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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스타 서인국

드라마 속 능청스러움은 없었다. 지금 서인국이 빠져 있는 것, 생각하는 것 그리고 꿈꾸는 것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

On January 17, 2017

에디터는 드라마 마니아다. 샤방샤방 빛나는 톱스타가 출연한다 해도 2회 이상 지루함이 이어지면 과감하게 ‘재생 리스트’에서 작품을 삭제한다. 오래전 작품이라도 별점이 높다면 과감히 플레이를 돌리고, 밤을 새우며 ‘정주행’ 한다. 자연히 취향이라는 것이 생겼다. 배우 취향은 단연 서인국이다.

참 연기를 잘하더라. 맛깔나게 능청스럽게 야무지게.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38사기동대>에서 정점을 찍었고 <쇼핑왕 루이>에서 가뿐하게 진가를 확인시켰다. <쇼핑왕 루이>는 수목극 최하위에서 역주행해 6회 연속 시청률 상승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서인국의 저력은 대단했다.

쉬는 동안 뭐 하며 지냈어요?
간간이 스케줄을 소화하며 해외도 다녀오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맛있는 거 뭐요?
술요.(하하)

아, 어떤 인터뷰에서 읽었어요. 작품 끝나면 술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거.

좋아하죠. 스케줄을 소화할 때는 전혀 못 마시니까요. 그렇다고 폭음까지는 아니고 맥주 한잔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좋아해요. 최근엔 부산 동생들과 진하게 한잔 마셨어요.

드라마 잔상이 남아 있는 건가요?
말투가 드라마 속 캐릭터 ‘루이’와 비슷해요. 아, 맞아요. 남아 있어요. 그래서 말하고 나서 민망한 경우가 많아요.

이번 드라마 보면서 느꼈는데, 점점 잘생겨지는 것 같아요.
하하. 기분 좋네요. 관리도 관리지만 캐릭터적인 부분이 큰 것 같아요. ‘루이’는 많은 분이 호감을 느낀 순수하고 애교 넘치는 캐릭터잖아요. 드라마 속 캐릭터인 ‘루이’는 쇼핑이 인생의 전부였고, 쇼핑에 있어서는 아주 예민하고 특별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에요. 그가 고르는 옷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슬림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급격히 살을 뺐어요.

평상시 서인국이라는 남자는 애교가 있나요?
왔다 갔다 해요.(웃음) 확실한 건, 잘 웃어요. 부모님께 잘 웃는 걸 물려받았어요. 그리고 눈물도 많아서 슬픈 영화 보는 게 힘들어요.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거든요.

‘키스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녀요. 드라마 속 키스, 왜 그렇게 잘해요?
감독님도 ‘키스 장인’이라고 놀리시더라고요.(웃음) 민망하지만 기분은 좋아요. 뭐든 잘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키스신은 드라마의 꽃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꽃을 피우려면 이야기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6·7회 때 키스신이 처음이었는데, ‘복실’과 ‘루이’가 함께 지내면서 생긴 순수하고 서툰 감정 등이 키스신에 잘 담긴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죠. 시청률 최하위에서 결국 1위까지 차지했어요.
신기했어요. 첫 방송이 나간 뒤 의식적으로 아무도 제게 시청률 얘기를 안 하는 거예요. 확인해보니 저조했더라고요. 상대 배우인 남지현 씨는 눈치를 보며 촬영장에 왔을 정도예요. 감독님, 스태프들과 “그럼에도 재미있게 촬영하자!”라고 다시 마음을 잡았죠.

식상한 질문 하나 할게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과 대사는?

기억에 남는 장면은, 헌책방 골목에서 나누었던 키스신. 그리고 대사는, “복실!” 영어나 불어 대사도 많았는데, 지금은 하나도 기억 안 나요. 복실, 복실! 얼마나 많이 불렀는지 몰라요.

드라마 속 ‘루이’는 그야말로 쇼핑왕인데, 평소 쇼핑 좋아하나요?

좋아하죠. 액세서리도 좋아하지만 의류, 신발을 더 좋아해요. 쇼핑할 땐 그냥 막 돌아다녀요.

또 다른 취미가 있나요?
집에서 소주 마시며 VOD 보기. 작품이 끝나면 몰아서 보는데요, 검색하다가 영화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 보기도 하고, 줄거리가 재미있어서 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면 보기도 하고…. 그래서 제목을 기억하지 못할 때도 많아요. 최근에 <쇼핑왕 루이>에서 상대 배우였던 남지현 씨가 출연한 영화 <터널>을 봤는데, 지현 씨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울 때는 저도 울었어요. 참, <타임 패러독스 (Predestination, 2014)>라는 영화는 진짜 어려운데,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예요. <허드슨의 기적>은 이제 보려고 자세를 잡고 있는 작품이죠.

주로 집에서 VOD를 볼 때는 맥주를 마시는데…?
저는 소맥을 마십니다. 취향입니다.(웃음).
 

그는 올해로 데뷔 8년 차가 됐고, 또래 배우들 중에서도 탁월하게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가고 있다. 지금 나열하는 작품을 들어보면 서인국이라는 청춘 스타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응답하라 1997> <주군의 태양> <고교처세왕> <왕의 얼굴> <너를 기억해> <38사기동대> <쇼핑왕 루이>.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게 없다.

흠모하는 배우가 있나요?
황정민, 김명민 선배님. 그리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를 좋아해요.

연기 선생님 없이 혼자 연기 공부를 한다고 들었어요.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민망해요. 제 개인적인 방식이거든요. 저는 캐틱터를 분석할 때 감독님과 상대 배우와도 대화를 많이 해요. 상대 배우를 졸졸 쫓아다니며 리허설을 열 번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아주 단순한 방법이지만 그 방식에 익숙하고 그런 방식을 추구해요. 아, 제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어서인지 감독님들이 “깡이 좋네” “철판이 있네”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그런 칭찬이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달렸어요.

기분 좋지만 부담도 돼요. 기대감이 높을수록 실망도 크잖아요. 매 작품, 캐릭터마다 정답은 없어요. 정답은 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판단은 시청자들이 하는 것이죠. 그래서 매 작품 뚜껑을 열기 전까지 설레면서도 긴장이 돼요.

작품을 아주 많이 한 건 아니지만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뭔가요?
첫 번째는 대본이죠. 어떤 배우든 그렇겠지만 대본이 재미있어야 해요. 그다음은, ‘그래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요. 그러고 나면 제가 해야 할 캐릭터가 보이고 그 캐릭터에 대해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그 과정이 신나요. 제가 꽂혀 있는 생각들, 연기관들이 복합적으로 일치되는 작품이 있어요. 돌이켜보면 아주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뿌듯하고 좋아요. <38사기동대> 같은 경우엔 ‘미친 듯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제게는 특별한 작품이에요.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어떤 건가요?
앞서 말했듯, <38사기동대>의 ‘양정도’! 연기적인 부분에서 터닝 포인트였어요. 연기할 때 정답을 모르니까 꼬아서 생각을 못 했어요. 그게 늘 갈증으로 남아 있었죠. 감독님의 조언대로 힘을 빼고 연기했더니 더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었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 제가 사기꾼들을 모아서 브리핑하는 장면이었는데, 브리핑은 속도감이 생명이잖아요. 근데 누가 봐도 대충 대충 설명을 했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속도감 제로로 눈에 힘을 뺀 채 말이죠. 그게 오히려 신선하다는 반응이었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많은 걸 배웠고 연기적으로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반듯한 이미지가 강해요. 실제로 반듯해요?
아닌데? 아까 말했지만 술 마시러 다니는 거 좋아하고….(웃음)

그럼에도 업계 스태프들에게 평판이 아주 좋아요.
저는 현장에 있는 걸 너무 좋아해요. 차안이나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건 적성에 안 맞아요.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섞이고 호흡하는 게 미치도록 좋아요. 그래서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힘이 나요. 같이 밤을 새우는 것도 즐겁죠. 그래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아, 또래 배우인 지창욱 씨와 친하죠?

인연이 희한해요. 시상식에서 처음 봤는데, 제게 “준영이 아세요?” 그러는 거예요. 친한 친구거든요. 그게 인연이 돼서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는 사이가 됐죠. 저는 장난기가 많은 성격인데, 그 친구는 매사에 진중해요. 그래서 얘기하면 서로에게 자극이 돼요. 게다가 제 단골 커피숍이 성수동에 있는데, 거기 앉아 있으면 창욱이가 쓱 와요. 커피숍 사장님과 절친이래요. 하하. 인연이 묘해요.

아, 그나저나 요즘 청소 잘해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많은 싱글족의 공감을 얻어냈다.) 엄마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셨어요. 지저분한 저희 집을 보고 엄마의 지인들이 “아들이 저렇게 지내는데 뭐 하냐” 등등의 말을 많이 하신 거예요. 그게 너무 죄송했어요. 그때부터 세세한 먼지를 매일 치우진 않지만 눈에 보는 대로 설거지를 하거나 정리 정돈을 하고 있어요.

연애는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군대 갈 생각에 엄두도 못 내요 (올 초 입대를 앞두고 있다). 형들과 맥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하고, 집에서 게임하고, VOD 보고, 작업실에 틀어박혀 지내는 게 재미있어요. 연애 스타일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리드 잘한다” “남자답다”고 해요. 하지만 때로는 애교를 부리기도 해요. 감정에 솔직한 편이에요.

다음 행보가 궁금해요.

군대에 가지 않을까 싶어요. 군대는 당연히 가야 되는 거라 조용히 가고 싶어요. 늦게 가는 편이라 각오도 남다르고 한편으로는 제대 후의 변화된 내 모습이 기대되기도 해요. 가만히 있어도 그 사람이 지닌 아우라가 보이고 사연이 있어 보이는 배우들이 있죠. 어떤 남자 배우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엄청 섹시해지는데 저도 그런 걸 기대하고 있어요. 다만 군대에 있는 동안 흘러가는 트렌드를 잃을까 봐 걱정돼요.

저는 음악을 해야 하고, 무대 위의 의상도 신경 써야 하고, 연기할 때 캐릭터도 신경 써야 하는데 요즘은 말투도 너무 빨리 변하고…. 그런 감성적인 부분을 못 따라갈까 봐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죠. 제대 후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배워야죠.

그렇게 보내기 아쉬운데, 그사이 활동 계획은 없나요?
일단은 재미있게 쉬고 싶어요. 일을 하더라도 긴 호흡으로 해야 하는 건 힘들 것 같고요. 그래서 음악 쪽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 <복면가왕>에 나가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 이제 대결하는 게 무서워요. 남들이 하는 대결도 잘 못 봐요. 손발에 땀이 엄청 나요.(웃음)

2016년, 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열심히 살았고, 작품도 호평을 받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90점! 한편으로는 여행도 가고 싶고 개인적인 시간에 투자하고 싶었는데 못 해서 아쉽기도 해요. 30대에는 더욱 즐기면서 일하고 인생 경험을 많이 하고 싶어요.

서인국은 이렇게나 바르고, 이렇게 똑똑하고, 이렇게나 순수하다. 에디터의 배우 취향은 당분간 서인국이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하지영
2017년 01월호
2017년 01월호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하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