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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 전현무

그 누구도 해낸 적 없었던 전무후무한 길을 걷고 있는 그를 만났다.

On June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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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를 만난 건 자정이 다 돼가는 늦은 밤이었다. ‘종편의 왕자’라고 불리며 다섯 시간 이상 자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는 그를 만나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다. 그날 그의 마지막 스케줄은 기자와의 인터뷰.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기자의 질문에 쉴 새 없이 답변을 쏟아낸다. 역시 ‘방송가 핫 아이콘’ 전현무다.

기자를 만나기 직전까지 그는 팬들이 마련한 ‘정모(정기 모임)’ 자리에 참석했다. 팬클럽 운영진은 그를 배려해 조용한 자리에서 모임을 진행하려 했지만, “같이 밥 한 끼 먹어야 한다. 배우 김보성과의 의리도 지켜야 한다”는 그의 항변에 장소를 김보성이 직접 운영하는 이태원의 고깃집으로 정했단다. 1타 쌍피, 아니 3피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그의 일상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런 그가 대단해 보였다.

“오늘 정모는 정말 뭉클했어요. 제가 뭐라고 이렇게 좋아해주시나 싶고요. 물론 운영진의 이벤트는 엄청 허술했지만요. 앞으로 이런 이벤트는 업체에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웃음) 아무리 바빠도 팬들을 직접 만나니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네요.”

그를 만나기 며칠 전, 그가 대중문화예술계의 꽃으로 불리는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TV 남자 예능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현무에게 이 상은 지상파 방송사의 아나운서에서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방송인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종의 보증서다. 사실 작년에도 전현무의 수상이 점쳐졌지만, 안타깝게도 신동엽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다. 당시 중계방송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전현무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으니, 이번 수상이 그에게 얼마나 기쁜 일일지 짐작이 갔다.

“솔직히 올해는 상에 대한 기대가 없었어요. 작년에도 제가 받을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못 받았잖아요. 스태프분들, 신동엽 형, PD님들까지 다 제가 수상할 거라고 해서 내심 기대했는데 말이죠. 작년 시상식 때 상 못 받아 정색한 그 표정, 설정이 아니라 진짜였어요. 이번에 상 타고 나서는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마냥 행복했어요. 부모님이 먼저 축하 전화를 해주셨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저나 부모님이나 잘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오늘 마련된 팬들과의 정모도 그의 이번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의 방송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팬들은 저를 친정 오빠 챙겨주듯 해요. 아, 친정 아빠에 더 가까울까요?(웃음) 아무리 바빠도 팬들 생각은 늘 하죠. 한번은 제가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제약회사에서 팬 사인회를 주최했는데 민망하리만치 사람들이 안 왔던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때 오신 제 팬클럽 회원분들이 응원해주셔서 되게 감사했어요. 조만간 그럴싸한 공간을 빌려 팬들과 제대로 시원하게 놀고 싶어요. 소강당이나 소극장, 리조트 딸린 곳에서 ‘전현무 하계수련회’ 같은 걸 하면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팬들을 생각하는 각별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나 보다. 그가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모임이 있기 며칠 전 “팬들을 만날 날이 무척이나 기대된다”며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그 때문에 정모 참석 신청이 빗발쳐 팬클럽 운영진이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전현무를 닮고 싶어 하는 남자 팬부터 멀리 LA에서 그를 만나기 위해 왔다는 해외 팬까지. 전현무의 인기에는 성별도, 국경도 없다.

“요즘은 라디오 생방송을 매일 진행하니까 애청자들은 제 몸 상태가 어떤지 대번에 알아차려요. “전현무 목 또 갔네” “아프세요? 유자차 드세요” 하는 걱정을 많이 해주시죠. ‘가족 같다’는 말이 뭔지 실감이 나요.” 가끔 TV에서 그의 모습을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 그 많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소화해낼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솔직히 말하면 불안함 때문이죠. 불안감은 프리랜서의 숙명이에요.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예요. 불안하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마약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걸 긍정적인 에너지로 치환해야 하는 거죠. 저는 불안하니까 더 열심히 하는 쪽을 택했어요. 몸이 너무 피곤하면 대충 하려 들고 나태해질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되뇌어요. ‘사람들이 널 천년만년 찾아줄 것 같니?’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죠. 그러면 자동적으로 ‘내가 미쳤지’ 하며 대본을 한 번 더 보게 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그는 아나운서 시절부터 바빴다. <남자의 자격> <생생정보통> <불후의 명곡> <가요광장> 등 교양과 예능 가릴 것 없이 진행했던 그였다. 방송 일 자체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스케줄이다.

“어느 순간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은 종종 해요. 녹화하다가 숨 막히고 미칠 것 같아 한숨을 쉰 적도 있고요. ‘진짜 이러다 나 죽겠다’ 싶을 정도로 몸이 힘들 때가 있으니까요. 너무 괴로울 때면 3년 전 KBS에서 나올 때를 스스로 떠올려요. ‘날 찾는 프로그램이 없으면 어떡하지?’ 하며 불안해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들죠. 이렇게 바쁜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아나운서 시절부터 다진 안정된 진행 실력과 예능인의 끼, 그리고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정까지 갖춘 전현무의 프리랜서 전향은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자연스레 전보다 수입도 늘었다.

“대기업 월급 받는 분과 회사 나와서 사업을 시작해 잘되기 시작하는 분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단점은 너무 바빠 경제적인 부분까지는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거죠. 그래도 제가 행복한 건 ‘전현무’라는 나의 브랜드를 가지게 됐다는 거예요.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잘되면 제 브랜드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니까 더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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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 프로그램은 jTBC <비정상회담>이다. 모두가 “일반인에 가까운 외국인 패널들이랑 무슨 방송을 해?” 하며 걱정했지만, <비정상회담>은 신선한 구성과 안정적인 진행 덕에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그래서 그만큼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비정상회담>을 진행하며 정말 많이 배웠어요. 또 성시경·유세윤씨 같은 좋은 동료를 얻은 것도 감사한 일이고요. 1년 이상 진행하며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이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광고계의 러브콜도 많이 받는 중이다. 비타민 음료·어학원·패스트푸드 광고는 물론이고 비주얼 좋은 남자 배우들만 한다는 남성복 광고까지 찍었다. ‘눈 밑 지방 재배치 시술’을 받을 정도로 원체 미용에 관심이 많은 그지만, 패션 광고를 찍고 나서부터는 패션에도 점점 관심이 생기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제가 지금 입은 옷이 그냥 아무렇게나 걸친 거 같죠? 나름 엄청 신경 쓴 거예요. 신경 쓰지 않은 듯 신경 쓴 룩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저만의 패션 철학도 있어요. 복숭아뼈보다 바지 길이가 올라가면 모내기하는 사람 같고, 그보다 내려오면 이장님이에요. 여기 뼈에 딱 맞춰줘야 하죠. 패션 광고 하니까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광고 찍었는데 촌스럽게 하고 다니면 안 되니까요.”

실제로 그는 연예계 대표 그루밍족으로 손꼽힌다. 한때 현재 출연하는 <나 혼자 산다>에 그가 다닌다는 마사지 숍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마사지 숍은 방배나 이수 쪽이 좋다며 기자에게 대뜸 추천까지 한다. 말투 하나하나에서 이웃집 오빠 같은 편안함이 묻어난다. 그를 두고 “대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방송계 사람들의 말에 수긍이 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외면뿐 아니라 내실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방송인이라는 사실이다. 잠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면서도 그는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고 쪼개 스스로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요즘에는 중국어 공부에 푹 빠져 있단다.

“현재 제 중국어 실력은 초급에서 중급 정도예요. 짧은 문장으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하죠. 아까 정모에 중국인 팬도 오셨는데 제가 중국어로 ‘고기 맛있니?’ 하고 물었어요. 맛있다고 하기에 ‘맛있으면 네가 계산해’ 하고 응수했죠.(웃음) 이만하면 쓸 만하죠?” 한편으로는 ‘생뚱맞게 무슨 중국어 공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는 진지하게 중국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에 진출하겠다는 말은 진심이에요.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방송 시장의 규모도 월등히 크잖아요.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으려면 중국어가 필수라고 생각했어요. 원래 외국어 배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방송국 아나운서로 있을 때, 할리우드 배우 로건 레먼을 직접 인터뷰한 적도 있어요. 영어가 완벽하진 않아 진지한 인터뷰 대신 노래를 부르고 농담을 던졌지만요.(웃음) 어쨌든 제가 영어를 전혀 못했다면 그런 기회 자체가 오지 않았겠죠.”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딱 한 가지 없는 것, 바로 인생을 함께하는 반려자다. 그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연예계 대표 싱글남이다. 혼기도 꽉 찼고, 여자를 만나고 싶다며 공공연하게 말하는 그다. 팬들이 그에게 건네는 덕담이 “내년에는 <나 혼자 산다>에서 기분 좋게 하차하십시오”일 정도. 그의 속내가 궁금했다.

“한때는 마음이 급했어요. 이제는 인연과 때가 있다는 것을 믿어요. 아무리 늦어도 50살이 되기 전에는 만나지 않을까요? 제가 마음을 닫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자연스럽게 만나다 보면 언젠가는 결혼하겠죠. 마음에 드는 분 있으면 먼저 연락해 밥 먹자고 할 거예요. 요즘 <수요미식회>에 출연하면서 맛집을 많이 알게 됐거든요.(웃음) 정말 ‘이 여자다’라는 확신이 든다면 내일모레라도 결혼할 거예요.” 억세게 운 좋은 남자로만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그에게선 무엇이든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는 아이 같은 매력도,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지닌 어른의 모습도 엿보였다.

“저는 스스로를 ‘종편’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강자들을 꺾는 게 아니라 그냥 새로운 채널이 생긴 것처럼 저도 새로 생긴 또 하나의 선택지인 거죠. ‘걔? 나쁘진 않아, 최고는 아니지만 볼만은 해’ 이런 느낌이랄까요? 1인자, 2인자보다 이게 더 전현무답지 않나요?”

 

CREDIT INFO
취재
정지혜 인턴기자
사진
이재희
2015년 07월호
2015년 07월호
취재
정지혜 인턴기자
사진
이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