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미국 전역에서는 살인독감이 퍼지면서 1백여 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미국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바이러스의 일종인 독감이 무서운 이유는 무서운 전염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독감이란?
독감 바이러스는 A, B, C 세 가지 형으로 구분되는데 A형과 B형이 사람 사이에서 유행한다. A형 독감 바이러스는 모든 연령에서 발생하고 증상이 심하며 사람뿐 아니라 돼지나 조류도 감염시킨다. B형 독감 바이러스는 사람이 유일한 숙주로 주로 소아에서 나타나고 A형 보단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C형 독감 바이러스는 사람에서의 감염 사례는 없고 유행성 발병과도 연관이 없다.
독감은 코, 기관지 등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데 폐쇄된 공간에서 공기를 통해 전파되기도 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건조한 점액에서도 몇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어 오염된 물건 등에 접촉 후 눈이나 코, 입을 만지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동물에서 인간으로의 감염은 흔치 않지만 감염된 동물의 분비물에 직접적으로 접촉했을 때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독감은 평균 2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며 갑작스러운 발열과 근육통, 두통 등 전신 증상과 인두통, 마른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 발열은 대게 38℃ 이상으로 급격히 발생하고 심한 탈진을 동반하기도 한다. 전신 증상은 보통 2~3일 정도 지속되고 회복은 빠른 편이지만 무기력, 피로감, 기침 등의 증상은 몇 주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독감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폐렴이고 심근염, 뇌염, 척수염 등도 드물게 발생한다. 만성기관지염이나 만성호흡기질환, 만성심혈관질환 등을 앓고 있는 경우 독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악화될 수도 있다.
메르스, 지카보다 무서운 질병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09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독감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2,37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적 재난 사태로 일컬어졌던 메르스의 국내 감염자가 186명이었고 이중 사망자는 38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약 62배에 달하는 사망자를 매년 내고 있는 질환이 독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서도 매년 겨울 발생하는 계절성 유행 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약 25만~5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국내 독감 발병자의 수가 더욱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엔 국내 독감 의심 환자수가 전 해 겨울 최고치보다 18% 넘게 많았다. 질병관리본부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자료를 보면 1,000명당 발병건수의 최고치가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23.1명과 12.7명이었지만 2014년엔 64.3명을 기록했고 지난해 2월 45.5명, 올해 2월 53.8명을 기록한 바 있다. 독감으로 인한 폐렴 환자 수 또한 2012년 36만여 명이었던 것이 2014년 52만여 명으로 50% 증가했다. 폐렴은 진료 환자가 연간 13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전체 사망원인 5위(1만 2011명)로 올라섰다.
아이에게 특히 위험하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바이러스가 가장 크게 확산됐던 곳이 학교다. 집단 생활을 하는 학생들 사이에선 감염성이 높은 독감 바이러스가 급격히 퍼질 수밖에 없다. 현재도 독감으로 인해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연령층이 소아 및 청소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0세~19세 사이의 독감 환자 수는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약 53만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환자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백신 접종이 최고의 예방
독감에 대한 다양한 치료제가 사용되고 개발되지만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백신을 접종해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의 효과는 피접종자의 연령 및 기존에 앓고 있는 기저질환, 백신과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일치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백신과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가 맞을 경우 건강한 성인의 백신 예방 효과는 70~90%이다.
노인의 경우 예방 효과는 30~40%이지만 입원을 예방하는 데엔 50~60%의 효과가 있고 사망을 예방하는 데엔 80%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독감 백신은 10월부터 12월까지가 접종 시즌으로 바이러스 유행 2주 전까지 접종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특히 합병증 발생의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mini interview
감염내과 전문의 이재갑 교수에게 물어본 독감에 대한 궁금증
환절기, 특히 가을겨울에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인데요. 그 원인은 무엇인가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에서는 겨울에 주로 유행을 하며, 그 이유는 바이러스가 저온 건조한 환경에서 생존능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독감 바이러스가 왜 무서운가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되면 감염 자체로도 고열과 기침과 같은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힘들 수 있습니다. 더 문제는 65세 이상 어르신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분, 5세 미만의 아이들의 경우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여 중증으로 발병할 경우 입원해야 하거나 심지어 사망할 수도 있는 질환이어서 예방과 조기 진단 조기치료가 중요한 감염성 질환입니다.
아이에게 특히 위험하다는데 왜 그런가요?
대개의 아이들이 집단생활(어린이집, 유치원)을 하기 때문에 유행 시기에 아이들 사이에서 많은 숫자가 발병하기도 하며, 아이들의 경우 기관지염이나 중이염, 부비동염 같은 합병증이 어른보다 더 잘 올 수 있어서 입원하게 되거나 장기간 치료 받아야 되는 경우가 많을 수 있습니다.
독감 예방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가장 중요한 예방은 유행시기가 오기 최소 한 달 전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입니다. 대개 유행이 12월부터 시작되어서 1~3월 사이 정점을 찍고 있기 때문에 늦어도 11월까지는 독감예방접종을 해야 합니다. 65세 이상, 6개월~5세 미만, 연령과 무관하게 만성질환(폐질환, 당뇨, 간질환, 심장질환, 신경근육계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 임산부는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반드시 맞아야합니다. 또한 고위험군과 함께 생활하는 건강한 사람들도 예방접종을 하게 되면 가족간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어 가족을 보호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독감 예방접종에 문제가 없는 6개월 이상의 사람은 예방접종을 모두 맞는 것이 좋습니다.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고위험군이나 만성질환자는 독감에 걸릴 수 있습니다. 독감은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증상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증상을 빨리 경감시키고 합병증을 줄일 수 있으므로 유행 시기에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병·의원에 빨리 내원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고위험군은 유행 시기에 사람이 많은 곳은 주로 피하고 부득이 대중장소나 병원에 내원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위생과 같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또한 유행 시기에 독감 증상이 있거나 독감을 진단 받은 환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사용하고, 되도록 사람 많은 곳에 외출을 삼가 해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독감 백신 개발 기술의 선진국, 대한민국
독감백신은 A형 2종과 B형 1종 항원 등 3개를 막는 3가 백신이 주로 국내에서 접종돼 왔다. 그러나 3가 독감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B형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B형 미스매치(mismatch)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보다 폭 넓은 예방 효과를 위해 4가 독감백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4가 독감 백신은 기존 3가에 B형 바이러스주 1종이 추가된 백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2013-14시즌부터 4가 독감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더욱 폭넓은 예방효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노년층, 임신부, 영유아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국가예방접종사업에 가장 먼저 4가 독감백신을 도입했고 올해는 4가 독감백신만을 채택해 접종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선 4가에 세포배양 생산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독감백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되기도 했다. SK케미칼의 스카이셀플루4가는 계란을 사용해 백신을 생산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무균 배양기를 통해 생산되는 세포배양 기술을 도입해 항생제나 보존제가 사용되지 않는다. 특히 국내 생산 4가 독감백신 중 유일하게 만 3세 이상 전 연령대에서 접종이 가능하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성인용으로는 국내 최초, 소아·청소년용으로는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3가 독감백신을 출시해 첫해 주문·판매량 360만 도즈(1도즈=1회 접종)를 기록한 바 있다.
계란이 아닌 동물 세포로 배양한 최신 백신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독감 백신은 유정란을 이용해 생산된다. 1945년 독감 백신이 첫 사용 허가를 받은 이후 약 70여 년 동안 유지돼 온 방식이다. 하지만 유정란의 일부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유정란 방식은 1회 접종량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보통 1~2개의 유정란이 필요해 대량의 백신을 위해선 상당한 수의 유정란이 사전에 확보돼야 했다. 유정란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백신이 생산되기까진 6개월여의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등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 투여가 필요했다. 이로 인해 계란, 닭고기 및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나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에게 접종이 제한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활용하려는 개발이 시도됐고 국내에선 SK케미칼이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세포배양방식의 독감백신은 동물의 세포에서 백신을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계란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항생제나 보존제도 투여하지 않는다. 또 균주를 확보한 후 2~3개월이면 백신 접종이 가능해 신종플루나 홍콩 독감 같은 변종 독감이 유행할 때 보다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국내 유일 만3세 이상 전 연령 접종 가능한 국산 4가 독감백신
SK케미칼의 스카이셀플루4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4가 독감백신 중 유일하게 만 3세 이상 전 연령대에서 접종이 가능하다. 지난여름 전국 2,000여 명의 전문의를 대상으로 개최된 스카이셀플루4가 심포지엄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됐던 것도 이 부분이다. ‘스카이셀플루 4가’ 임상의 연구자였던 고려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윤경 교수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스카이셀플루 4가는 국내 성인 1,503명, 소아 4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만 3세이상 전 연령대에서 면역원성을 확인했다”, “중대한 이상약물반응(SADR)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소아·청소년과 개원의 원장은 “세계에서 최초로 허가 받은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이라는 점도 자랑스럽고 임상 결과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세계에서 최초로 허가 받은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세포배양방식의 독감백신은 동물의 세포에서 백신을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계란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항생제나 보존제도 투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