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 전 세계의 IT 저널리스트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MWC는 1천 곳이 넘는 쟁쟁한 IT 회사들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통신 박람회다. 이곳에서 삼성전자, LG전자, SK등 대기업들은 일제히 VR체험 코너를 마련했다.
IT 업계에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2016년은 가상현실 원년’이라는 표현이다. VR 장비나 콘텐츠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올해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얘기다. MWC 2016은 ‘VR 원년’을 알리는 행사나 다름없었다. 어느새 VR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VR은 진짜 같은 가짜다. 게임이나 영화 분야에서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이 더 교묘한 눈속임을 가능하게 해줬다. 우린 이미 오래전부터 VR 시대를 살았던 거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 우린 ‘가상현실’이란 말을 마치 유행어처럼 사용하게 된 걸까. 핵심은 VR을 체험하는 방식의 변화에 있다. 예전 VR은 TV 모니터나 스크린과 같은 평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가짜 현실이 아무리 현실에 가깝게 보인다고 해도 철저히 분리된 상태였다. 최근에는 전용 헤드셋을 착용하고 VR에 접속한다.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볼 수 있으니 마치 그 공간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업계에서 기대하는 분야 중 또 한 가지는 VR 게임이다. 게임 그래픽은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에 가까워지는데 여기에 VR이 더해지면 현실감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우리는 게임 주인공의 시점으로 가상공간을 누비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방송이나 영화도 VR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지난 4월 5일 수원 kt위즈파크 경기장에서는 관중이 삼삼오오 모여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었다. 세계 최초 VR 야구 중계를 체험하는 사람들이었다. KT는 1루·3루·포수석에 각각 5대씩 VR 카메라를 설치했고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KT는 경기장에 VR 중계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전용 헤드셋을 무료로 나눠 줬다. 경기장을 찾지 않은 사람들도 먼 거리에서 VR 생중계를 즐길 수 있었다.
조만간 쇼핑도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해야 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아도 마치 매장을 둘러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시도다. 소비자는 VR 쇼룸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가구 색상과 배치를 바꿔볼 수 있다. 이케아 쇼룸 애플리케이션은 이미 베타 버전이 나왔으며 오는 8월까지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교육 분야에도 VR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에 VR 기술을 적용한다면 학생들은 마치 오프라인 에서 직접 강의를 듣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와 달리 강사와 실시간으로 상호 소통하며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할까 걱정하지는 말자. VR에 무한 애정을 표하고 있는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도 VR 시대가 열리려면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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