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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고 싶다면, 뇌와 밀당하라!

On June 16, 2017



당장의 만족 vs 미래의 보상

다이어트할 때 '의지력'이라는 단어는 꼬리말처럼 따라온다. 운동이든, 식단 조절이든 의지력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 사전적인 의미로 의지력이란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의 힘'이다. 다이어트를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의 힘, 당신의 의지력은 강한가?

1960년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월터 미셸 박사는 대학 부설 빙 유아원에서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의지력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원들이 어린이들에게 마시멜로, 쿠키 같은 여러 과자 중 가장 먹고 싶은 것을 고르게 하고 자리를 뜨면서 15분 뒤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전에 먹고 싶다면 종을 울리라고 했다. 약 12년 후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15분을 기다렸던 아이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 성적이 높았을 뿐 아니라 교우 관계도 좋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마시멜로 앞에서 고민하던 어린이와 우리의 다이어트 의지력을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당장의 만족'과 '미래의 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모습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지금 당장 먹고 싶은 욕구를 참으면 살을 뺄 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의 만족이 우리를 유혹할 때가 더 많다.

이기적인 뇌의 유혹

의지력은 뇌의 활동 영역이다. 마시멜로를 2개 먹기 위해 15분을 기다리는 자기 절제력도, 다이어트를 성공하겠다는 굳은 다짐도 뇌에서 통제한다. 미국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G. 에이멘은 체중 증가의 원인을 뇌가 보내는 신호에서 찾았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뇌에서는 수많은 신호를 보낸다. 배가 부른 것도 이 신호 때문이다. 충동적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수치가 낮기 때문이다." 뇌에서 호르몬이 얼마나 분비되느냐에 따라 식사량과 소화력 등이 결정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체중 증가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명 활동을 지배하는 뇌는 신경계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을 한다. 뇌가 우리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 하지만 몸에서 소모하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뇌가 독차지한다. 음식 섭취로 얻은 몸속 에너지를 나눠 쓴다고 할 때 뇌의 권력 서열은 단연 1순위다. 이런 현상을 두고 뇌 연구자들은 '이기적인 뇌'라고 표현한다. 다이어트 측면으로만 봤을 때 이기적인 뇌는 끊임없이 배고프다며 먹을 것을 달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것도 살찌기 좋은 달달한 단당류를 말이다. 흔히 "당 떨어졌다"며 초콜릿이나 사탕을 찾는 것이 이런 뇌의 신호다. 내 몸에는 충분한 에너지(체지방 형태로 변하는 잉여 에너지)가 남아 있는데 그걸 끌어다 쓰기보다 편하게 바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섭취하라고 유혹한다.

뇌를 이기는 의지력!

독일 비만 전문가 아힘 페터스는 저서 <이기적인 뇌>에서 음식 섭취를 통해 얻은 에너지를 뇌가 끌어다 쓰는 것을 '뇌 당김'이라 하고, 몸이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것(운동을 하거나 신진대사가 원활한 것)을 '몸 당김'이라 설명한다. 이 중 누가 이겼느냐에 따라 다이어트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 즉 몸 당김이 뇌 당김을 이겨야 날씬해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기적인 뇌에게 밀당을 당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다이어트에 실패했다는 후회와 자학의 감정이 더 큰 탐닉으로 이어지는 '알게 뭐람 효과(What-the hell-effect, 재닛 폴리비&C. 피터 허먼)'가 발생한다. 이것은 아무려면 어떠냐는 생각으로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되는 현상이다. 실패자의 면죄부를 받았으니 더 이상 거리낄 게 없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를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뇌와 몸의 밀당 사이에서 '몸 당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뻔한 얘기지만 뇌가 보내는 거짓 신호에 저항하며 식단 조절을 하고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도록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의지력 SOS>의 저자 이중석이 도출한 '의지력 SOS(Simulation-Observation-Selection) 모형'은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뇌 당김'을 이기고 '몸 당김'을 응원하는 의지력 키우는 방법을 제안한다.

의지력 SOS(Simulation-Observation-Selection) 모형


STEP1 시뮬레이션(Simulation)

STEP1 시뮬레이션(Simulation)


자기 절제가 필요한 상황을 미리 상상해본다.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이나 회식 등이 있을 수 있다. 보통 이런 자리에서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밥을 열심히 먹다가 극심한 포만감으로 우울함을 느끼곤 한다. 다시 그 감정에 빠지지 않도록 절제가 필요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상상하며 대응 방안을 정해볼 것. 예컨대 사이드 접시에 먹을 만큼만 덜어 두겠다든지, 식사 30분 전에 미리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해 포만감을 주겠다는 식의 플랜이다.

STEP2 관찰(Observation)

STEP2 관찰(Observation)


절대로 음식을 향해 바로 돌진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천천히 먹는 습관을 기르고 식사 간격도 일정하게 맞추도록 노력하자.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는 티스푼으로 먹어보는 것도 좋다. 식사 속도를 늦출 때 많은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을 느낄 뿐 아니라 밥을 많이 먹는 자동화된 습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STEP3 선택(Selection)

STEP3 선택(Selection)


계획된 행동을 선택하는 단계.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상상했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리 세워둔 대응 방안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예컨대 회사 회식으로 뷔페에 갔다고 치자.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마련한 다양한 방안 중 폭식을 막고 싶으므로 식사 30분 전 포만감을 주는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겠다는 것을 선택해 실행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시뮬레이션, 관찰, 선택의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뇌를 훈련할 수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은혜
사진
김정선
참고도서
<의지력 SOS>(순수와탐구), <이기적인 뇌>(에코리브르)
2017년 06월호
2017년 06월호
에디터
김은혜
사진
김정선
참고도서
<의지력 SOS>(순수와탐구), <이기적인 뇌>(에코리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