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모여 사는 행복한 집을 찾다
현관문의 초인종을 누르니 잠시 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고담이가 “안녕하세요”라며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집은 곧 사람’이라고 하듯, 아이의 말간 얼굴과 씩씩한 목소리를 첫인상으로 접하니 집 구경을 하기도 전에 이 집이 친근해졌다.
소고원에는 이증호(40세)·고은영(40세) 부부와 이증호씨의 부모님 이중칠(67세)·이주순(65세) 부부 그리고 고담(8세)이까지 3대가 모여 산다. 모든 맞벌이 부부가 그렇듯 자녀 양육 문제로 고민하던 이증호·고은영 부부는 고담이가 태어나던 해인 2008년 부모님께 먼저 합가를 부탁드렸다.
이후 아파트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면서 좋은 점이 더 많았지만 한 지붕 아래 부모와 자식 세대가 모여 사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았다.
“아버님, 어머님은 물론 아내와 저도 라이프스타일이 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일례로 야근하고 늦게 들어가면 배가 고파도 부모님이 깨실까 봐 뭘 해 먹지도 못해요. 아파트는 수평적으로 열린 구조다 보니 서로 접하는 부분이 많아 점차 불편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이증호씨는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살아야지’라든가 ‘아파트보다 땅에 투자해야지’라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평소에도 즉흥적인 성향이 있다는 그는 3대가 모두 즐겁고 편안한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부터 여기저기 땅을 알아보고 다녔다.
“집을 짓기 3년 전부터 땅을 보러 다녔어요. 생활권과 가깝고 출퇴근하기 편한 위치, 3대가 살아야 하는 만큼 대지 면적 99㎡(30평) 이상을 찾아봤어요.” 수차례 땅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지 1년여 만에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지금의 땅을 만났다.
원래 있던 집은 단층 구옥이라 집을 새로 지어야 했다. 평범한 회사원인 이증호씨에겐 부담이 될 법도 한데 그는 “신나는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 같은 기대감과 설렘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사당동 소고원의 집짓기가 시작됐다.
미래를 위해 담백하게 꾸민 집
2016년 1월 1일, 이 집으로 할아버지 이중칠씨부터 손녀 고담이까지 3대가 모두 입주했다. 1층(33.05㎡)은 원래 임대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게스트 룸으로 사용하고 있고, 2층(42.97㎡)은 부모님과 고담이의 침실, 3층(42.97㎡)은 주방 겸 가족실과 부부의 침실, 그리고 4층(29.75㎡)은 다락방과 옥상 정원으로 공간을 나눴다.
“아파트와 달리 주택은 세로로 긴 구조이기 때문에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생활 동선이 명확해지니까 편하게 생활할 수 있어요.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집을 지은 만큼 층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닥 소재를 1층과 3층은 대리석 느낌의 포셀린 타일을, 2층은 헤링본 바닥을 깔아 변화를 주었죠.”
전문가 못지않게 인테리어에 대해 설명하는 이증호씨는 집을 짓는 당시 출간된 건축·인테리어 서적을 하나도 빼지 않고 읽었단다. 수십 권의 책으로 독학하며 완성한 이 집은 집주인의 노력과 진심을 담은 만큼 오래된 집처럼 포근함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고자 미송 합판으로 벽체를 세운 건데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담백하면서 내추럴한 분위기가 만족스러워요. 특히 나중에 페인트칠을 해도 되고 방 구조를 바꿀 때 시멘트벽보다 위치 변경이 쉽다는 장점이 있어요.”
지금은 할머니와 한 침대에서 자는 고담이가 나중에 크면 방을 나눠줘야 하는 등 구조 변경이 필요한 미래까지 생각한 집을 완성했다.
가족 구성원의 ‘위시 리스트’를 실현하다
집짓기를 시작하면서 이증호씨는 가족에게 위시 리스트를 받았다. 집을 짓는 목표가 ‘멋진 집에 살기 위해서’ ‘집으로 재테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가족의 행복 증진’이었기에 가족 구성원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다.
“가족이 한집에 산다는 건 서로 배려하고 이해할 부분이 생긴다는 거죠. 가족 의견 한 가지씩 말한 집에 대한 위시 리스트를 보고 ‘이것만은 꼭 지켜주자’는 마음으로 집을 지었어요.”
할아버지 이중칠씨는 오래된 살림인 자개장을 꼭 자신의 방에 넣어달라고 했고, 할머니 이주순씨는 손녀 소담이와 한 방을 쓰고 싶다고 했다. 아내 고은영씨는 아일랜드 식탁이 있어 조리하기 편한 ‘11자 주방’을 만들어달라는 것. 가족의 의견을 모아놓고 보니 위시리스트조차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듯했다.
“저도 원하는 게 있었어요. 형광등은 너무 눈이 시려 침실과 가족실에 간접등을 설치해 안락하게 조도를 맞췄죠. 그리고 가족이 한데 모이는 가족실은 어두워 보일까 싶어 천창을 내 햇살이 들어오게 했어요. 만들어놓고 보니 4층에 있을 때 3층의 주방이나 거실에 있는 가족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이 집에서는 해놓고 보니 얻는 것이 많았어요.”
서로에 대한 배려로 시작해 진심을 담아 완성한 소고원 하우스. 이증호씨 가족은 새로운 꿈의 출발지에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을 가족 간의 추억을 하나씩 채워나갈 예정이다.
1996년 첫 방송을 시작해 매일 주중 아침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 SBS 간판 정보 방송 <좋은아침>의 목요일 섹션 프로그램. 2015년 1월, 시즌 1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아침 9시 10분에 방영된다. ‘하.우.스’는 ‘하나뿐인 우리 집 스토리’의 줄임말로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특별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도심 속 자투리땅을 찾는 노하우부터 노후한 집을 개조하는 방법, 집짓기, 최신 인테리어 스타일 등 요즘 주거 트렌드와 정보를 알차게 담고 있다는 평을 들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