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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럭 레스토랑'으로 컴백! 돌아온 정준영 밴드

“오늘 필은 맨발이야!” 정준영이 ‘툭’ ‘툭’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던졌다. 말로만 듣던 ‘록 스피릿’이다. 못 말리는 정준영과 그를 말리는 아이들. 밴드 그룹 드럭 레스토랑을 만났다.

On July 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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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합정동 어느 골목길. 무늬 없는 검은색 티셔츠와 살짝 구겨진 검은색 반바지에 슬리퍼, 뒤태부터 예사롭지 않은 한 남자가 건물 지하실로 걸어 들어간다. 그 뒤를 따르는 세 남자. 무심한 듯 시크해 보인다.‘드럭 레스토랑’의 연습실을 찾은 건 어느 일요일의 밤 10시. 그들의 일상을 담기 위해, ‘어메이징’하다는 라이프를 들여다보기 위해 무작정 들이닥쳤다. 아닌 게 아니라 자유분방했다. 낯선 사람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정준영, 거의 반쯤 누워 있는 정석원, 옷을 훌러덩훌러덩 벗어던지는 이현규. 이들은 제각각 개성을 드러내며 청춘스러운 아우라를 내뿜었다.

정준영 “오늘은 음악 이야기 안 하면 안 돼요? 뻔하잖아요, 맨날 하는 이야기. 우리, 사는 이야기해요.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오늘 대체 왜, 이 시간에 연습실에 왔는지, 어젠 뭘 먹었고, 뭘 샀는지에 대한 이야기요.”

조대민 “그냥 이렇게 살아요. 합주하고, 작업하고, 밥 먹고, 운동하고….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죠. (정)준영이의 삶이 제일 어메이징해요.(웃음) 저희 이야기보다 준영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쟤도 아마 할 말 많을걸요?”

그렇다면! 요즘 뭐 하고 지내느냐고 물었다. 정준영은 새초롬하게 쳐다본다. ‘그것도 모르느냐’는 눈치다.
정준영 “최근 논현동에 ‘밀땅포차’를 오픈했어요. 친한 형들과 함께 운영하는데 거의 대부분 거기에서 시간을 보내요. 이렇게 말하면 나 무슨 알코올 중독자 같다.(웃음) 사람들과 만나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술값이 장난 아닌 거예요. ‘돈 안 내고 술 마실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술집을 내자’가 된 거죠. 주량은… 아침까지 마실 수 있을 정도? 취하면 잠이 드는데 한 30분 정도 자고 일어나면 그때부턴 슈퍼맨이 되죠. 한번 놀러 오세요. 분위기 죽여요.”

정석원 “준영이, 오늘도 새벽까지 술 마셨어요. 아침까지 마실 때도 있죠. ‘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해맑게 웃어요. 그냥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삶을 배우고, 교류하는 게 좋대요. 그런 준영이를 누가 말려요.(웃음) 하지만 적당히 마시고 즐길 줄 아는 친구라 좋아요. 다음 날 스케줄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놀죠.”

아니나 다를까. 이날도 약속이 있단다. 얼핏 들으니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료 가수와 만나는 모양이다.
정준영 “일찍 끝내주시면 안 돼요? 촬영이 있는 줄 모르고 약속을 잡았어요. 회사에서는 분명히 한 컷만 찍으면 된다고 했는데. 그냥 한 컷만 나가도 좋아요. 일찍만 끝내주세요, 네?”

단박에 안 된다고 했더니 되레 왜 안 되느냐고 따져 묻는다. 싫어도 해야 한다고 했더니 입술을 삐쭉거리며 그럼 일단 해보겠단다. 이 남자, 귀엽다. 

조대민 “준영이의 매력은 말은 툴툴거려도 본인이 해야 할 일은 다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얼마나 살가운데요. 기자님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인사한 게 준영이일걸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죠. 또 솔직하고 담백해요. 가식을 찾아볼 수 없죠. 연예인이라면 대개 모자 푹 눌러쓰는 것도 모자라, 마스크로 얼굴 다 가리고 다니잖아요. 준영이는 그렇지 않아서 좋아요. 슬리퍼 질질 끌고 연습실에 온 거 보면 모르시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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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소개로, 또는 아는 형님 소개로 만나 첫눈에 반한 네 사람은 그 길로 밴드를 결성했다. 함께 지낸 시간은 불과 1년 남짓인데 하는 행동은 10년 지기 못지않다.
정준영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어요. 왠지 잘 맞을 것 같았죠. 아니나 다를까 즐거워요.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아채는 정도는 아니지만 통하는 게 있어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단박에 알아차리는 센스 같은 거?”

이현규 “원래 밴드의 첫 이름이 ‘드럭 레스토랑’이었는데 멤버들이 별로라고 해서 ‘정준영 밴드’로 활동했었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좋은 거예요. 레스토랑처럼 다양한 메뉴(음악)로 사람들에게 치유가 될 수 있는 처방을 내린다는 뜻이에요.”

매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기 때문일까? 이들은 서로의 성격과 취향까지도 잘 알고 있다.
조대민 “쉬는 날엔 주로 집에 있는 저와 달리 준영이는 어디든 나가요. 친구를 만나거나 영화를 보거나 되게 바쁘게 움직여요. 저는 2층 집이라 계단이 많아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일상의 전부죠.”

이현규 “석원이 형은 ‘나만 아는 음악’ 찾기에 빠져 있어요. 예전엔 CD를 사서 수록곡을 다 들었다고 해요. 메모하며 듣는 열혈 음악광이죠. 지금은 쉬는 시간마다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더라고요. 아무도 모르는, 자기만 아는 음악을 찾으면 그게 그렇게 좋은가 봐요.”

정석원 “우리 대화의 주요 화젯거리요? 사실 별 이야기 안 해요. 맛집 이야기 정도? 밴드 그룹이라 만나면 음악 이야기를 할 것 같지만, 안 해요. 오글거리잖아요. 우리가 앞으로도 음악을 할 거라는 거, 죽을 때까지 함께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는 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거니까요.”

최근엔 공통 관심사 하나를 찾았다.
정준영 “우리 모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게임에 빠졌어요.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그날 약속을 취소할 정도죠. 보통 사람들도 이런가요? 뭐 하나에 빠지면 완전 푹 빠져요.(웃음)”

놀랍다. 24시간 동안 게임을 할 수도 있다니. 그런데 진짜 어메이징한 멤버는 따로 있었다. 큰 키에 어수룩한 표정이 인상적인 이현규다. 웃어 보라니까 입꼬리만 ‘씨익’ 올리더니 머리를 긁적거린다. 낯선 이의 관심과 집중이 아직은 어색한 막내 멤버다.


이현규 “김포에 사는데 부모님이 쌀농사를 지으세요. 스케줄이 없을 땐 늘 논에 나가야 해요. 모를 심고, 가을에는 추수도 하고요. 어렸을 땐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나’ 싶어 반항도 했는데, 지나고 보니 남들은 쉽게 할 수 없는 그런 경험이 음악적으로 도움이 되더라고요. 20kg이 넘는 쌀을 들쳐 메고 다니다 보니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돼 좋아요.(웃음)”
 

청춘이란 게 그런 거 아니겠는가. 납득이 되지 않고, 스스로를 이해시킬 수 없지만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 반항심과 충동이 시간과 만나면서 성장하는 것이 청춘이다. 드럭 레스토랑 멤버들은 지금 청춘의 한가운데에 있다.
정석원 “무언가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는데도 잘 안 될 때가 있죠. 조금 더 성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괜히 삐뚤어지고 싶은 심리,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하고 싶은 심리가 있죠. 음악 하면서, 노래하면서 성장할래요.”

‘반항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정준영이 슬쩍 말을 보탠다.
정준영 “어젠가, 그제인가,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한 중학생 친구가 계속 빤히 쳐다보는 거예요. 사진 한 번만 찍어달래요. 싫다고 했어요. 괜한 반항 심리라고 할까요. 근데 후회돼요. 찍어줄걸. 그 아이… 상처받았겠죠? 전 이래서 안 돼요. 휴~.”

멤버들이 묘한 시선을 주고받는다. ‘해주지 그랬냐’는 눈빛이다. 그러더니 한 명씩 돌아가며 타박을 하기 시작한다.
조대민 “그래, 넌 그래서 안 돼. 좀 해주지!”

정석원 “다음엔 꼭 해줘라. 괜한 오기 부리지 말고.”

이 조합, 재미있다. 어울리지 않을 듯 잘 어울린다. 서로에게 거침이 없다. “남자들끼리 할 얘기도 없다”면서도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다. 기자가 끼어들 틈도 없이 웃다가, 심각했다가를 반복한다.


정준영 “엊그제 인터넷 쇼핑을 했어요. 편한 옷을 좋아해 트레이닝복을 하나 샀죠. 멤버들이 저처럼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남자는 처음 봤대요. 온라인 서핑하다가 꽂히는 게 있으면 일단 사고 보죠.”

정석원 “저는 주로 악기를 사는 데 돈을 써요. 사고 싶은 악기를 다 사진 못하죠. 그래서 대안을 찾은 게 아이쇼핑이에요. 낙원상가에 가서 ‘예쁘고’ ‘아름다운’ 기타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하죠.”

이현규 “저는 먹는 거요!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예전에 회사 회식에서 회전 초밥 30접시를 먹는 걸 보고 멤버들이 ‘헉’ 했대요. 우리 팀의 지출 중 젤 큰 항목은 제 식탐 때문일 거예요. ”

주제 하나를 던지면 술술 나온다.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주제로 이어진다. 이번엔 돈 이야기다.
정석원 “돈 많이 벌고 싶어요. 사고 싶은 악기를 돈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을 정도로요. 너무 많이 벌어도 별로일 것 같아요. 당장 수억이 쏟아진다고 해도 내가 사고 싶은 건 기타 정도일 테니까요.”

정준영 “저는 사실 돈을 왜 벌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는 집도 사고 땅도 사라고 하시는데 전혀 관심 없어요. 앞으로도 절대 살 일 없고요. 땅을 왜 사요? 사서 뭐 해요?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재테크하라고요? 솔직히 말해 제가 재테크를 하는 순간, 망해요. 그냥 좋은 사람들과 술 마실 수 있을 정도로만 벌고 싶어요.”

정준영은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이 분명한 남자였다.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리고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속이 후련하다. 누가 뭐래도 그래야 살 수 있는 남자다.
정준영 “댓글 같은 거 신경 안 써요. 이게 나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게 없을 텐데 그걸 본다고 좋을 게 없잖아요. 괜히 기분만 나쁘지. 하고 싶은 건 해야 하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 거. 대신 해야 하는 건 하는 게 제 나름대로의 소신과 주관이에요.”

하루에 충실한 것. 그게 오롯한 자신을 만들어낸다고 믿는 정준영. 그는 지금 꿈을 꾸고 있었다.
정준영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할게요. 저 2년 후 떠납니다. 세계 여행 갈 거예요. 특별히 ‘어느 나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각박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요.”

조대민 “2년 후? 우리 계약 2년 반 남았잖아! 드럭 레스토랑 활동은 어쩌고?”

정준영 “아, 맞네. 정정할게요. 2년 반 후에 떠납니다!(웃음)”

조대민 “정신없죠? 작업하느라 머리를 쥐어짜서 그래요. 이번 앨범 정말 힘들게 만들었거든요. 집에도 못 가고. 그러고 보면 우린 참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멋진 음악을 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정준영은 해외를 무대로 일하는 부모님 때문에 어린 시절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다. 덕분에 할 줄 아는 언어는 영어, 중국어, 필리핀어까지 다양하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다. 자유롭게 자랐지만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정준영 특유의 반항심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정준영 “사람들이 저보고 금수저래요. 근데 저는 금수저도 흙수저도 아닌 은수저예요. 사실은 금수저나 흙수저 같은 단어를 안 좋아해요. 흙수저는 금수저에게 ‘부모 잘 만나서 좋겠다’고 비아냥거리고, 금수저는 그런 흙수저에게 ‘그래서 어쩌라고?’ 하며 무시하잖아요. 그런 이상한 관계가 싫어요.”

똑 부러진다. 그러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약속 시간에 늦었단다. 쿨하게 보내주기로 했다. 또 만날 날을 기대하며!

CREDIT INFO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이동현
헤어&메이크업
아리 가은
스타일리스트
윤상미
2016년 07월호
2016년 07월호
취재
이예지 기자
사진
이동현
헤어&메이크업
아리 가은
스타일리스트
윤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