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쉼표를 찍다
정년퇴직을 앞둔 가족은 노후의 삶에 최적화된 집을 계획한다. 흔히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전원주택은 한적해서 좋지만 생활하기에 불편하고, 기능적으로 편리한 아파트는 획일적인 구조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히곤 한다. 김연선 씨 가족은 올해 초, 전원주택과 아파트의 장점만 취한 아파트 펜트하우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작년까지 같은 아파트 3층에 살았어요. 남편 퇴직 후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려고 땅을 보러 다녔는데 때마침 아파트 맨 위층이 매물로 나왔더라고요. 다른 층에 비해 실내 평수도 넓고 아파트살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주택 같은 넓은 테라스 공간과 그간 누려온 편리한 생활 동선은 놓칠 수 없는 매력이었죠.”
장난감처럼 예쁘게 배열된 판교 주택단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아파트의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 디자인폴 박미진 실장의 주특기인 ‘프렌치 감각’을 녹여 완성한 이 집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리모델링되었다. “집주인이 요청한 건 딱 두 가지였어요. 정년퇴직을 한 남편분이 오롯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편안한 집, 그리고 반려묘 롬과 램을 위한 배려의 공간이었죠. 전체적으로 깨끗한 화이트 톤에 원목 소재 가구와 앤티크한 조명, 웨인스코팅 장식 등을 접목해 편안한 감성을 더했어요. 또한, 구조를 변경하면서 생긴 알파 공간에 반려묘들의 화장실과 집을 만들었죠.” 박미진 실장은 오랜 세월을 이 집에 머물 생각이라는 집주인의 말에 시간이 지나도 변질되지 않는 대리석이나 타일을 사용해 기능성을 더했다. 그 덕에 화이트 톤이지만 밋밋하거나 지루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집이 매력적인 건 넓은 테라스. 펜트하우스 특성상 넓은 테라스가 붙어 있어 정원을 가꿀 수 있으니 전원주택 못지않게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사 온 후 밖에 나갈 일이 많이 줄었다며 웃음을 짓는 김연선 씨에게 이 집은 ‘인생의 쉼표’ 같은 선물인 듯 보였다.
독립성과 유기성이 공존하는 집
이 집에는 부부와 29세·27세 두 딸, 18세 아들 그리고 반려묘 두 마리가 살고 있다. 185m²(약 56평) 규모의 큰 집이지만 일곱 식구의 살림살이를 수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미진 실장은 구석구석 수납을 해결하는 것부터 고민했다. “수납장 겸 가벽은 한 공간을 두 개로 분리해 효율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은 물론, 가벽 자체를 수납장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이 집도 원래는 입구에 들어서면 뻥 뚫린 공간이었는데 가벽을 세워 수납과 구획의 고민을 해결했죠. 또한 복도 중간에 쑥 들어가 있는 가족실은 용도가 불분명해 유리 중문을 세우고 수납공간을 더해 두 딸의 파우더 룸이자 드레스 룸으로 바꿨어요. 심미적인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옷과 살림이 많은 만큼 수납공간으로 기능성도 살렸죠.”
반려 동물과 함께 사는 집이 많아지면서 알파 룸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다. 김연선 씨의 집에도 수납장 겸 가벽을 세우면서 벽 끝, 부부의 침실 앞 공간에 알파 룸이 생겼다. 그 앞에 문을 세우고 캣 도어를 달아 독립적인 성향이 있는 반려묘 롬과 램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둘째 딸이 대학 다닐 때 키우던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 게 벌써 6년이 되었어요. 어찌나 둘 다 애교가 많은지 ‘은혜 갚는 고양이’ 설화처럼 매일 침대에 사탕을 올려놓고 간다니까요.(하하)” 반려묘에 대한 애정을 반영한 공간을 시작으로 집 안 곳곳에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을 배려한 세심함이 드러나 있다. 부부의 침실은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고 침해하지 않기 위해 트윈 베드를 두었고, 성인이 된 두 딸의 방은 시크하거나 사랑스럽게, 각자의 취향대로 꾸민 스타일링이 눈에 띈다. 넓게 트인 테라스와 바로 연결된 방은 고등학교 2학년인 막내아들의 공간으로 내주어 공부를 하다가도 바람을 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렇듯 각자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면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동선은 가족 구성원의 독립성과 유기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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