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왜 타임 푸어족이 됐나
‘타임 푸어’란 시간(time)과 빈곤(poor)의 합성어로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을 일컫는다.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 수험생 등 이 시대에 존재하는 여러 타임 푸어족 사이에서 아마도 가장 바쁜 이들은 일과 육아, 살림까지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이 아닐까. 엄마들의 일상은 숨이 가쁘다. 하루 24시간을 쪼개어 아무리 아껴 써도 해야 할 일은 줄지 않고 마음만 급하다.
엄마, 아내, 며느리까지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하니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여기에 직장까지 다니고 있다면 어찌 과부하에 걸리지 않을 수 있겠나. 아이들에게는 좋은 엄마,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것처럼 완벽한 살림까지 욕심내면 워킹맘의 삶은 너무 힘들어진다. 시간 부족에 허덕이는 이들이 일과 가사, 휴식의 균형을 이루는 방법은 없을까?
SBS 김지연 아나운서와의 시간 관리 컨설팅
시원한 미소가 아름다운 SBS 김지연 아나운서를 워킹맘 대표 선수로 초청했다. SBS의 간판 아침 프로그램인 <좋은아침>의 안방마님이자 올해로 입사 16년 차를 맞는 직장인 그리고 아홉 살과 다섯 살 난 두 딸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 전국의 모든 워킹맘처럼 김지연 아나운서도 만성적인 시간 부족 ‘증세’를 호소했다. 아침 등교 전쟁부터 퇴근 후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재우기까지. 매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단다. 좋은 엄마로 또 회사의 일원으로 맡은 역할을 잘해내고 있는지 걱정스럽다는 그녀의 인간적인 고민을 들으며 우리는 다짐했다. 기필코 타임 푸어에서 해방돼 좀 더 여유 있게 삶을 즐겨보자고.
Q. 워킹맘 김지연 아나운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아나운서의 일과는 일반 직장인들과 똑같아요. 녹화가 있는 날은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지만, 보통 때는 아침 9시까지 출근해 저녁 6시가 되면 퇴근하죠. 평균적으로 일어나는 시간은 아침 7시예요. 그때부터 아이 등교할 때까지 전쟁 같은 두 시간을 보내요. 허겁지겁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해 자리에 앉으면 하루가 끝나갈 때 느끼는 피로감이 몰려오죠.(웃음) 저뿐만 아니라 모든 워킹맘이 다 이렇게 살아요.
Q. 인터뷰 요청을 한 뒤 들은 첫마디(“저 시간 관리 노하우 정말, 정말 필요했어요!”)가 기억에 남아요.
요즘 시간 관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거든요. 장시간 녹화를 끝내고 녹초가 돼 집에 들어가 좀 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엄마들은 그때부터 미뤄둔 본업으로 복귀한답니다. 쉴 틈이 없어요. 물론 이런 힘겨움보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함께하면서 누리는 기쁨이 훨씬 더 크죠. 그래도 이왕이면 똑똑하게 시간 관리를 잘해 아이도 엄마가 일하는 시간 동안 엄마의 부재를 속상해하지 않고, 저 역시 시간에 치이지 않고 하루를 다스리며 살아가면 좋잖아요.
Q. 워킹맘들은 시간에 허덕이면서 살죠. 그렇다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아니에요. 늘 허리띠 졸라매듯 시간을 절약하며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저는 집에서 뛰어다녀요. 그럴 만큼 큰 집도 아닌데 늘 잰걸음으로 살아요. 몇 년 전에 상영한 워킹맘의 일상을 다룬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라는 영화 기억하세요? 그 영화를 보면서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딱 그 모습이 저예요.(웃음) 아이들 등교 준비하고 출근하느라 세수하는 걸 깜빡하고 출근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Q.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워킹맘들은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말해요.
회사에 있을 때는 백 퍼센트 직장인으로서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어디 그게 쉽나요. 엄마 역할은 주어진 이상 회피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저라는 한 사람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회사에서도 엄마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눈치가 보여 항상 좀 위축되는 거 같아요.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죄인이고요. 엄마는 왜 지금 오냐고 다그쳐 묻는 딸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기 바빠요. 원래 성격이 이것저것 잘 챙기는 편이라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고 하는데도, 전업주부인 엄마들에 비하면 부족하기 그지없어요. 얼마 전에는 첫째 딸이 반에서 혼자 한자책 가져가는 걸 깜빡해 선생님한테 혼났다는 거예요. 그런 건 스스로 잘 챙겨야 한다고 혼내면서도, 내가 잘못해 아이가 속상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Q. 그래서 우리 사회의 워킹맘들은 일과 육아 중에 하나만 택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 것 같아요.
대다수의 워킹맘은 ‘왜 내가 이렇게까지 일하면서 아이를 키워야 하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했을 거예요. 아이가 벌써 중학생인 회사 선배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훨씬 편해질 거라고 하던데 그날이 오기는 할까요?(웃음) 타고난 제 성격도 문제예요. 쿨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눈앞에 아이가 있어야 하고, 끼고 돌아야 마음이 편해지는 스타일이거든요.
Q. 하루 스케줄 중 좀 더 알차게 사용하고 싶은 시간이 있나요?
아이들이 밤 10시쯤 자니까 그 시간 이후는 사실 제 자유 시간이거든요. 책도 읽고 취미 생활도 하면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좋을 텐데,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저 침대와 한 몸인 양(웃음) 널브러져 있게 돼 개선해보고 싶네요.
Q. 시간 관리를 통해 얻고 싶은 부분은 뭔가요?
아이와 양질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제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더라도, 아이가 충분히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말예요. 지금은 뭔가 쫓기는 느낌이 들어 조바심을 내니 자꾸 다그치게 되고 빨리빨리만 외치게 돼요. 타임 푸어에서 해방돼 우리 딸들과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요!
STEP 1. 버리는 시간 체크하기
생활 패턴 점검하기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도 일은 일대로, 육아와 살림은 또 그대로 제대로 되는 게 없다면 지금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생활 패턴을 점검해보자. 오늘 하루 일과를 기록하고, 일주일 그리고 한 달 단위로 자신의 생활 패턴을 꼼꼼히 기록하다 보면 꼭 필요한 시간과 자투리 시간, 낭비하는 시간이 한눈에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계획표를 짜도록 하자. 김지연 아나운서의 경우 밤 10시 이후의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던 상황.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다면 해결책은 충분히 가까이에 존재할 것이다.
완벽 콤플렉스에서 해방될 것
완벽주의자일수록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어떤 일을 할 때 완벽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이 많다. 시간 관리 전문가들은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일이 늦춰지고 미뤄지는 것보다 불완전할지언정 일단 하고 보는 게 낫다고 말한다. 할 일을 제 시간에 완벽하게 끝내지 못했을 때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안 되면 그만이다. 쿨하게 포기하고 다음 계획 리스트에 추가하거나 일정을 수정하면 된다. 일도 잘하고, 아이에게도 상냥한 엄마이며 집에 윤이 나도록 살림까지 잘하는 원더우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STEP 2. 시간 관리 노하우 익히기
산만함을 역이용하기
엄마들은 분주하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그러다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은 또 까먹고. 하지만 하던 일이 막힐 때 주저하지 말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산만하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어쩌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타입일지도 모른다. 이 경우 다른 일을 하면서 생각이 환기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효과가 있다.
휴가 계획부터 잡아라
사실 계획을 세워놓지 않으면 어영부영하다 여름휴가는 물 건너가기 쉽다. 하지만 올해 바캉스 시즌은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선물 같은 보상의 기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이렇게 휴가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습관이자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 될 수 있다. 휴가를 나중으로만 미루면 아무리 강철 엄마라도 지치기 십상이다. 푹 쉬고 난 이후에는 업무의 질은 물론이고 삶의 질도 높아진다. 정신없이 바쁜 사람일수록 휴가를 확실하게 챙기도록 하자. 혹은 매일 자기 전 아로마 마사지로 긴장을 푸는 등, 자신에게 보상의 시간을 주는 것도 좋다.
STEP 3. 시간 관리 서비스 활용하기
일정 관리 앱 이용하기
스마트폰 앱의 온갖 기능 중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은 일정 관리 기능이다. 구글 캘린더나 무료 일정 관리&메모 애플리케이션인 ‘AA Task’, 팬 플래너-달력/일정 관리 등을 추천한다. 2달러 정도의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용의가 있다면 ‘프라이어(PRIOR)’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오늘의 할 일, 쇼핑 리스트, 위시 리스트 등을 다른 어떤 애플리케이션보다 편리하고 쉽게 기록하고 사용할 수 있다.
O2O 서비스 활용하기
온라인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연결시키는 플랫폼인 O2O(Office to Online) 서비스. 클릭 한 번에 오토바이를 탄 심부름 서비스센터 직원이 집 앞에 당도해 있는 황송한 경험을 제공한다. 원하는 시간에 세탁물을 맡길 수 있는 세탁 O2O 서비스는 주부들이 이용하기 좋다. 세탁특공대, 워시온, 리화이트, 크린몬스터 등을 이용해 예약 수거를 하면 배달원이 집에 찾아와 세탁물을 가져가고, 완료된 세탁물을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있다.
시간 관리의 고전, 플래너 쓰기
프랭클린 플래너, 윈키아 플래너 같은 다이어리를 쓰는 것도 추천한다. 특히 윈키아 플래너는 현대인의 다양한 생활 패턴에 맞춰 24시간 7일 시스템으로 새벽이나 늦은 밤의 일정 기록을 가능하게 했다. 단순히 일정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루틴과 목표 등 사용자가 일 년 동안의 전반적인 삶을 기록할 수 있게 해 의미가 남다르다.
장보기 애플리케이션 사용하기
퇴근 후 부랴부랴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워킹맘들은 장보는 시간도 부담스럽다. 신세계 이마트에서는 스케줄 관리와 노트 기능을 합한 ‘엠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스케줄 관리 서비스와 이마트몰을 연동해 모바일로 손쉽게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잊지 말기
운전이 서툰 엄마들은 길을 헤매다 낭비하는 시간이 꽤 많다. 그러니 차량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는 그때그때 잊지 말고 해둘 것. 혹은 ‘티맵’이나 ‘김기사’ 같은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도로 상황과 정보를 5분 단위로 수집해 막히는 길을 피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한다.
육아 도우미 서비스 활용하기
보건복지부에서는 출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한다. ‘산모·신생아 도우미 서비스’가 바로 그것. 일반 가사 도우미와 달리 이들은 관련 교육을 이수한 전문 관리사들이다. 영·유아 건강 도우미는 신생아 돌보기, 목욕 등 출산 후 산모가 챙기지 못하는 관리부터 신생아의 예방접종까지 챙겨준다. 아이 출산 후 기본 2주(12일) 범위 내에서 누구나 가정 방문 도우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용권이 지급된다. 쌍둥이는 3주(18일), 세쌍둥이와 장애 2등급 이상은 4주(24일)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에디터가 추천하는 시간 관리 노하우 도서
타임푸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능한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브리짓 슐트. 그녀는 항상 ‘해야 할 일’에 쫓긴다. ‘일’은 물론이고 ‘엄마로서의 역할’도 그녀를 짓누른다. 빨래, 설거지와 같은 집안일은 또 어떠한가. 결국 슐트는 자신을 억누르는 ‘타임 푸어’ 상황에 백기를 들고 시간에 대한 기나긴 탐구를 시작한다. 그 결과 슐트는 ‘타임 푸어’가 개인의 탓이 아님을, ‘이상적인 노동자’와 ‘좋은 엄마’가 돼야 한다는 현대사회의 압박이 시간 강박을 만드는 것임을 깨닫는다. 브리짓 슐트, 더퀘스트, 1만5천원.
사이토 다카시의 시간관리 혁명
저자는 도쿄대 재학 시절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에 몰두했다. 그중 하나가 전자 메트로놈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1분 안에 최대한 많은 음을 세는 것이었다. 최대한 몰입하다 보면 시간이 평소보다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그리고 그는 1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꽤 길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책에는 저자가 제시하는 분야별 시간 관리 전략을 11가지로 나누어 담았다. 사이토 다카시, 예인, 1만3천8백원.
제2의 시간
항상 시간이 부족한 당신을 위한 심리서 시간의 심리학 5가지 법칙을 알아보고,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진실을 인류학, 물리학, 철학, 문학, 초심리학을 망라해 폭넓게 조망한다. 시간을 지배하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자체를 초월하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으로 안내한다. 스티브 테일러, 용오름, 1만3천원.
‘시간’과 관련된 명언
변명 중에서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 라는 변명이다. 토마스 에디슨.
시간은 인생의 동전이다. 시간은 네가 가진 유일한 동전이고, 그 동전을 어디에 쓸지는 너만이 결정할 수 있다. 네 대신 타인이 그 동전을 써버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칼 샌드버그.
꺼리김없이 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아직 삶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다. 찰스 다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