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원, 테라스 하우스
싱그러운 초록의 테라스 정원, 고급스럽고 시원한 대리석 바닥, 세월이 묻어나는 앤티크 가구 등 자신만의 스타일로 집을 꾸민 조혜원씨의 판교 테라스 하우스. 자연과 조용히 호흡하도록 안팎으로 디자인된 이 집은 잠시 머무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매일 아침 정원에 물을 주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는 조혜원씨는 작년 11월, 이곳으로 이사했다.
“결혼 후 16년 동안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았어요. 아파트 생활이 싫어서 테라스 하우스로 이사한 건 아닌데, 막상 와보니 사람들이 왜 ‘가드닝’이나 ‘그린 인테리어’를 노래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앞뒤로 높은 건물이 없어 시원하고 테라스 정원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에 위안을 얻어요.”
조혜원씨는 판교에 사는 친언니와 가까이 살고 싶어 집을 알아보다가 지금의 테라스 아파트를 만났다. 언니와 같은 아파트인 데다 큰 도로와 떨어져 있어 비교적 한적했고 베란다 밖으로 이어지는 테라스 공간도 활용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올드한 체리색 몰딩과 투박한 마감재 등 취향에 맞지 않는 인테리어는 아쉬웠던 부분. 화려하지 않지만 고급스럽고, 밋밋하지 않지만 심플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조혜원씨는 전에 살던 집을 부분적으로 시공하면서 친분을 쌓은 디자인폴 박미진 실장에게 인테리어 시공을 맡겼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면 녹음이 눈앞에 한가득 펼쳐진다. 크고 작은 녹색 식물과 빨갛고 노란 꽃이 이곳저곳을 물들인 정원 한편에는 라탄 소재 벤치를 두어 온전히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만들었다. 조혜원씨는 매일 이 풍경에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휴식을 얻는다.
“예전 아파트에 살 때는 창문을 열면 앞 건물이 바로 보이고 북적이는 번잡함이 싫었어요. 남편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보낸 뒤 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예전에는 그 시간이 참 외롭고 심심했거든요. 지금은 창밖 풍경이 너무 근사하고 멋져요. 혼자 앉아 밥을 먹어도 그 풍경에 마음이 풍성해지는 듯해요.” 아파트에서는 하늘 한 번 쳐다보기도 힘들다지만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여유로운 시간이 많아졌다. 이사 와 새 식구가 된 반려견 꽃단이와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도 바로 이곳, 테라스 정원이다.
임팩트 있게, 앤티크 포인트
193㎡(58평) 복층 구조라 해도 1층은 공간 구획 없이 뻥 뚫려 있고, 2층은 천고가 높아지면서 빠지는 공간이 생겨 답답했다. 그래서 박미진 실장은 1층에 가벽을 세워 부부의 침실을 만들고 일자형 부엌 시스템과 아일랜드 식탁을 두어 시야를 가리지 않게 공간을 완성했다. “벽은 벽지 대신 페인트를 사용해 매트한 질감으로 마감했고 1층 바닥은 대리석을 깔아 시원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어요. 거실 쪽 높은 천고를 살려 유리창을 내 자연광을 끌어들였고요.”
높게 뚫린 천장을 멋스럽게 살리기 위해 앤티크한 느낌의 샹들리에를 포인트로 달았다. “심플하지만 임팩트 있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집주인의 취향에 맞게 전체 배경을 화이트로 담백하게 만들었어요. 혜원씨가 앤티크 가구와 소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어 갖고 있는 아이템으로 곳곳에 포인트를 주었고, 샹들리에와 조명 등은 그 분위기에 맞는 스타일을 선택했어요.”
포근한 감성의 아이 방 인테리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서면 1층과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중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딸의 방이 있는 공간이라 헤링본 바닥과 친환경 파스텔 벽지로 안락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모던하면서 시크한 1층 공간과 포근하면서 편안한 감성의 2층 공간, 두 가지 콘셉트로 완성한 셈이다.
“두 아이의 방 모두 한쪽 벽면에 큰 창이 뚫려 있었는데 아들 방에는 책상이나 테이블 등 소가구가 많아 새로 벽을 세우고 새시를 달았어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이기도 했고요.” 딸 방은 로맨틱한 레이스 소재와 화이트 컬러의 프렌치 가구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아들 방은 반듯하게 각 잡힌 모던한 가구와 네이비 침구로 담백하게 꾸몄다. “방 3개 중 하나는 원래 부부의 침실인데 옷과 가방 같은 짐이 많아 별도의 드레스 룸으로 만들었어요.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고요. 부족한 수납공간은 계단 밑 데드스페이스와 가벽 등을 활용해 해결했어요.” 2층 공간에도 자연광이 들어오는 큰 창이 있어 초록빛의 정원이 없더라도 자연과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