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B+프리미엄’
2016년이 ‘가성비의 시대’였다면 2017년은 ‘업그레이드된 가성비의 시대’다. 무조건 저렴한 것이 뜨는 시기도 있었지만 좋은 제품을 갖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손에 넣는다. 그런 소비자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B+프리미엄’에 주목해야 한다. B+프리미엄은 기존 상품에 새로운 가치를 입혀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의미한다. 럭셔리 브랜드의 백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브랜드의 백이나 프랜차이즈 커피보다는 신선함을 내세운 편의점의 ‘콜드브루’ 등이 성공 사례로 꼽히며 2017년에는 이러한 B+프리미엄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 ‘각자도생’의 시대
연일 보도되는 지진 소식과 갖가지 화학제품 사고에 정치 스캔들까지. 2016년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위기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부의 대응 체계가 미숙함을 드러내며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했다. 여기에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스스로 알아서 잘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자칫 이기적 집단주의로 치닫을 수 있는 각자도생의 길에서 사람들에게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은 덴마크의 생활 방식이다. ‘휘거’ 혹은 ‘후가’라고 발음되는 덴마크 단어 ‘hygge’는 속도를 늦추고, 자연과 함께 소박하게 살며, 단순함을 추구하자는 생활 방식이다. 휘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함께하기’다. 가족, 친구, 동료 혹은 반려동물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휘거 정신’의 핵심이다. 의심과 개인주의가 빠르게 번지는 대한민국에서 느긋하게 함께하는 덴마크식 삶의 방식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3 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에서 류준열이 홀로 아프리카 여행 중인 여성에게 대단하다며 말을 건네자 그 여성은 “욜로!”라고 화답했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의 약자로 미리 계획하기보다는 순간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자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장기화된 저성장 시대로 인해 먼 미래의 성공을 꿈꾸기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택하는 사람이 늘며 소비 생활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욜로 라이프는 취업 준비를 하기보다 배낭여행을 택하거나 전세금을 빼 세계 여행을 떠나는 등 특히 여행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욜로 라이프의 핵심은 도전 정신이다.
4 ‘경험 is 뭔들’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자는 야구장과 놀이동산이 될 것이다.” ‘스타필드 하남’을 오픈하면서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이 SNS에 남긴 말이다. 소비의 범위가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에서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여가 활동으로 확장된 것이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문화와 혼자서도 잘 노는 ‘욜로족’이 증가하며 체험이 상품이 됐다. 지난여름 붐을 일으킨 ‘포켓몬 GO’로 모니터가 아닌 현실 속에서 직접 체험하는 게임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방송, 영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단지 콘텐츠를 보는 것만이 아닌,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5 내 멋대로 ‘1코노미’
나 혼자’ 문화는 더 이상 궁상의 표본이 아니다. ‘혼밥’ ‘혼술’은 물론 ‘혼영’이나 ‘혼놀’까지 이제 혼자(alone) 노는 ‘얼로너(aloner)’ 문화는 이 시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얼로너들이 1인 가구와 다른 점은 가족이나 타인과 함께 살고 있어도 생각 자체를 1인 단위로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개인주의가 심하기에 남의 눈을 의식하지도 않는다. 약속을 잡는 과정이 귀찮아 영화도 혼자 보는 것을 선호하며 취미도 철저히 개인주의적이다. 얼로너들의 취미생활이 ‘덕질’로 쉽게 연결되는 이유다. 과거에는 음지 문화로 여겨지던 인터넷 방송이나 애니메이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이들을 소비하는 디바이스 시장도 세분화되고 있다. 2017년에는 혼자임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얼로너들이 넘쳐날 것으로 예상된다.
6 버려야 산다, ‘바이 바이 센세이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지난해 정리 열풍을 일으킨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저자 곤도 마리에의 정리 비법이다. 그녀의 말에 따라 올해는 집 안에 있던 설레지 않는 물건들을 버리는 미니멀리즘 라이프가 유행했다. 그러나 설레지 않아 연인과 헤어져도 또 다른 설레는 상대를 찾아다니는 것처럼 소비자들은 다시 설렐 수 있는 존재를 찾아 나선다. 버리는 행위가 예전부터 사고 싶던 것을 드디어 살 수 있는 구실로 작용한 것이다. 사기 위해서든, 살기 위해서든 어쨌든 ‘버려야 사는’ 2017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