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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고지용

7월의 뜨거운 어느 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고지용과 마주 앉았다. 16년 만이다. 반갑다.

On August 17, 2016

 

3년 전, 결혼 소식이 전해진 날 전화를 걸었을 때 고지용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 결혼이 이렇게 이슈가 될 일인가요? 이미 연예계를 떠난 지 오래인데…”라고. 2년 후 출산 소식을 듣고 연락을 취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고지용은 “나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었다.

그렇게 지난 16년간 연예계를 완전히 떠났던 고지용이 돌아왔다. 지난 4월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 ‘토토가 2-젝스키스 편’을 통해서다. 멤버들과 유재석의 끈질긴 설득으로 슬쩍 무대에 올랐다.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무대 위 고지용은 어색해 보였다. 젝스키스 특유의 통 넓은 검은색 무대 의상을 입은 멤버들 사이에 말쑥한 정장 차림이라니. 어울리지 못해도 괜찮았다. 젝스키스가 완전체가 됐다는 사실보다 그가 힘든 발걸음을 해주었다는 게 더 좋았으니까.

<제1회 바스켓볼 챔프 코리아>의 농구 경기가 한창이던 어느 날, 고지용을 만났다. 몇몇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공식 인터뷰를 일절 마다해왔기에 그와의 만남은 더 의미 있었다. 무더위 속 잠시 불어오는 바람 사이로 고지용이 들어섰다. 농구장은 그를 기다리던 팬들의 함성 소리로 가득 찼고, 고지용은 이런 환대가 어색한지 자꾸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팬들의 환호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묘할 것 같아요.
기분이 이상해요. 너무 오래전에 듣던 함성이라…. 어색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무한도전>을 통해 제가 젝스키스의 고지용이었다는 걸 상기할 수 있게 됐어요. 기다려주신 분들, 방송을 보고 반가워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은퇴 후 2차 전지 에너지 관련 사업에 매진했어요. 젊고 역량 있는 직원들이 함께하는 크리에이티브 광고회사도 차렸어요. 다방면의 문화 사업과 기업 활동을하며 고객사와 함께 성장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죠.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네요.
저희 회사의 주축을 이루는 국내외 대형 광고회사 출신 임직원분들께 경영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지금 저와 함께하는 분들과 함께 크리에이티브한 기획과 광고로 여러분과 만나고 싶어요.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해왔었기 때문에 오늘의 인터뷰 수락이 의외였어요. 오늘 행사에 후원하게 됐다고 하던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꿈과 열정 가득한 젊은이를 위해 후원해달라”는 지인의 부탁에 선뜻 나서게 됐어요. 평소 농구를 좋아하기도 했고, 청년을 위한 사업이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오랜만에 농구장의 열기를 직접 느끼니 기분 전환이 되네요.

평소에도 청년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은퇴 후 다양한 문화 사업을 후원해왔어요. 이 행사는 취업 문제부터 학비 문제까지 고민이 많은 청년들을 위한 취지라 더욱 좋았죠. 살인적인 아르바이트 스케줄을 마치고도 농구하러 오는 친구들을 보며 생각했어요. ‘아, 열정은 막을 수 없구나’라고요.

앞으로도 이런 행사의 후원은 계속할 계획인가요?

학업과 생계를 동시에 해야 하는 대학생, 취업 준비생분들께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게 제 마음입니다. 장학·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의미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농구장에 왔는데 함께 뛰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저는 농구를 즐기는 한 사람일 뿐이에요. 운동신경이 없어 구경만 하는 정도죠. 초등학교 때부터 미국 농구 대회 방송을 보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고지용이 농구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저는 구경하는 걸 좋아합니다.(웃음)

농구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선수들의 열정이 좋아요. 뜨겁잖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야외 농구 시합을 보는걸 더 좋아해요. 한강의 야외 농구장 같은, 시야가 확 트인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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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용은 <무한도전>에서 “회식 때 젝스키스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커플’이라는 노래에는 몸이 먼저 반응했다.

무대에서 고지용은 팬들의 함성 소리에 얼마간 말을 잇지 못했고 팬들이 흘리는 눈물에 감격스러워했다. 1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젝스키스인 남자. 팬들이 고지용을 기다리는 이유다.

방송 후 그가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젝스키스로의 컴백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대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고지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소문이 무성했다. 그래서 그에게 직접 물었다.

솔직히 진짜 궁금한 건 따로 있어요. 앞으로 젝스키스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젝스키스 멤버들과 함께 16년 만에 방송에 출연했는데 여전히 뜨거운 팬들의 성원을 확인하고 많은 감격을 받았어요.

이미 오랫동안 연예계를 떠나 있어 다시 활동하기는 쉽지 않지만 젝스키스는 제가 몸담았던 친정 같은 그룹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활동할 거예요. 9월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고 해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다시 활동하기 쉽지 않다는 건 아무래도 지금 하는 사업 때문이겠죠?

다방면의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제가 활동하겠다고 나서면 피해를 입을 분들이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하면 팬들과 만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고지용을 만날 수 있는 방법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연예인으로 팬들을 만나는 것보다 다른 방법으로 많은 분께 받은 관심과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요. 젝스키스의 향후 활동을 늘 응원하고 저는 제 자리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후배를 양성해나갈 생각이에요.

젝스키스 멤버들과도 향후 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나요?

사실 재진이 형이나 지원이 형은 <무한도전> 무대에서 16년 만에 처음 봤어요. 아직 어색해요. 방송 이후 종종 연락하면서 지내는데 서로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진 않는 것 같아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어요.
엔터테인먼트 사업 영역에 대해서는 구체화된 내용은 없어요. 현재는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죠.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와 몇 차례 미팅을 가졌지만 저희 쪽 회사의 역량이나 자원이 엔터테인먼트 사업과의 상생 효과가 어느 정도 일지에 대한 중·장기적 브레인스토밍 단계입니다. 사업 계획이 구체화되면 기쁜 마음으로 발표하겠습니다.

고지용과의 대화는 짧았다. 아쉬운 마음에 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겠다는 인사로 이날 대화를 마무리했다. 고지용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긴 인사말을 남겼다.

“제가 젝스키스 멤버임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무한도전> 제작팀에게 감사해요. 저 또한 예전 기억을 회상하며 많은 열정과 에너지를 얻었어요. 젝스키스 멤버로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팬 여러분과 함께하는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취재협조
<제1회 바스켓볼 챔프 코리아>
2016년 08월호
2016년 08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하지영
취재협조
<제1회 바스켓볼 챔프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