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육성 셰프가 ‘이달의 셰프’로 당신을 추천했다. 이연복 셰프도 당신의 요리를 극찬하더라. ‘감성적인 요리 전문가’라고 하던데?
왕육성 셰프나 이연복 셰프 두 분 모두 나에게는 높디높은 요리 대선배다.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서교동에서 살고 장사를 한다는 이유로 많이 아껴주신다. 왕육성 셰프를 비롯해 이연복 셰프, 박찬일 셰프, 박정배 작가 등 요리로 뭉친 선배들이 한잔하러 카덴에 자주 오는데, 그때마다 맛있다고 칭찬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감성적인 요리 전문가’라고 소개한 것은 내가 손님과 소통하는 음식을 추구하기 때문인 것 같다. 메뉴판에 없는 요리도 ‘어떠어떠한 이유 때문에 오늘 꼭 먹고 싶다’고 주문하면(냉장고에 재료만 있다면) 선뜻 만들어 내놓곤 한다.
‘서교동의 황태자’라는 별명이 있던데?
서교동이 내 고향이다.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동네 장사’까지 하니까 한 매체 인터뷰에서 ‘서교동의 황태자’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서교동에서 어머니가 40년 정도 음식점을 운영해서 추억도 많다. 처음에는 태어난 곳에서 장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 자리에 병원 빌딩이 세워지더라. 이제는 빌딩 값이 너무 올라 포기 상태다.(하하) 가게 문을 열면 내가 어릴 때부터 인연이 있는 어르신들이 종종 오셔서 장사 잘되는지 확인하고 가신다. 손님이 있나 없나 매일 관찰하고는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아들네 집에 손님이 꽉 찼다느니, 파리만 날린다느니 귀띔을 하신단다.
이자카야 카덴, 우동 카덴, 로바다야 카덴까지 서교동에서만 세 곳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세 곳을 따로 선보이는 이유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세 군데 주소를 치면 삼각형 모양을 그린다. 그 중심에 어릴 때 살았던 집이 위치해 있다. 의도치 않았는데 차리고 보니 그렇더라.(하하) 처음에는 초밥을 전문으로 하는 스시 카덴으로 시작했다. 근데 그게 잘 안됐다. 실패 요인은 코스에 대한 부담감이었던 것 같다. “술 한잔 마시러 가자” 하면서 쉽게 찾아올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를 적당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서 캐주얼한 ‘이자카야 카덴’을 오픈하게 되었다. 이자카야는 손님들의 의견을 수렴해 요리를 즉석에서 만들어줄 수도 있는 재밌는 곳이다.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먹었던 맛있는 우동을 생각하며 후배와 우동집을 동업하고 있다. 또 ‘화로’라는 의미의 ‘로바다야’는 꼬치부터 튀김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다 구워서 낼 수 있으니까 그 또한 매력이 있다. 메뉴를 세분화해 규모가 작은 가게들을 점차 하나씩 늘려가고 싶다. 손님들과 교감하면서 요리에 대해 소통하고 싶다.
처음부터 서교동에서 장사를 시작했나?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말해달라. 1998년. 내가 제대하던 해에 IMF 경제 위기가 왔다. 이때는 무조건 기술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고들 했다. 당시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했는데 옆에서 잔일거리나 도와볼까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무턱대고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기초부터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이자카야에서 3년, 일식당에서 2년 정도 설거지, 청소부터 시작했다. 사실 어릴 때 꿈은 운동선수였는데 요리를 시작하니 너무 재밌더라. 요리하는 것에 빠지니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욕심이 들어 일본으로 날아갔다. 2년 동안 일본어학교에서 언어와 문화를 공부하고 2년은 일본 츠지 요리학교에 입학해 공부했다. 4년 만에 다시 한국에 와서 카이세키 식당에서 일하다가 청담동 스시집에서 경력을 쌓은 다음 일본 유학 동기 셋이 모여 동업으로 이자카야를 열었다. 그러다가 내가 하고 싶은 요리, 정감 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서 고향인 서교동에 내 이름을 걸고 독립을 했다. 스시 카덴을 시작으로 이자카야 카덴, 우동 카덴, 로바다야 카덴을 순차적으로 오픈했다. ‘카덴’은 일본 츠지 요리학교의 실습실 이름이다. 하루는 손님이 되고 하루는 주방장이 되는 실습 방식인데, 수업 방식이 ‘소통하는 가게’를 꿈꾸는 나의 콘셉트와 통하는 것 같았다.
술은 좋아하나? 주로 누구와 마시나?
식당을 세 곳이나 운영하다 보니 맘 놓고 술을 마실 시간이 거의 없다. 평일에는 식당 문을 닫은 늦은 새벽 시간에나 마실 수 있어 아내나 식당 직원들하고 마신다. 가끔 지인들이 카덴에 놀러 오면 틈틈이 마시는 정도다. 1년에 두세 번 정도 일본 츠지 요리학교 동기들 모임이 있어서 각자의 식당을 1차, 2차로 돌며 즐긴다. 애주가까진 아니고 가볍게 즐기는 편이다.
오늘의 미션은 ‘한여름 밤의 술 안주’다. 어떤 메뉴를 준비했나?
일본에서 민물고기는 별미로 통한다. 일본은 바다 생선이 풍부하기 때문에 찜이나 조림, 튀김 요리로 뚝딱 만들 수 있다. 특히 병어와 은어는 지금 딱 제철이고 간이 강하지 않아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다.
Mission! 한여름 밤, 지인과 한잔 나눌 때
왕육성 셰프는 정호영 셰프를 ‘감성적인 요리 전문가’로 소개했다. 요리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요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요리사라는 이유였다. 그래서 왕육성 셰프는 잠이 오지 않는 한여름 밤, ‘이불킥’ 하고 즐길 수 있는 감성 안주 요리를 주문했다. 정호영 셰프는 며칠간 고민한 끝에 제철 생선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가 준비한 한여름 밤 안주 요리는?
잠 못 드는 밤 오감 자극 | 병어조림
재료 병어 1마리, 꽈리고추 3개, 표고버섯 2개, 당근 1/4개, 두부 1/4모, 무 1/6개, 우엉(7cm) 5~7가닥, 양념(물 500ml, 미림 60ml, 설탕 60g, 청주 30ml, 진간장 70ml)
만들기
1. 병어는 칼등으로 부드럽게 긁어 비늘을 제거한 뒤 양념이 잘 배도록 몸통에 칼집을 낸다.
2. 무는 부채 모양으로 썰고 당근은 꽃 모양으로 얇게 썬다(둥글게 썰어도 된다). 두부는 한입 크기로 썰어 키친타월에 올려 물기를 빼고 표고버섯은 밑동을 잘라내고 갓만 쓴다.
3. 냄비에 ①과 무, 당근, 우엉을 넣고 진간장을 제외한 양념 재료를 모두 넣어 끓이다가 거품을 걷어내고 약한 불로 뭉근하게 끓인다.
4. ③에 두부와 진간장을 넣고 조리다가 표고버섯과 꽈리고추를 넣어 잠시 더 조린 다음 불을 끈다.
셰프의 TIP
일본식 조림 요리를 할 때는 ‘사시스세소(さしすせそ) 법칙’이 있다. 양념을 넣는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설탕), 시(소금), 스(식초), 세(간장), 소(미소) 순으로 식재료에 스며들기 힘든 양념부터 넣는 것이 원리다.
여름철 별미 안주 | 은어튀김
재료 은어 5마리, 꽈리고추 2개, 물 250g, 튀김가루(밀가루 : 시판 튀김가루 2:1 비율) 150g, 밀가루(박력분) 약간, 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은어는 10~15cm의 작은 것을 골라 내장을 빼고 물에 깨끗이 씻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볼에 물과 분량의 튀김가루를 한데 넣어 튀김옷을 만든다.
3. ①과 꽈리고추 겉면에 얇게 밀가루를 묻힌 뒤 ②를 입힌다.
4. 170~180℃의 식용유에 ③을 넣고 재빨리 튀긴다. 생선은 너무 오래 튀기면 탄 맛이 나므로 노릇해지는 듯하면 바로 건진다.
셰프의 TIP
은어는 지금(7~8월)이 제철이며 봉화산 생선이 으뜸이다. 구하기 어렵다면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열빙어로 대체해도 맛이 좋다.
9월의 셰프
정호영 셰프가 추천한 ‘릴레이 쿠킹톡, 셰프의 식탁’5탄의 주인공은 강민구 셰프입니다. 한식을 기본으로 한 아시안 레스토랑 ‘밍글스’의 오너 셰프로 강민구 셰프의 식탁은 <우먼센스> 9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