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딘이 처음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Mnet <쇼미더머니>에서다. ‘엄카(엄마 카드)’로 명품 옷을 사는 ‘철없는 부잣집 막내아들’이 예능에서 만들어진 딘딘의 캐릭터였다. 실제로 만난 딘딘은 예의 바르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살가웠다. 스케줄을 소화하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왔다는 그는 촬영 전날에도 새벽 3시까지 일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조금 지쳐 보였다. 얼마 전 생일에도 예외는 없었다.
“제 식대로 말하면, 그날 스케줄이 제일 ‘빡셌’어요. 아침엔 강남역에서 <판스틸러> 녹화 리허설하고 점심엔 에버랜드에서 JTBC 5주년 기념 공연을 했고 다시 <판스틸러> 본 녹화 찍으러 갔다가 밤엔 앨범 재킷을 찍으러 갔죠. 일이 끝났을 때가 새벽 3시 반쯤 됐었나…. 그렇게 생일이 후다닥 지나갔지만 그래도 감사했어요.”
스스로 워커홀릭이라 말하는 딘딘은 이제 이틀만 쉬어도 “미칠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일부러 소속사에 쉬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을 정도다. 그나마 놀고 싶어 크리스마스 당일 딱 하루 스케줄을 빼놓았다는데, 아마 집에서 영화를 볼 것 같다나.
“놀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어요. 그냥 영화 <나 홀로 집에> 보면서 밀린 잠이나 자야 될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딘딘’이란 그의 예명은 미국의 래퍼 퍼프 대디의 예명 ‘디디’에서 따왔다. 디디를 동양적인 느낌으로 바꿔본 것이 ‘딘딘’이라고. 이름까지 따라 할 정도로 퍼프 대디와 릴 웨인, 티페인 등 200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미국의 래퍼들은 딘딘을 힙합의 길로 인도한 주역들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마침 둘째 누나가 캐나다에서 유학 중이어서 저도 캐나다로 유학을 갔어요. 그때 ‘동방신기’의 헤어나 패션 스타일이 유행했는데 저도 딱 그런 스타일이었죠. 누나랑 길을 걷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제게 뭐라고 말을 했고, 갑자기 누나가 그 사람과 싸우는 거예요.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동양인 비하 발언을 하며, 제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 거예요. 영어를 못할 때라 많이 당황했고 열도 받았지만, 상처가 더 컸어요.”
딘딘은 생전 처음 느껴본 수치심과 10대의 반항심으로 머리를 다 밀어버렸다. 그 무렵 우연히 미국 흑인 래퍼들이 운영하는 ‘블랙 엔터테인먼트’의 ‘베트 어워즈(BET Awards)’를 TV에서 보게 됐다.
“유명 래퍼들이 무대에 나왔는데, 휴고보스 팬티 위에 흰 바지를 엉덩이 끝까지 내려 입고 랩을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딱 저거다 싶었죠.”
그렇게 힙합의 매력에 빠졌다. 동시대 힙합 뮤지션에서부터 카니예 웨스트, 티 와이, 투팍까지 과거의 힙합 뮤지션들로 거슬러 올라가며 힙합 음악에 심취했다. 당시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을 이끌던 도끼, 쌈디, 이 센스의 음악을 듣고선 힙합 음악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힙합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했어요. 동양인이기에 캐나다에선 한계를 느꼈거든요. 당연히 부모님은 반대하셨죠. 부모님께 대학교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 등록금으로 한국행 편도 비행기 티켓을 끊었어요. 결국 이틀 만에 들켰지만 그래도 반대가 심했던 부모님께 음악에 대한 제 의지를 보여드린 거죠. 그런 부모님이 지금은 어딜 가나 제 자랑을 하신다고 해요.(웃음)”
딘딘은 데뷔 초 ‘금수저’ 캐릭터로 <쇼미더머니>의 한 축을 담당했다. 엄마 카드로 명품 바지를 사 입고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그에게 대중은 부러움과 시기를 동시에 느꼈다. 지금 생각하면 ‘악마의 편집’ 덕에 수혜를 입은 것이다.
“저는 그게 악마의 편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로 인해 <쇼미더머니> 본선 진출도 하고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된 거죠. 연예인에게 독특한 캐릭터가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금수저라는 말이 욕은 아니잖아요.(웃음)”
‘엄카’ 쓰는 철부지 아들이던 딘딘은 이제 부모님께 매달 용돈도 드린다. “이제는 멋있죠, 저…”라며 수줍게 웃는 모습이 ‘딘딘스럽다’.
6개의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고, <무한도전> 장기 프로젝트 ‘힙합×역사 컬래버레이션’까지 준비 중인 딘딘은 돈 쓸 시간은 물론 잠잘 시간도 부족하다. 26살, 한창 놀고 싶은 나이일 텐데 아쉬움은 없을까?
“놀고 싶죠.(웃음) 그런데 막상 친구들과 클럽엘 가도 못 놀겠어요. 사람이 무서워졌거든요. 주변에 보면 의도와 다르게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고, 정말 결백한데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행동을 조심하는 것과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리게 될까 봐 무서워요. 아직 많은 걸 이룬 건 아니지만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갑작스러운 유명세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때로는 불안하기도 해요. 그래서 매사에 조심하고 싶어요.”
가끔 동료 래퍼이자 친한 형인 슬리피와 한남오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푼다. 딘딘의 기획사 대표인 이현도가 먼저 항해를 끝내고 목적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존재라면, 슬리피는 함께 타고 있는 배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슬리피 형과는 음악에 대해서도 교류를 많이 하는 사이예요. 아직 저희가 음악적으로 부족한 게 많아서 시기를 미루고 있지만 언젠가는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딘딘은 <쇼미더머니>가 끝난 후 같은 팀이었던 이현도의 회사와 바로 계약했다. 어린 시절부터 래퍼이자 연예인이 꿈이었기에 야무지게 선택한 진로다.
“전 래퍼이면서 방송인이고 싶어요. 그 말은 예능도 허투루 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예요. 스스로 본업이 두 개라고 생각하기에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해내고 싶어요. 예능이오? 그 어렵다는 ‘예능’을 하나씩 배우는 중인데 성취감도 들고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딘딘은 사람을 좋아한다.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그가 유일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는 바로 음악 작업을 할 때다.
“음악 작업을 하는 시간은 저한테 매우 중요해요. 힐링이 되죠. 방송 일에 지칠 때면 음악 작업을 하면서 힐링을 해요. 음악 일을 하다 지치면 방송 일이 힐링이 되기도 하니까 저한테는 음악과 방송이 뗄 수 없이 공존하는 존재예요.”
2015년도에 낸 싱글 <들이부어>에서 딘딘은 샴페인, 보드카, 소주, 맥주 상관없이 일단 들이붓고 이 순간을 즐기라고 노래했다. 일 년도 되지 않아 낸 싱글 <네가 보여>에서는 달라져 있었다. “이젠 모든 게 다 그냥 그래. 다 시원찮아.” 마구 들이붓고 놀자던 딘딘의 노래가 쓸쓸해졌다. 가장 최근 발매한 <느린 편지>에서는 언젠가 결혼할 누군가에게 “결국 진짜 나는 없어져. 너무 지쳤어”라며 편지를 쓰기도 했다.
“아, 요즘은 뭔가 공허해요. 허전하고 외롭기도 하고…. 그래서 감성적인 가사가 나오는 것 같아요. 저한테 노래는 일기장 같은 건데 <들어부어>를 만들 때는 진짜 많이 놀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가사밖에 나올 수가 없었어요. 근데 요즘은 그런 가사를 쓰려고 해도 나오지 않아요. 요즘은 긍정적이거나 쓸쓸한 가사가 나와요. 성장통 속에서 때로는 쓸쓸하고, 그럴수록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하는데 그게 가사에 녹아드는 거죠.”
두 노래가 나온 사이에 실연을 겪은 건 아닌지 물었더니, 아니란다. 딘딘은 고등학생 때 이후로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단다. 당시 교제했던 여자친구와는 이제 친구로 연락하는 사이가 됐지만, 한때는 그녀를 따라 독일로 떠날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힘든 사랑앓이였다.
“캐나다에서 지낼 때 만난 친구예요. 독일에서 온 교환학생이었는데 한국인과 독일인 혼혈이었어요. 서툰 한국어로 ‘나 케이크 네 마리 먹고 싶어’ 막 이랬어요. 진짜 귀여웠죠.(웃음) 정말 좋아했는데 그 친구 아빠한테 저희가 사귀는 걸 들킨 거예요. 그래서 예정보다 일찍 독일로 돌아갔어요. 헤어지기 싫어서 저도 독일로 따라갈 결심을 했죠. 독일행 티켓까지 끊었는데 출발하기 전전날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한 거예요. 모든 비행기가 캔슬되고…. 완전 드라마죠? 그렇게 떨어져 지내다 저도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관계가 흐지부지된 거예요.”
어쩔 수 없는 이별이었기에 안 좋은 기억보다 좋았던 추억이 더 많다. 지금 다시 연인 관계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딘딘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추억 속 그녀와 결혼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쇼미더머니>에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래퍼로 성공하면 독일에서 콘서트를 열어 전 여자친구한테 프러포즈를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도 만약 결혼하게 되면 그 친구랑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아름다운 것이겠죠?”
실제로 딘딘은 연애 당시 전 여자친구에게 부모님의 결혼반지를 건네기도 했다. 헤어진 후 그녀가 한국에 와서 반지를 되돌려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만든 노래 속 주인공이 그녀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딘딘은 노래 속 주인공은 언젠가 만날 어떤 존재이지 전 여자친구는 아니라고 말했다.
“시도를 안 한 건 아닌데, 아무리 써도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만약 그 노래를 완성하면 제 인생의 명곡이 될 거예요. 너무 잘 만들고 싶다 보니 오히려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좋은 곡도 우리의 스토리를 담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그 감정을 다 담아내기에 아직 제 어휘력이 부족한 것 같고요. 그만큼 제게는 눈부실 정도로 소중한 사랑앓이였죠.”
딘딘의 2016년도 목표는 광고 한 편과 고정 프로그램 한 개였다. 그런데 광고를 세 편 찍었고 현재 여섯 개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착하고 바른 아이돌 속에서 천진난만한 딘딘은 틈새시장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요즘 친구들은 너무 예의 바르잖아요. 실제로도 만나면 다들 착하고 바른 친구들이죠. 그래서인지 <무한도전>에 출연했을 때 어린놈이 (박)명수 형한테 막 대들고 하니까 그게 재미있었나 봐요. 댓글도 체크하곤 했는데, 최근에 (양)세형이 형이 댓글을 보지 말라고 조언해줬어요. 악성 댓글 하나하나에 신경 쓰게 되면 주눅 든다고요. 대중이 저를 좋아해주는 이유가 지금의 제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론은, 댓글에 신경 쓰지 않고 제 색깔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려고요.”
딘딘의 2017년 목표는 분명하다. 광고 두 편을 찍는 것과 지금 출연 중인 고정 프로그램들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래퍼로서 앨범을 내는 것. 음악을 좀 ‘빡세게’ 해보고 싶다.
“롤 모델이오? 송해 선생님! 결국 오래오래 버티는 사람이 최종 승자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이 간혹 제게 ‘조금은 즐기면서 해’라는 조언을 하는데, 아직은 아니에요. 지금 제 마음은 쓰러질 때까지 열심히 일해보고 싶어요.”
딘딘은 지금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 경계에서 혹독한 성장통을 앓고 있고 때로는 길을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고민하는 만큼 보답을 받을 것이다. 2017년의 딘딘을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