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동네 북한남삼거리의 작고 오래된 주택을 개조하다
한강이 흐르고 남산을 바라보는, 살기 좋은 동네 북한남동은 최근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업실과 톱스타들의 주거지로 핫하게 뜨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오래된 주택 단지가 몰려 있는 소박한 동네였는데 지금은 감각적이면서 색다른 건물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패션 브랜드 비주얼 디자이너를 거쳐 현재 다방면에서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 중인 김은아(43세)씨도 지난해 말, 북한남동 골목에 위치한 44년 된 노후 주택을 개조했다.
“지금까지 아파트에만 살았어요. 교통이 좋고 살기 편하긴 해도 ‘나만의 개성’을 찾을 수 없는 게 늘 안타까웠죠. 그러다 5년 전부터 단독주택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어요. 출퇴근 시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위치였으면 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며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다가구 주택을 꿈꿨지요. 연남동부터 연희동, 한남동을 발품 팔며 시간을 두고 천천히 살펴봤어요. 그러다 지금 이 집을 발견했고요.”
대지 면적 91㎡(27.6평), 지하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된 이 주택은 1973년에 지은 집이었다. 골조와 난방 시설도 노후한 상태라 대대적인 공사는 필수였다.
“저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공간이자 여럿이 따로 또 같이 즐거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을 꿈꿨어요. 마침 ‘제2종 일반주거지역(도시계획법상 중층 주택 중심의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지정한 지역)’으로 건폐율과 용적률을 따져보니 3층까지 확장할 수 있어 지하는 작업실, 1층은 카페 겸 놀이터, 2~3층은 제 공간으로 셰어 하우스를 완성했죠.”
알뜰하게 구획한 공간
오랫동안 단독주택에서 사는 꿈을 안고 있던 김은아씨는 자신의 로망과 취향을 담기 위해선 건축 설계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가 패션 브랜드 ‘오브제’의 비주얼 디자이너로 근무할 때부터 매장 인테리어로 인연을 맺어온 때컴퍼지션 윤영권 소장에게 공사를 맡겼다. 서로가 원하는 인테리어 비주얼 시안을 찾고 의견을 조율하며 1년여의 공사 기간을 거쳐 꿈에 그리던 결과물을 빚어냈다.
“단순히 작은 소형 주택이 아니라 현재 주택의 상황에서 최대치를 뽑으려고 했어요. 건폐율을 따져보니 3층으로 확장할 수 있었고요. 1층은 카페, 갤러리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공간으로 구성하고 지하층과 2~3층은 세대를 분리했죠. 특히 2층은 입구 쪽 테라스 공간의 활용도가 떨어져 벽을 세워 실내 공간으로 들였어요.”
김은아씨의 주거 공간인 2~3층 복층에 들어서면 커다란 아일랜드 조리대와 주방 살림을 숨기고 나누는 슬라이딩 도어가 눈에 띈다. 주방을 직육면체로 관통하는 커다란 아일랜드 조리대는 테이블과 싱크대, 수납장까지 모든 기능을 하는 하나의 오브제로 입구를 막아 답답하기는커녕 오히려 탁 트인 개방감이 전해진다.
“손님들이 왔을 때 등 돌리고 음식을 준비하고 싶지 않았어요. 식탁이나 소파에 앉아 있는 손님들과 대화하며 소통할 수 있는 대면형 주방을 원했던 게 이렇게 실현되었어요.”
마치 뉴욕의 스튜디오를 연상케 하는 노출 천장 디테일과 화이트 인테리어도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최대한 넓고 심플해 보이기 위해 화이트로 통일하되 밋밋해 보이지 않도록 벽을 두 가지 컬러로 페인팅한 것과 문마다 망입 유리를 시공해 답답해 보이지 않게 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취향과 정성이 깃든 ‘나의 집’
김은아씨는 건물 간의 간격이 빈틈없이 붙어 있고 통행로를 사이로 다른 주택과 마주보는 이 집에 최대한 큰 창을 내고 싶었다. “2층 거실의 경우 커다란 전면 창을 낸 대신 부엌 쪽 창은 막았죠. 3층 침실은 테라스로 통하는 창이 워낙 커 박공지붕 구조로 아늑함을 주고 건물 뒤편 계단 쪽에 창문을 배치했어요.”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실의 창은 집주인 김은아씨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골목길의 풍경을 바라보며 2층 거실&주방으로 내려가 커피를 내리고 소파에 걸터앉아 힐링하는 공간이다. 2층이 친구와 외부 손님에게 오픈된 공간이라면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만나는 3층은 김은아씨의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박공지붕 구조에 전체적으로 그레이 컬러로 도장해 아늑한 느낌을 살렸어요. 슬라이딩 도어 안쪽에 화장실과 드레스 룸이 자리하고 침대 맞은편 낮은 지붕 아래 책상을 두어 알뜰하게 공간을 정리했죠 개인적으로 물건이 밖으로 나와 있는 게 싫어 슬라이딩 도어로 열고 가리는 기능을 적절히 활용했어요.”
이 집은 통로, 계단 등 진입로의 폭이 좁아 벽체를 세우기 전 그 공간에서 사용하는 큰 가구를 미리 옮겨놓았다. 시공하는 동안 가구를 옮겨놓으면서 공사 기간이 그만큼 늘어나긴 했어도 자신에게 맞춘 집을 설계한 만큼 ‘딱 맞춘’ 공간이 탄생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이 집 이름은 ‘97page’예요.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봤을 때 97페이지는 여러 의미가 있거든요. 100페이지 분량의 단편소설에서 97페이지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 완성한 단계고, 200~300페이지 분량의 장편소설에서는 뒷얘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 설레는 느낌이잖아요. 제 삶에서 주택 개조는 짧게는 한 가지 목표를 이룩한 결과이고 길게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니까요.”
집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내내 행복한 미소가 끊이지 않던 김은아씨. 그녀의 바람처럼 조만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자 즐거운 일이 창조되는 아지트가 탄생할 듯하다. 이 집에서의 다음 페이지가 더 기대된다.
1996년 첫 방송을 시작해 매일 주중 아침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 SBS 간판 정보 방송 <좋은아침>의 목요일 섹션 프로그램. 2015년 1월, 시즌 1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아침 9시 10분에 방영된다. ‘하.우.스’는 ‘하나뿐인 우리 집 스토리’의 줄임말로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특별한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도심 속 자투리땅을 찾는 노하우부터 노후한 집을 개조하는 방법, 집짓기, 최신 인테리어 스타일 등 요즘 주거 트렌드와 정보를 알차게 담고 있다는 평을 들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