 물품을 모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