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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청춘! 최성국과 도원경

아직도 청춘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최성국 그리고 도원경. 두 사람과 익선동 골목길을 걸었다.

On March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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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국과 도원경

종로3가역과 낙원상가를 걷다 보면 1980년대 어디쯤에 시간이 멈춘 듯한 오래된 골목길을 만날 수 있다. 한남동이나 청담동처럼 화려하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길을 걸을 때마다 곳곳에서 세월의 기품이 묻은 보석 같은 장소를 발견할 수 있는 이곳, 익선동으로 배우 최성국과 가수 도원경을 초대했다. 잘 세팅된 스튜디오가 아닌 익선동을 만남의 장소로 정한 이유는 하나다. 오래된 거리에서, 오래도록 그리웠던 얼굴을 추억하기 위해. 우리에게 두터운 시간의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는 두 사람을 의미 있는 공간에서 만나고 싶었다.

한동안 방송 활동이 뜸했던 두 사람을 다시 보게 된 건 SBS <불타는 청춘>을 통해서다. 중견 스타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알아가며 친구가 된다는 콘셉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중년판 ‘1박 2일’ 정도로 설명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건 그때 그 시절, 복고 스타들이 총출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책받침 스타 김완선과 강수지를 필두로 김국진, 김도균 등이 원년 멤버로 참여한 <불타는 청춘> 팀은 원조 테리우스 이덕진, 하이틴 스타 김승진, 1990년대 디바 정수라 등이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대박가족> 같은 시트콤이 인기를 끌던 시절, 남다른 코믹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배우 최성국과 ‘성냥갑 속 내 젊음아’와 ‘다시 사랑한다면’ ‘이 비가 그치면’ 등으로 1990년대를 풍미한 여성 로커 도원경까지 합세하며 반가움을 더했다. 이날은 <불타는 청춘> 출연진 중 각각 남녀 막내였던 두 사람을 만나 그동안의 근황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불타는 청춘>의 막내 라인을 모시고 인터뷰 시작합니다.
최성국(이하 ‘최’)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막내 역할을 해봐요. 집에서도 장남이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늘 나이가 제일 많았거든요. 근데 이제 와서 막내라니.(웃음) 현장에서 형, 누나들 잘 보필하고 있습니다.
도원경(이하 ‘도’) 저는 김완선씨, 강수지씨와 같은 시대에 활동해 원래부터 언니, 언니 하면서 잘 따랐어요. 남자 막내랑 다르게 여자 막내는 다들 잘 챙겨주셔서 기분 좋은 자리예요.(웃음)

두 분 섭외하느라 제작진이 엄청난 공을 들였다고 하던데, 오랜만에 예능 나들이에 나선 소감은 어때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던 중에 섭외 전화를 받았어요. 몇 번을 고사하다가 미팅 자리에 나갔는데 PD님이 “별거 아니에요. 그냥 1박 2일 동안 좋은 사람들과 멋진 곳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대화하고 오면 돼요”라고 딱 한마디하시더라고요. 저도 이렇게 한마디 했습니다. “그럼 가보죠, 뭐.”
저는 작년 초에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을 때 섭외 전화를 받았어요. 신인 때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나 <연예가중계>에 나간 이후로 단 한 번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없어요. 20년 만의 예능 나들이라 처음엔 꽤 긴장되더라고요.

예전 예능과 요즘 예능은 완전히 다르죠?
예전에는 드라마 형식이 접목된 예능 프로그램이 많았어요. <인생극장>에서 이휘재씨가 “그래, 결심했어!” 하고 외치던 장면 기억나시죠? <반전 드라마> 같은 것도 재미있었고요. 근데 지금은 대부분 <무한도전> 같은 리얼리티 쇼 위주예요. 설정을 짜고 합을 맞춰 연기하듯 예능을 하다가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보여드려야 하니까 그게 좀 어려워요. 카메라가 도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또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맞아요. 100% 리얼로 다 찍더라고요. 촬영할 때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제작진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답니다.(웃음) 그래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방송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대본이나 상황 설정 같은 게 있는데, <불타는 청춘>은 아무것도 없어요. 1박 2일 촬영하는 동안에는 매니저와 코디도 접근 금지예요. 


<불타는 청춘>의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아마도 러브 라인이 아닐까요?
많은 분이 <불타는 청춘>을 <짝>이나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로맨틱한 방송으로 잘못 알고 계세요. 그냥 왁자지껄 엠티(MT) 갔다 오는 분위기예요. 언론에서 너무 러브 라인만 강조하니까 좀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그래도 김국진·강수지씨, 일명 ‘치와와 커플’의 실제가 궁금하기는 해요.
글쎄요? 국진 오빠가 선배니까 수지 언니가 잘 챙겨드리는 것 같아요. 근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저는 여기서 노코멘트할게요.(웃음)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께 근황 좀 전해주세요.
저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했어요. 한국에서도 꾸준히 영화를 찍어왔고요. 근데 <불타는 청춘>에 나간 뒤로 전에 없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역시 예능의 힘이 큰가 봐요.(웃음)
저는 방송보다는 콘서트 위주로 활동했어요. 10년 넘게 전국 팔도를 다니면서 노래했죠. 요즘은 뮤지컬도 하고, 개인적으로 공연 관련 사업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최성국씨의 중국 활동 에피소드가 재미있더라고요. 그곳에서 최고의 스타로 등극하셨다던데요?
근데 거짓말이 아니고 인기가 정말 많긴 많아요.
인정! 오빠 한류 스타잖아요.
예전에 찍은 드라마에서 지은 웃긴 표정이 이슈가 되면서 ‘표정 대장’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어요. 그 사진을 편집한 ‘짤’이 중국 SNS에서 인기를 끌게 됐죠. 제 표정으로 만든 이모티콘이 있는데, 그걸 1억 명이 다운로드했다고 하더라고요. 중국 13억 인구 중에서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 그 절반인 7억 명이라고 하니, 중국 사람 7명 중 한 사람은 제 얼굴을 아는 거예요. 신기하죠? 사람 인생이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는 거더라고요. 중국에서 이렇게 활동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냥 주어진 기회에 묵묵히 열심히 했더니 길이 열리는 것 같아요.

도원경씨는 기존의 로커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놀랐어요. 55사이즈 옷도 헐렁한 날씬한 몸매와 여성스러운 말투에 감탄했답니다.
제가 활동하던 시절엔 로커는 차갑고 강한 이미지로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인터뷰할 때도 신비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말도 많이 못 하게 할 정도였다니까요.(웃음) 그래서 제 실제 모습과 다른 이미지로 부각된 부분이 생긴 것 같아요. <불타는 청춘>에서보여지는 것처럼 원래 밝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에요.

오늘 촬영은 어땠나요?
서울에 이렇게 아기자기한 동네가 있는 줄 몰랐어요. 이런 복고 느낌 아주 좋아요!
(웃음)맞아요. 저도 복고 좋아해요. 생각해보면 옛날이 참 좋았어요. 텔레비전 없이 라디오 들으면서 설레고, 레코드판 사려고 추운 겨울에 몇 시간씩 서 있고. 시간이 흘러도 아름다운 추억이잖아요.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당분간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저는 한 달에 일주일 정도는 중국에서 지내고 있어요. 행사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바쁘게 살고 있죠, 하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드라마든 영화든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계획이에요.
저도 앞으로는 방송 활동에 박차를 가해보려고요. 늘 공연만 하느라 방송에는 신경 못 썼는데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연기 분야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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