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 소개
학부모 A
40대 초반. 남편과 함께 금융업에 종사하다 4년 전 퇴직해 현재 가정주부다.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이는 공립학교에, 초등학교 4학년인 작은아이는 사립학교에 보냈다.
학부모 B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40대 초반. 현재 교육기관에서 일하며 남편은 사업가다.
학부모 C
40대 초반. 각각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인 두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일반 회사를 다니다가 3년 전에 퇴사했고 남편도 직장인이다.
W. 자녀를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선생님 때문이죠. 저는 초등학교 6학년생인 첫째를 공립학교에 보냈기 때문에 비교하기 쉬웠어요. 다행히 우리 애는 좋은 선생님을 만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봤어요. 공립학교는 아무래도 선생님이 관리하는 학생이 많고 수업 이외의 업무도 많아 아이를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봐주지는 못 하시더라고요. 교과목 진도가 밀리면 모두 숙제로 내서 부모가 신경 써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B.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이와 초등학교 1학년인 작은아이 두 명 모두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요. 직장을 다니다 보니 아이들에게 신경을 잘 못 써줄 것 같아 선택했지요. ‘직장맘’은 학교에서 아이를 오랫동안 돌봐주면 고마워요. 스쿨버스로 통학하니 아이를 일찍 준비시켜 학교에 보낸 다음 출근 준비를 하면 되고, 또 아이가 학교 수업 끝나고 태권도 학원에 다녀오면 제 퇴근 시간과 딱 맞거든요.
C. 저도 ‘직장맘’이라 같은 이유로 사립 초등학교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우리 아이가 조금 낯을 가리는 편이라 섬세하게 케어받기를 원했어요. 사립 초등학교는 아무래도 한 반의 학생 수가 적고 보조 담임선생님도 계시니 더 세심하게 봐주실 거라고 생각했죠.
A. 사립 초등학교 설명회에 가서 마음을 굳혔어요. 교장선생님부터 선생님들까지 권위의식 없이 상냥하고 학부모들을 맞이하는 학생들이 정말 밝고 예의 바르더라고요. 교장선생님이 종종 농담으로 학부모들에게 “고객님”이라고 하시는데, 정말로 고객이라고 하시는데, 정말로 고객 대우를 받는 느낌이 들어요.
W. 세 분이 상당히 친해 보이는데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셨나요?
A. 저희는 아이가 P사립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해에 알게 된 후 지금까지 만남을 이어오고 있어요. 보통 아이가 1학년 때 엄마들끼리 친해져 쭉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사립 초등학교에는 학부모들이 학교에 갈 일이 많지 않아 중간에 친해지기는 어렵거든요.
B. 맞아요. 저희들은 아이들끼리 먼저 친해진 다음 엄마들도 친해진 경우라서 오래가는 것 같아요. ‘어머니회’에서 만나 엄마들끼리 먼저 친해지고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만나며 서로 사귀게 하는 경우도 있어요.
C. 사립 초등학교 학생들은 사는 동네가 다 다르니까 그렇게 따로 약속을 잡아야 해요.
W. 가격 대비 만족도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 정도 될까요?
A. 80점을 주고 싶네요. 아이가 학교 가는 걸 좋아하는 게 가장 만족스러워요. 방학 때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해요. 선생님하고 소통하는 것도 편해요. 솔직히 공립학교에 다니는 첫째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면담할 때는 조금 긴장되는데, 둘째 아이 면담 때는 기대가 돼요. 상담이 일대일로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거든요. 또 요청 사항에 대한 피드백이 빨라요. 학부모들이 “방과 후 수업에 이런 과목이 추가됐으면 좋겠다”고 요청해서 다음 학기에 신설된 사례도 빈번해요.
B. 저도 80점 정도? 학부모 면담은 확실히 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가 차이가 많이 나요. 제가 아는 한 공립 초등학교 학부모는 선생님과 상담하러 갔다가 무척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일대일 상담이 아니고 10명씩 불러다가 브리핑을 하듯 간단하게 아이 상태만 이야기해주고 끝났대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요. 저는 경제적으로 빠듯하지만 아이 둘을 모두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어요. 시골에서 공부한 우리 남편은 “경제적인 부담도 있는데 아이 둘을 모두 굳이 사립학교에 보내야 해?”라고 말했지만 막상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니 잘 선택했다고 말해요.
C. 저는 90점 줄래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정말 세심하게 돌봐주시거든요. 어쩔 때는 유치원 같기도 해요. 아이들 생일 때마다 학교에서 파티를 열어줘요. 친구들한테 받은 편지를 한가득 들고 온 아이를 보고 저도 감동 받았어요. A. 방과 후 수업도 장점이죠. 최근 펜싱 수업이 추가되었는데 아이들이 아주 좋아해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질 수 있도록 학교가 노력하는 느낌을 받아요.
W. 반면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A. 아이가 저학년일 때는 정말 만족했어요. 그런데 어느 사립 초등학교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겠지만 고학년 때는 공립 초등학교로 전학 가는 사례가 꽤 많아요. 사립학교에 다니느라 학비가 많이 드는데, 사교육도 시켜야 하니까 돈이 두 배로 들잖아요.
B. 공부의 깊이가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어요. 아이가 학교에서 다 해결하고 올 수 는 없겠지만 바쁜 부모 입장에서는 손이 좀 덜 갔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C. 저도 학교 교육만으로 교과목을 다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영어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A. 학부모도 사람인지라 투자한 비용만큼 결과를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아이의 학과 공부 때문에 사립 초등학교에 실망했다고 하는 분도 많아요. 그런 경우 중간에 공립학교로 전학 가는 거죠.
B. 집안 경제 사정이 나빠져 중간에 전학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A. 맞아요. 우리 학교에도 부모가 전학시키려고 절차를 마쳤는데 아이가 며칠 동안 안 간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결국 무산된 사례가 있어요.
W. 역시 교육비 이야기를 안 하고 갈 수 없겠네요. 얼마나 드나요?
A. 수업료 자체는 비싸지 않지만 부수적인 비용이 많죠. 방과 후 수업, 영어 교육에 따로 비용이 들죠. 1년에 대략 8백만원에서 900만원 사이예요. 학교마다 금액의 차이가 있어요. C. 아이 교육비를 예산할 때 등록금하고 입학금만 생각하면 낭패 보기 쉬워요. 고학년이 되면 학원에도 보내야 하니까요. 사립 초등학교가 만족스럽다면 빚내서라도 보낸다는 부모님도 있지만,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죠.
B. 두 명을 보내다 보니 빠듯해서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싶지만 쉽게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W. 영어 유치원에 다니다가 사립 초등학교로 오는 경우가 많나요?
A. 대다수의 아이들이 영어 유치원에 다니다 오거든요. 물론 아닌 경우도 있어요. 저희 아이들은 안 다녔어요. 영어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은 계속해서 영어 학원에 따로 다녀요. 왜냐하면 사립 초등학교 1학년의 영어 수업이 그 아이들에게는 너무 쉽기 때문이죠.
B. 사립 초등학교에 들어가려면 무조건 영어 유치원에 보내야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안 다녀도 큰 지장은 없어요. C. 사립 초등학교 아이들도 영어와 수학은 사교육을 많이 받아요. 학교에서도 접하고 학원도 다니니 영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을 수도 있겠네요.
W. 사립 초등학교 입학은 추첨제죠. 떨어지는 경우 너무 서운해하는 아이 때문에 난처해하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봤어요.
A.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그럴 거예요.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아이와 부모가 동행해야 하는데, 만일 당첨되면 그 가족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가 나죠.(웃음) 그다음 다른 교실로 이동해요.
B. 그러면 남은 가족들은 초조한 거예요. 사실 추첨은 결국 운일 뿐인데 말이지요. 아이 입장에서는 학교의 좋은 시설과 교복을 직접 눈으로 본 상황에서 입학하지 못하게 되면 실망이 클 수 있죠.
C. 가을이 오면 엄마들은 고민이 많아져요. 공립을 보낼까, 아니면 사립을 보낼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바뀌죠. 소위 학군이 좋다는 동네야 공립 초등학교도 좋으니 걱정할 게 없겠지만요.
W. 초등학교 졸업 이후의 교육 계획은 세워두셨나요?
A. 4학년 학부모들은 생각이 많을 거예요.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일반 중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가리켜 ‘동물원에서 정글로 간다’고 표현하기도 해요.(웃음) 가족같이 정답던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져 입시 전쟁에 돌입하는 거니까요. ‘아, 우리 부모님이 진짜 좋은 학교에 보내주셨구나’라는 걸 아이들이 그때 깨닫는다나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미리 이야기해주려고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맞닥뜨릴 현실에 대해서요.
B. 보통 중학생 때 사춘기가 온다잖아요. 최대한 낯설지 않은 환경에서 보낼 수 있는 중학교를 찾는 부모님들이 많아요. 사립 초등학교는 학생들의 거주지가 다 흩어져 있어서 동네 친구와 같이 학교에 다닌다는 개념이 없잖아요. 그래서 사립 초등학교 근처로 거주지 이전을 하는 학부모도 있어요. 그곳에서 중학교 배정을 받으면 사립 초등학교 출신 아이들이 많으니까요.
C. 국제중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동네마다 그 비율이 다를 거예요. 장기적으로 보고 일반 중학교에 보냈다가 특목고에 보낼까 생각하는 학부모도 있고요. 한 반에서 한두 명 정도는 4학년이지만 벌써 중학교 교과목 선행 학습을 하는 사례도 있어요.
B. 아는 학부모에게 들은 이야긴데, 누가 자신의 아이더러 “사립학교 다녀서 공부 잘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라고 하더래요.(웃음) 사립 초등학교에 다닌다고 모두 부자이거나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에요. 지역마다 학교마다 운영하는 방식도 많이 다를 것이고요. 저희들은 아이들이 인생의 첫 학교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립학교를 선택했고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어요. 사립을 선택하든 공립을 선택하든, 학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