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취향을 찾다
집은 취향의 공간이다. 트렌드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과 감각을 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편안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결혼 14년 차 주부 제안숙 씨는 광주에서만 여섯 번 이사를 했지만, 지난해 9월 이 집으로 옮기면서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결혼 후 줄곧 시아버님을 모시고 살기도 했고 일하면서 아이들 키우느라 취향이라든지 스타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지난해 시아버님이 따로 독립하겠다고 하셔서 저희 가족끼리 새 둥지를 틀게 됐어요. 이사하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봤는데 그게 참 쉽지 않더라고요. 경험 많은 인테리어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죠. 친언니의 추천으로 마메종 인테리어 디자이너 장미희 실장님을 알게 됐는데, 인테리어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니멀한 분위기에 톤 다운된 컬러와 원목, 브라스 등 고급스러운 물성들의 조화가 마음에 꽂히더군요. 집 공사를 할 때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만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죠.”
좋은 인테리어란 사는 이의 취향이 분명하게 반영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명확하게 정의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레노베이션 작업에서 집주인과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궁합은 가장 중요한 조건일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제안숙 씨와 마메종 장미희 실장은 서로에게 ‘취향 저격’ 파트너였다. 미니멀하면서 모던한 감각이 드러나는 스타일, 여기에 수납과 편리함이라는 기능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서로 잘 맞았다. 욕심과 절제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실용과 멋이 잘 버무려진 집이 완성됐다.
부티크 호텔처럼, 시선을 끄는 포인트
제안숙 씨의 집을 찾았을 때 입구부터 탄성이 쏟아졌다. 골드 프레임 중문과 헤링본 패턴의 마블 타일로 연출된 현관은 마치 부티크 호텔에 온 듯해 이 집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주방 벽에는 비스트로에서나 볼 법한 네온사인 조명등이 걸려 있는데, ‘Kim&je Sweet House’라는 문구는 부부의 성을 따서 만든 인테리어 포인트.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서 집주인의 세련된 감각과 섬세함이 느껴졌다.
“자로 잰 듯 틀에 박힌 인테리어보다 취향이 담긴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루하지 않은 매력적인 스타일을 원했거든요. 무엇보다 침실은 특별히 신경 쓴 공간이에요. 오롯이 쉼에 집중해 가구를 최소화했는데, 깊이감이 있는 그레이와 우드 계열로 콘셉트를 정한 뒤 질감과 소재의 믹스매치로 배치했어요. 앞쪽 베란다를 트고 벽에 딱 맞는 서랍장을 맞춰 또 다른 코지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레노베이션을 하다 보면 공간의 콘셉트에 맞춰 이전에 사용하던 가구도 새로 바꿀 때가 있다. 제안숙 씨는 이 집에 평생 머물 계획으로 레노베이션을 감행한 만큼 과감히 대부분의 가구를 새로 구입했다. 기존 살림은 대부분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버리면서 대대적인 스타일 변화를 시도한 것. “오래 쓸 것을 염두에 두고 기본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가구를 선택하기도 했지만 침실에 네오 클래식 디자인의 서랍장이나 앤티크 조명 등을 믹스해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장미희 실장은 제안숙 씨의 바람처럼 지루하지 않은 매력적인 ‘뷰(View)’를 연출하기 위해 가구 하나도 섬세하게 스타일링했다.
행복이 가득한 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꿈인 중학생 딸과 파티시에가 되고 싶은 초등학교 4학년 막내 딸. 제안숙 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서로 다른 취미와 꿈이 생기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만의 공간을 예쁘게 꾸며주고 싶었다. 장미희 실장은 거실을 바라보고 마주 위치한 자매의 방을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한 듯 다른 콘셉트로 꾸며주었다.
“아이 방은 침대와 책상만으로 깔끔하게 연출했어요. 아무래도 학습 환경 조성에 신경 써야 할 시기인 만큼 침대를 벽 쪽으로 붙이고 침대를 등지도록 책상을 문 옆에 두어 온전히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죠. 첫째 아이의 방은 책이나 학용품 등을 수납할 수 있는 붙박이장을 침대 위에 달았고, 인형이나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둘째 아이를 위해서는 오픈형 수납이 가능한 침대를 두어 맘껏 꾸밀 수 있도록 했지요.”
복층 구조의 탑층 아파트인 덕분에 계단을 딸라 올라가면 새로운 공간과 마주한다. 다락 공간은 아직 ‘용도 불분명’이지만 캘리그래피, 도자기 공예 등에 재능이 있는 제안숙 씨가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는 작업실이자 게스트 룸으로 꾸밀 생각이다. 지금은 리클라이너 체어만 두고 부부의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소박한 공간이지만 어쩌면 집 안 어느 부실보다 제안숙 씨가 원하는 삶의 목표이자 꿈이 응집될 곳이기도 하다. 제안숙 씨의 감성과 취향대로 꾸민 이 집은 공간에서든 어디서든 기분 좋은 영감이 느껴진다. 집이 곧 그 사람을 보여준다면, 이 집은 편안하면서도 자기 색깔을 분명히 내는 집주인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