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사 '김범수'
김범수는 젠틀하다. SBS 아나운서로 근무할 당시에도 그랬다. 지금의 그는 이미지와 잘 맞는 문화 콘텐츠 기업 ‘코바나컨텐츠’를 이끄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2009년 <앤디 워홀전>, 2001년 <샤갈전>, 2011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 그리고 최근 큰 호응을 얻는 <마크 로스코전> 등을 기획한 회사다. 그런 그가 리얼 예능에 도전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심지어 안문숙과 ‘썸’을 타다니! 물과 기름 같을 줄 알았던 두 사람을 붙여놓고 보니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JTBC <님과 함께 시즌 1>은 인기리에 종영했지만, 이 둘을 계속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썸’ 커플은 ‘만혼’이라는 콘셉트로 다시 만나게 됐다. 시즌 1에서는 그렇게 수줍음을 타더니 이제는 숨겨진 능청스러움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김범수를 만났다.
실물이 더 미남이에요.
미남은요. 요즘 잘생긴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는 얼굴도 크고 아저씨인데요 뭐.
인기를 피부로 느끼나요?
제가 인기가 있나요? 피부로 느끼는 것까진 아니고요, 요즘 저희 회사에서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전시회를 하는데 예전엔 어머님 관람객들만 저를 알아보시다 대학생이랑 청소년들도 인사하니까 ‘조금은 알아보는구나’라고 생각하죠. 그러고 보니 <님과 함께> 촬영 전에는 블로그 방문자 누적 수가 7천 명이었는데 촬영 이후 86만 명이 넘었어요. 천 배 정도 늘었네요. 그런 거 보면 신기하죠.
전시관에도 직접 나가 있나요?
그럼요. 제 별명이 ‘검표왕자’입니다.(웃음) 티켓 검표도 직접 하고 문의 전화도 종종 받아요. 방송이 없는 날엔 거의 미술관으로 향하죠. 관람객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도슨트’ 활동도 해요. 관람객분들이 저를 보면 엄청 신기해하세요. “김범수씨가 직접 티켓 검표를 하세요?” 하면서요.
<해피투게더>에서 고품격 문화생활로 화제가 됐죠?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집에서 언제나 부모님이 틀어두셨던 음악이 바흐, 베토벤, 베르디 같은 클래식이었죠. 아버지는 외국 출장길에 유화물감을 종종 사다 주시기도 했어요. 그러면 이젤에 서툰 솜씨로 그림을 그리곤 했죠. 아버지가 사 오신 도록의 멋진 그림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도 나네요. 어머니는 언제나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시던 분이었어요.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저도 음악을 즐겨 듣게 되고, 악기도 배우고, 그림도 보러 다니게 되었지요. SBS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에는 자연스레 문화 프로그램을 많이 맡아 진행했고요. “범수씨 프로그램을 보고 문화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인사도 받은 적이 있어요.
사업가로는 어떻게 변신하게 된 거예요?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니에요. 좋아하는 것과 업으로 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잖아요. 전투적으로 관람하고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하루 10시간 이상 미술관과 박물관을 돌았고, 저녁에는 공연을 봤어요.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고 공연을 즐긴 게 아니에요. 왜 이런 걸 기획했는지, 어떤 부분이 관객에게 어필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번 봤죠. 어느 순간부터 공연장이나 미술관에 들어서면 모든 기획과 의도가 3D처럼 눈앞에 그려지더라고요,
전시나 공연을 관람하는 특별한 팁이 있나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20번은 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공연 스토리를 , 두 번째 볼 때는 배우들의 동선에 집중하고, 세 번째 볼 때는 배우들 의상만 바라보고… 이런 식으로 분석적으로 보니까 나중에는 다른 뮤지컬을 한 번 봐도 파악이 잘되더라고요. 도슨트 활동을 할 때도 단순히 그 그림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작품과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 저의 느낌, 인문학적인 요소까지 곁들여 설명드리려고 노력해요.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제가 도슨트하는 시간에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안문숙씨한테도 그림에 대해 설명해드린 적 있나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제가 진행하는 미술 전시회 오시라고 몇 번 말했는데, 글쎄 아직까지도 안 왔지 뭐예요. 사실 오늘 화보 촬영 끝나면 미술관 가자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면 제가 직접 설명해드려야죠, 특별히 정성을 담아서요.(웃음)
공연이나 전시는 혼자 보러 가나요?
저도 작품을 보면서 느낀 감상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요. 그런데 매번 혼자 가게 됩니다. 안문숙씨도 같이 안 가주시고 말예요.(웃음) 여자분들이 접근을 안 해요. 이제 안문숙의 남자라 그런가 봐요. 문숙씨가 저랑 취향이 많이 다른데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져 고마워요.
가까이서 본 안문숙씨의 매력은 뭔가요?
엄청 많아요. 밝고 빠르고 배려심이 남다르죠. 그리고 정말 머리가 좋으세요. 문숙씨 순발력에 매 순간 놀란다니까요. 요리도 엄청 잘해요. 자판기처럼 ‘짠!’ 하면 음식이 나와요. 같이 음식도 많이 만들어 먹었어요. 양념불고기도 구워 먹고, 된장찌개, 삼계탕, 국수, 수제비… 모두 다 맛있었어요. 문숙씨는 김치도 직접 담가 드시잖아요. 저 너무 팔불출 남편 같나요?(웃음)
생각보다 여성스러우신가 봐요.
다들 털털하고 호탕한 이미지만 생각하죠. 하지만 그 내면에는 아주 섬세한 숙녀가 한 분 앉아 계세요. 본인의 의견대로 밀고 나가고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 쓰는 모습을 가리켜 ‘예민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아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프로로 임하죠. 대체 왜 결혼을 못 하신 건지 궁금해요.
진짜로 결혼할 생각은 없나요?
저는 열려 있어요. 그래도 당분간은 문숙씨의 남자로 남아 있어야죠. 주변 분들이 그러다 진짜로 정분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문숙씨랑 <님과 함께>를 촬영하는 ‘지금 이 순간’이 아주 즐거워요. 그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반전 매력 '안문숙'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그녀가 수줍게 “어머, 범수씨…”라고 말하자 유재석을 비롯한 모든 출연진은 경악했다. 오랜 연예계 동료들조차 몰랐던 안문숙의 새로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반듯한 아나운서 이미지의 김범수도 안문숙과 함께하니 능청남이 다 됐다. 천하의 범생남 김범수도 그녀와의 첫날밤에 “그냥 잔다고요?”라는 섹드립을 날리니 말이다. 오늘 화보 촬영에서 그녀는 의상의 세세한 디테일부터 액세서리 하나까지 꼼꼼히 살폈다. “범수씨랑 함께하는 커플 화보잖아요. 허투루 찍고 싶지 않아요.”
앞머리 올리니 이마가 참 예쁜데요?
신랑이랑 화보 촬영하려고 힘 좀 줬어요. 평소에는 머리 내리고 다니는데 이마를 드러내니 어색하고 나 같지 않네요. (범수 : 우리 문숙씨, 아네트 베닝 같지 않아요?) 이봐요, 조용히 좀 하세요.(웃음) 아네트 베닝보다는 산드라 블록 닮지 않았나요?
늘 짧은 머리예요. 길러볼 생각은 없나요?
데뷔 때부터 쇼트커트를 해서 그런지 기르기가 쉽지 않네요. 사람들도 그게 내 이미지랑 가장 잘 맞는다고 하고요. 어깨까지 한 번 길러보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역시 쇼트커트가 어울린다 싶어 시원하게 잘랐죠. 관리하기도 편하고요.
이렇게 다리가 예쁘신지 몰랐어요.
제 다리 봐줄 만하죠. 발목이 제 매력 포인트예요.(웃음) 왜 치마 안 입느냐고들 하시는데 저는 일할 때만 치마를 입습니다. 반전 매력을 노리는 거죠. “그런 줄 몰랐는데 다리 예쁘더라”면서 놀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든요.
굴욕 없는 민낯도 화제였죠. 피부 비결은 뭔가요?
우리 어머니 줄기세포 덕분이죠.(웃음) 82세이신데도 검버섯 하나 안 폈고 주름살도 없는 편이거든요. 딸이 셋인데 모두 피부가 좋아요. 어떤 분이 기사를 쓰셨던데. “민낯인데도 불구하고 굴욕 하나 없이 남편 앞에서 첫날밤을 맞이했다”고요. 저 기사랑 댓글 다 보거든요. “문숙아, 임신이 된 거 같응게 딸을 낳아부러” 라는 댓글에선 한참을 웃었어요.
<님과 함께 2>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요.
사실 시즌 1에서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부담스러웠어요. ‘이 남자랑 만나서 결혼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포맷이잖아요. 사실 이건 가상인데도 두 사람이 진짜 잘되길 바라니까 부담스러웠어요. 그냥 방송은 방송일 뿐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보면 좋은데 시청자분들은 정말로 우리가 사귀길 원하시더라고요. 제작진도 시청자들이 믿기를 바라고요. 그러니 나중엔 겁이 좀 났어요. 그래서 시즌 1으로 가볍게 끝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담당 PD가 시즌 2를 준비하니 나와 달라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문숙씨랑 범수씨의 결과를 너무나 궁금해한다. 그걸 보여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말에 결국 승낙했어요.
그런데 그거 진짜예요? 첫날밤이요.
어떤 기자가 저더러 ‘리얼 예능의 혁명가’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진짜로 잠을 잘 수가 있느냐며 난리였죠. 우리 어머님도 저한테 연락해서는 “너네 잤어?” 하시더라고요. 리얼하게 잘하고 있는 것 같아 아주 뿌듯했어요. 너무 자세한 이야기는 적지 마세요. 시청자들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거든요.(웃음)
범수씨랑 이렇게 궁합이 잘 맞을 줄 예상했나요?
아직 그렇게 말하긴 이른 것 같은데요? 적어도 CF 5개 정도는 찍어줘야 어느 정도 궁합이 맞는다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입질이 슬슬 오는데 업체 쪽은 항상 범수씨랑 커플로 찍기를 원하더라고요.(웃음) 한 가지 확실한 건, 맘에 안 드는 남자하고는 이렇게 못 해요. 아무리 방송이라도 친한 척 못 하거든요. 범수씨는 그런 면에선 일단 통과한 셈이지요.(웃음)
안문숙표 섹드립(야한 이야기나 음담패설) 인기도 뜨거워요.
제 섹드립엔 철학이 있어요. 너무 노골적으로 하지 않고 적당히 선을 지키는 거죠. 수위를 완전 넘어버리면 재미없고 추하기만 해요. 19금 콘텐츠가 대세긴 하지만, 안방의 TV는 10대에게도 노출되니까 선을 지키려고 해요. 부부니까 할 수 있는 그 선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면 범수씨랑 “그냥 잔다고요?” “그럼 뭐 해요?” 같은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프로그램의 분당 시청률이 최고를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아, 시청자들도 갈망하고 있구나’.(웃음) 범수씨가 19금 멘트를 하면 이상해 보일 수 있어요. ‘갔다 온 사람’이니까. 전 괜찮아요. 아직 한 번도 안 다녀왔으니까. 앞으로도 <님과 함께>에서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19금 멘트를 할 예정이에요.
김범수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젠틀해 보이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줄 아는 남자예요. ‘수컷’!(웃음) 19금 토크할 때마다 얼굴 빨개지면서도 좋아하는 거 다 알고 있어요. 내가 조용하면 더 건드리고요. 그런 쿵짝은 잘 맞아요.
결혼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나요?
제가 그동안 했던 역할은 보이시하고 왈가닥에 태권도 하는 여자, 형사 캐릭터였죠. 그런데 <님과 함께>를 찍으면서 내 안에 여성성이 굉장히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미처 몰랐던, 잊어버리고 살았던 참모습을 끄집어내준 프로그램이에요. 앞으로는 문숙이만의 느낌으로 멜로 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