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바탕을 둔 첫 번째 리모델링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심플하게 산다>에서 “우리는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 거실을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대로 꾸미느라 에너지를 잃고, 물건을 정리하고 치우고 찾느라 시간을 잃는다. 여백이 있는 공간에서는 모든 게 작품이 되고 매 순간이 소중한 시간이 된다”라고 했다. 단순하고 심플한 삶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트렌드는 집 꾸미기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일산 주엽동에 새 둥지를 튼 김형민(33세)·서정희 (33세) 가족의 158m²(48평) 아파트는 미니멀 라이프를 보여주는 좋은 예. 화이트를 베이스로 북유럽 감성의 디자인 가구를 믹스매치해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결혼하고 이촌동과 서초동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다가 5년 만에 내 집 마련을 했어요. 작년에 둘째 주아(14개월)가 태어나니 친정엄마의 도움이 절실하더라고요. 그래서 친정집과 가까운 일산으로 이사 왔죠. 20년 된 오래된 아파트라 단열이나 마감재 등의 기능적인 면을 보완해야 함은 물론 첫 내 집이고 두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머무를 보금자리인 만큼 리모델링이 필요했어요.”
서정희씨는 결혼 전부터 인테리어가 예쁜 레스토랑이나 핫한 리빙 편집숍에 다니는 걸 좋아했다. 인테리어 잡지를 보다가 취향에 맞는 스타일을 보면 사진을 찍어 모아두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첫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시도했으니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더라도 그 열정이 대단했으리라 짐작된다. “저만의 감각과 취향을 집에 담고 싶었어요. 첫 리모델링이라 걱정도 많았고 민재(5세)와 주아의 공간도 꾸며줘야 해서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죠. 코드가 잘 맞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만나고 싶었는데 심플하면서 세련된, 부티크 호텔 스타일을 표방하는 마르멜로 디자인 컴퍼니에는 제가 꿈꾸던 포트폴리오가 많더라고요.” 차분한 여백이 있되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는 공간, 서정희 씨의 첫 번째 리모델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부티크 호텔처럼, 쉼의 미학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집주인을 만나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 세심하게 소재와 디테일에 집중하곤 하죠. 서정희 씨도 인테리어 마감재와 소재가 주는 분위기를 확실히 알고 있더라고요. 원목 헤링본 바닥재와 대리석 마감재, 브라스 장식 등 자신의 확고한 취향을 집에 담고 싶어 했어요.” 마르멜로 디자인 컴퍼니 이경희 실장은 ‘부티크 호텔’의 모던하면서 세련된 이미지를 집 전체에 적용했다. 화이트를 베이스로 하되 금속과 원목, 대리석 등 서로 다른 물성을 접목해 공간을 지루하지 않게 연출했다.
“부부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인 침실은 다른 공간과 다르게 확실한 포인트를 주었어요. 보통 침실에는 침대 하나만 두어도 꽉 차잖아요. 큰 부피의 침대를 두기보다 두 개의 매트리스를 이용해 평상형 구조로 만들고 침대 헤드 쪽 벽면을 진한 네이비 컬러와 자작나무를 이용해 아트월로 꾸몄어요. 침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벽등을 달아 호텔 같은 분위기를 냈고요.” 침실에는 침대를 두어야 한다는 기능적인 선입견을 버리고 힘을 뺀 덕에 한층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침대 헤드만 없앴을 뿐인데 침대 맞은편 공간에 여유가 생겨 남편 김형민 씨를 위한 미니 서재도 꾸몄다. 부티크 호텔 같은 이미지는 주방과 다이닝 룸, 화장실까지도 이어진다. 전체적인 컬러 톤을 블랙과 화이트 콘셉트로 맞춘 이 공간은 삶의 동선까지 명료하게 정돈해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킨다.
미래를 위해 완성한 집
일산으로 이사 온 가장 큰 이유가 두 아이였기 때문에 개조할 때 가장 고민이 많았던 공간도 아이 방이었다. 갓 태어난 14개월 딸과 뛰어놀기 좋아하는 5세 아들을 위한 방은 어떤 풍경이어야 하는지 엄마 서정희 씨 입장에서는 물음표투성이였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 만큼 뛰어놀아도 안전한 집이어야 해요. 가구는 모서리 부분이 둥글고 아기가 물거나 빨아도 해롭지 않은 소재로 만든 것을 선택해야 하고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기자기한 가구와 소품으로 가득 채워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좋아요.” 이경희 실장은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이 방에는 옮기기 쉽고 가벼운 소가구로만 채웠다. 이 시기에는 아이 가구에 너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민재가 책 읽기와 로봇을 좋아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책상과 침대, 책과 로봇 등을 수납할 수 있는 책장으로 채웠어요. 아이 방을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면 자신의 공간에 애착을 갖게 되죠.”
아이 방이라고 알록달록하고 컬러감이 강한 분위기로 꾸미기보다 벽은 되도록 밝은 무채색으로 선택하고 소품 정도만 컬러로 포인트를 주어야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팁도 덧붙였다. 시쳇말로 ‘어깨에 힘을 빼고 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라고 하듯, 김형민·서정희 가족의 심플한 집을 보며 단순하게 살수록 스트레스 없이 귀중한 가치를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