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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마친남’을 아세요?

‘엄친아’보다 무섭다는 ‘마친남(마누라 친구 남편)’. 밖에선 상사 눈치, 안에선 아내 눈치 보는 남편들의 이야기.

On October 04, 2016

남편 1 요즘 ‘마누라 친구 남편’의 줄임말인 ‘마친남’이라는 단어가 유행이에요. 외모, 학벌, 성격은 기본이고 경제적 능력까지 완벽한 남편을 일컫는다고 해요. ‘엄친아’보다 무서운 게 ‘마친남’ 아닐까요?

남편 2 평범한 삶을 사는 남편들에게 마친남은 두려움의 존재죠. 아내가 “내 친구는 최근에 남편이 생일 선물로 차를 사줬대~” “내 친구 남편은 이번에 승진했다더라”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저에게 차를 사달라는 건지, 승진을 하라는 건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아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고 하지만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남편 3 제 아내는 얼마 전 더 큰 집으로 이사 간 친구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사 간 사실만 이야기하면 괜찮은데 “친구 남편이 억대 연봉이래”라는 말에 욱했네요. 순간 짜증 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어요. 결국 싸움으로 이어졌죠. 괜한 자격지심이었던 건데….

남편 1 제가 가장 두려운 마친남은 가정적인 남자예요. 업무 특성상 야근이 잦아 집안일을 잘 도와주지 못하는데 최근 아내가 “내 친구 남편은 주말에 살림을 도맡아 한대”라고 하는 말에 뜨끔했어요. 대체 능력도 좋고 살림도 잘하는 남편이 존재하기는 하는 겁니까?

남편 2 제 주변에 마친남이라 불릴 만한 남자가 한 명 있어요. 회사 후배인데 훈훈한 외모와 기럭지에 학벌도 좋은데 성격까지 좋아요. 게다가 회사에서 능력도 인정받고요. 이런 남편이 마친남 아니겠어요?

남편 3 제가 가장 두려운 마친남 유형은 부잣집 아들이에요. 30대에 잘사는 집을 보면 남편이 금수저인 경우가 많죠. 자수성가한 타입의 저와는 출발점이 다른 거예요. 직급도, 월급도 비슷한데 집의 평수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사람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남편은 두려운 정도가 아니라 무서워요.

남편 2 아내가 하도 마친남, 마친남 하길래 친구 남편이 그렇게 멋있게 느껴지느냐고 물었어요. 아내는 “멋있다기보다는 친구가 부럽다”고 하더군요. 가슴이 철렁했어요. 외모도 가꾸고, 일도 더 열심히 하고, 살림도 더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생각뿐이에요. 퇴근하면 곯아떨어지기 바쁜데 어떻게 운동을 하고 살림을 하겠어요?

남편 3
아내가 친구의 남편과 저를 비교하는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친구 모임, 혹은 학부모 모임에서 대화 주제가 주로 남편이라는 걸 잘 알아요. 옆집 남편은 대기업 임원이라더라, 윗집 남편은 의사라더라 하는 말들이 신경 안 쓰일 수 없겠죠.

남편 1 그래도 그런 말에 휩쓸리는 건 싫어요. 제가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다른 집 남편들의 직업을 부러워하는 것 자체가 서운해요. 친구 남편과 저를 비교할 시간에 아이들 간식이나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크죠. 그리고 칭찬은 남편을 춤추게 하잖아요. 비교보다는 칭찬이 유익하다고요.

남편 2
이건 비밀인데요, 사실 남자들도 자기 아내와 친구의 아내를 비교해요. 아내들과 다른 점은 능력이나 성격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외모를 비교하죠. 배우처럼 예쁘고 모델처럼 몸매 좋은 친구의 아내를 보면 자신의 아내와 비교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남편 3 그래서 저는 요즘 아내의 운동을 적극 응원하고 있어요. 아내가 예쁘고 날씬하면 좋지 않겠어요? 살짝 불안한 심리를 느끼는 것도 부부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요.

남편 1 아내의 친구 남편 타령에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아무리 강력한 마친남이 등장해도 ‘그래도 내가 낫지’ 하는 생각을 가져야 살맛이 나죠.

남편 2 사실 아내의 마친남 예찬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것도 아니에요. 잔소리가 짜증 날 뿐, 마친남에 대해 질투를 느끼지는 않죠. 어떤 남자가 아내의 친구 남편을 시기하고 질투하겠어요? 그런 남편은 자존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일 거예요. 적어도 저는 안 그렇거든요.

남편 3 저도 마찬가지예요. 아내가 친구 남편과 비교하는 게 싫어서 마친남이 두려울 뿐이죠. 이제 더 이상 마친남이 안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남편 1 남편들은 괴로워요. 사회생활도 힘든데 요즘엔 마친남까지 등장했네요. 대체 남편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합니까?

남편 3
아내들의 마친남 찬양은 나이를 먹어서도 이어질 거예요. 왠지 일흔이 되어서도 “친구 남편은 복근이 있대”라는 말을 들을 것만 같아요.

남편 2 아내에게 마친남 말고 남편 찬양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마친남이 될 순 없는 걸까요? 

  • 남편 1 총각 시절 방황하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새 삶을 살고 있는 건설업 사업가. 현재 아내의 태중엔 둘째 아이가 자라고 있다.
  • 남편 2 지난해 9월 결혼한 새내기 남편이자 잘나가는 자동차 딜러. 신혼의 단꿈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마친남’ 때문에 상처받기 일쑤다.
  • 남편 3 사내 연애로 결혼에 골인한 중견 기업 홍보팀 대리. 결혼 7년 차가 되면서 아내의 ‘마친남’ 찬양이 시작됐다. 얼굴도 모르는 ‘마친남’ 때문에 골치 아프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일러스트
이현정
2016년 09월호
2016년 09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일러스트
이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