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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숙의 보헤미안 라이프

윤현숙의 SNS를 엿보면 그녀가 궁금해진다. LA와 서울을 오가는 화려한 삶, 절친 톱스타들과 보내는 궁극의 일상, 그리고 트렌디한 패션과 완벽한 몸매까지. 그녀의 라이프를 들여다봤다.

On June 17, 2016

LA에서 막 돌아온 윤현숙을 만나러 갔다. 그녀는 집이 아닌 호텔식 레지던스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들어설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너무나 휑한 장소였다. 그녀의 짐이라고는 몸만큼 커다란 여행가방, 간단한 옷가지, 샐러드 거리랑 비타민 정도?

“LA랑 한국을 왔다갔다 할 때 임시로 머무는 집이에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오면 호텔에 머물렀는데 너무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레지던스로 와요. 여기는 제 아지트예요. 맛있는 음식 시켜놓고 친한 친구들 불러다가 조촐하게 파티하고 그간 살았던 이야기 나누고, 그게 낙이에요.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에게는 화려한 옷이나 장신구가 필요 없죠. 제 삶이 좋아요.”

1990년대를 주름잡던 인기가수로, 연기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패션디자이너로 변신한 윤현숙. 그녀가 대표로 있는 브랜드 ‘Fabina LA’의 가방은 황신혜, 손예진, 김하늘 등 톱스타들이 들고다니는 가방으로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 있을 때도 2년 정도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한 적이 있어요. 직접 디자인해 만든 장신구를 팔았을 정도로 원래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미국에서 먼저 터를 닦고 사는 절친한 친구와 함께 만든 가방 브랜드 ‘Fabina LA’가 감사하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지금은 의류,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하게 수입해 판매하는 브랜드인 ‘Style by Yoon’를 운영 중이에요.”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다. 영어 한 마디 못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갔다. 일년 내내 따사로운 LA의 햇살 아래서 그녀는 인생 2막을 스스로 열었다. “LA가 이젠 더 고향 같아요. 한국이 그리울 때마다 드나들지만 제 집은 거기 있으니까요. LA에서의 주된 일상은 쇼핑이에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부러워하지만 웬걸, 이건 노동이라고요. 주 5일간 하루 몇 시간씩을 백화점과 길거리를 가리지 않고 계속 발품 팔며 요즘 트렌드가 어떤지, 저 디자인을 어떻게 새롭게 나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지 집중해야 하거든요. 예전엔 밥 안 먹고도 몇 시간을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그러다간 죽겠더라고요.(웃음)”

윤현숙이 기지개를 쭉 폈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긴 팔과 다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흰색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만 걸쳤을 뿐인데도 화보집을 보는 것 같다. 오늘의 만남을 준비하기 전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한 번 더 살펴봤다. 모델 같은 그녀의 사진 아래에는 ‘언니, 이 옷 너무 예뻐요. 어디 브랜드예요? 얼마예요?’ 등의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려 있었다. 윤현숙 자신이 브랜드를 홍보하는 가장 훌륭한 모델인 셈이다.

“종종 ‘사진 속 다리 길이를 늘인 것 아니냐?’라는 문의를 받습니다. 기자님, 그게 아니란 거 확인하셨죠? 각도를 조절하긴 하지만 절대 사진에 인위적으로 손대지는 않는다고요.(웃음) 주말에는 날 잡고 사진을 찍는데 LA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 오랜 시간 웃으며 사진을 찍는 것도 일이랍니다. 그래도 즐거워요.”

윤현숙의 옷장을 들여다봤다. 가지수가 많지는 않지만 옷 하나하나 평범한 게 없다. 고무줄 청바지에 레이스를 덧댔다거나 과감한 프린트가 가득한 점프수트, 색색깔의 스카프까지 남다르다. “요즘 LA의 트렌드는 ‘오프숄더’, 그리고 ‘레이스’거든요. 레이스가 과하면 부담스럽지만 이렇게 포인트로 덧대면 여성미를 살리면서도 패션이 재미있어져요. 우리나라 여자들도 과감하게 패션을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설현 씨는 기회가 된다면 꼭 스타일링을 해드리고 싶어요. 패션하는 분들에게 설현씨는 정말 욕심나는 비주얼을 갖췄거든요.”

다음 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그녀의 몸매에는 군살 하나 없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양악 수술을 한 뒤 우리가 익히 알던 ‘윤현숙’의 얼굴과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핫했다. 한 손에 가려질 정도로 작은 얼굴과 늘씬한 몸매, 상큼한 눈웃음과 뽀얀 피부까지, 전성기 때와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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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띄워주시는 것 아닌가요?(웃음) 특별히 무슨 운동을 한다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늘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신 뒤 바로 스트레칭을 하지요. 20가지 재료를 푸짐하게 넣은 샐러드와 아메리카노를 늘 챙겨 먹어요. 황신혜 언니도 제 샐러드를 맛보더니 팬이 되었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랍니다. LA의 뜨거운 햇볕 아래 피부가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오가닉 꿀을 섞어 팩을 꾸준히 했더니 피부에 탄력이 생기고 좋아졌어요.”

바쁜 중에도 스스로를 빈틈없이 관리하는 윤현숙.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멋진 언니’다. 홀연히 떠난 미국에서 성공적인 패션 브랜드의 오너가 되었고, 여전히 아름다운 데다, 화려한 인맥까지 다 갖췄다. 윤현숙의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면 그녀의 인맥에 놀란다. 2011년에 드라마 <애정만만세>로 만난 김수미, 배종옥, 변정수와는 함께 여행을 떠났을 정도로 친하고, 드라마 <호텔리어>로 처음 알게 된 송윤아와는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다. 윤현숙이 한국에 들를 때마다 언제나 집으로 불러 손수 밥을 지어줄 정도다. 지성·이보영 부부부터 강예원까지, 의외의 인맥이 가득하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주변에 고마운 사람이 너무나 많지만 저를 묶어두는 것은 없죠. 배우 친구들도 저의 삶을 부러워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더라고요. 하지만 제 삶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화려한 건 절대 아니에요. LA에 머무는 동안 제 일상은 집-사무실-쇼핑으로만 돌아가요. 술도 즐기지 않고 저녁 5시 반만 되면 집으로 귀가하는걸요. 저는 조용한 삶을 원해요.”

그렇다면 왜 윤현숙은 다시 연예계로 복귀했을까? 그녀는 이제 본격적으로 제2의 연기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동안 한국에서 계속 머무르며 배우로, 동시에 디자이너이자 CEO로서 살아갈 예정이란다.

“많이들 의아해하죠. ‘현숙아, 왜? 여태껏 잘 지내고 있었는데 왜 다시 연예계로 복귀하는 거니?’라고 물어보세요. 저도 설명하긴 어렵지만, 어느 날 불현듯 ‘내 인생의 대표작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이 떠올랐어요. 지나간 내 인생에 후회는 없지만, 늘 꿈꿔온 연기를 통해 단 한 작품이라도 ‘윤현숙의 ◯◯◯’라는 것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녀의 복귀 소식을 접한 방송가에서는 벌써 윤현숙 모시기에 나섰다 .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눈 연예계 친구들도 그녀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미연은 복귀 결심을 한 윤현숙에게 현재 그녀의 위치와 대중이 바라보는 그녀의 이미지 그리고 복귀했을 경우의 리스크 등을 냉철하게 이야기해줬다. 그러면서도 오늘 인터뷰 때 입을 의상을 하나하나 챙겨줬다니 보통 절친이 아니다.  

 

“(송)윤아를 처음 봤을 때는 도회적인 이미지 때문에 깍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렇게 털털하고 착할 수가 없어요. 한국에 들를 때마다 늘 연락해서 밥 사주고 집으로 불러 이런저런 음식도 해주고…. 매번 신세만 지니 안 되겠다 싶어 얼마 전에는 윤아네 온 가족을 LA로 초대했어요. ‘두고 봐, 내가 진 빚 다 갚아준다’라고 이를 갈면서 관광 코스를 짰는데 윤아는 ‘언니, 괜히 부담 갖지 마’라며 한사코 사양해서 싸웠다니까요.(웃음)” 사랑하는 친구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한 듯 웃음 짓는 윤현숙. 예쁘다. 이렇게 예쁜데 왜 연애를 안 하냐’고 기습 질문을 하니 그녀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죠. 저 남자 완전 좋아해요. 그런데 요즘 어딜 봐도 남자가 없어요. 아우, 누가 소개팅 좀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배)종옥 언니는 저한테 ‘현숙아, 네가 남자를 만나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해. 일단 여자 친구를 끊어. 그리고 술을 마시고 정신을 놔’라고 하셨는데 그 두 가지는 제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거든요.(웃음) 미국에 있을 때도 솔직히 외국 남자들의 대시를 많이 받았는데 제가 겁이 많아서 선뜻 못 만나겠더라고요. 남자 보는 눈도 날카롭지 못하고 금세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이라 좋은 사람 생기면 주변 사람들한테 꼭 보여줘야 해요.”

유쾌하게 웃어넘기는 윤현숙에게 외로울 때는 없느냐고 두 번째 기습 질문을 던졌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아이도 갖고 싶고요. 주변 사람들은 제 인생을 부러워하지만 저 역시 부러운 사람들이 많아요. 가령 미연이는 연기에 대한 열정 때문에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했고 지금의 ‘이미연’이 되었죠. 저는 그와 다른 선택을 해서 지금의 ‘윤현숙’이 되었고요. 제 삶을 사랑하고 후회 없지만 부러운 것도 사실이에요. 다시 연기를 시작한 제 마음의 밑바닥에는 그런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을까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다시 걸어가보려고요. 영어 한마디 못했는데도 막상 미국에서 살려고 하니까 다 되잖아요? 배역의 크기에 관계없이 다양하게 많이 연기하고 싶어요. 그렇게 부딪히다 보면 언젠가는, ‘윤현숙의 대표작’을 하나쯤 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간절한 소망을 마음에만 품기보다는 늘 서툰 걸음이라도 내딛었던 여자, 윤현숙. 쫙 뻗은 팔다리 만큼이나 막힘없이 솔직한 그녀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우리는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6월호 잡지가 발간 되는 날, 기자는 윤현숙의 집을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화려한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걸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빛나는 삶을 살고 있는 인생선배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KEYWORD
CREDIT INFO
취재
정지혜 기자
사진
이진하
2016년 06월호
2016년 06월호
취재
정지혜 기자
사진
이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