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1 요즘 ‘마누라 친구 남편’의 줄임말인 ‘마친남’이라는 단어가 유행이에요. 외모, 학벌, 성격은 기본이고 경제적 능력까지 완벽한 남편을 일컫는다고 해요. ‘엄친아’보다 무서운 게 ‘마친남’ 아닐까요?
남편 2 평범한 삶을 사는 남편들에게 마친남은 두려움의 존재죠. 아내가 “내 친구는 최근에 남편이 생일 선물로 차를 사줬대~” “내 친구 남편은 이번에 승진했다더라”라고 말하는데, 이 말이 저에게 차를 사달라는 건지, 승진을 하라는 건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아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고 하지만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남편 3 제 아내는 얼마 전 더 큰 집으로 이사 간 친구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사 간 사실만 이야기하면 괜찮은데 “친구 남편이 억대 연봉이래”라는 말에 욱했네요. 순간 짜증 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어요. 결국 싸움으로 이어졌죠. 괜한 자격지심이었던 건데….
남편 1 제가 가장 두려운 마친남은 가정적인 남자예요. 업무 특성상 야근이 잦아 집안일을 잘 도와주지 못하는데 최근 아내가 “내 친구 남편은 주말에 살림을 도맡아 한대”라고 하는 말에 뜨끔했어요. 대체 능력도 좋고 살림도 잘하는 남편이 존재하기는 하는 겁니까?
남편 2 제 주변에 마친남이라 불릴 만한 남자가 한 명 있어요. 회사 후배인데 훈훈한 외모와 기럭지에 학벌도 좋은데 성격까지 좋아요. 게다가 회사에서 능력도 인정받고요. 이런 남편이 마친남 아니겠어요?
남편 3 제가 가장 두려운 마친남 유형은 부잣집 아들이에요. 30대에 잘사는 집을 보면 남편이 금수저인 경우가 많죠. 자수성가한 타입의 저와는 출발점이 다른 거예요. 직급도, 월급도 비슷한데 집의 평수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사람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남편은 두려운 정도가 아니라 무서워요.
남편 2 아내가 하도 마친남, 마친남 하길래 친구 남편이 그렇게 멋있게 느껴지느냐고 물었어요. 아내는 “멋있다기보다는 친구가 부럽다”고 하더군요. 가슴이 철렁했어요. 외모도 가꾸고, 일도 더 열심히 하고, 살림도 더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생각뿐이에요. 퇴근하면 곯아떨어지기 바쁜데 어떻게 운동을 하고 살림을 하겠어요?
남편 3 아내가 친구의 남편과 저를 비교하는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친구 모임, 혹은 학부모 모임에서 대화 주제가 주로 남편이라는 걸 잘 알아요. 옆집 남편은 대기업 임원이라더라, 윗집 남편은 의사라더라 하는 말들이 신경 안 쓰일 수 없겠죠.
남편 1 그래도 그런 말에 휩쓸리는 건 싫어요. 제가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다른 집 남편들의 직업을 부러워하는 것 자체가 서운해요. 친구 남편과 저를 비교할 시간에 아이들 간식이나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크죠. 그리고 칭찬은 남편을 춤추게 하잖아요. 비교보다는 칭찬이 유익하다고요.
남편 2 이건 비밀인데요, 사실 남자들도 자기 아내와 친구의 아내를 비교해요. 아내들과 다른 점은 능력이나 성격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외모를 비교하죠. 배우처럼 예쁘고 모델처럼 몸매 좋은 친구의 아내를 보면 자신의 아내와 비교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남편 3 그래서 저는 요즘 아내의 운동을 적극 응원하고 있어요. 아내가 예쁘고 날씬하면 좋지 않겠어요? 살짝 불안한 심리를 느끼는 것도 부부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요.
남편 1 아내의 친구 남편 타령에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아무리 강력한 마친남이 등장해도 ‘그래도 내가 낫지’ 하는 생각을 가져야 살맛이 나죠.
남편 2 사실 아내의 마친남 예찬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것도 아니에요. 잔소리가 짜증 날 뿐, 마친남에 대해 질투를 느끼지는 않죠. 어떤 남자가 아내의 친구 남편을 시기하고 질투하겠어요? 그런 남편은 자존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일 거예요. 적어도 저는 안 그렇거든요.
남편 3 저도 마찬가지예요. 아내가 친구 남편과 비교하는 게 싫어서 마친남이 두려울 뿐이죠. 이제 더 이상 마친남이 안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남편 1 남편들은 괴로워요. 사회생활도 힘든데 요즘엔 마친남까지 등장했네요. 대체 남편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합니까?
남편 3 아내들의 마친남 찬양은 나이를 먹어서도 이어질 거예요. 왠지 일흔이 되어서도 “친구 남편은 복근이 있대”라는 말을 들을 것만 같아요.
남편 2 아내에게 마친남 말고 남편 찬양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마친남이 될 순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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