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땐 일하느라 바쁘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꿈만 꿨던 여행을 다닐 시간이 왔다. 국내 최고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8%의 응답자가 은퇴 후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말했고, 실제로 아웃도어 브랜드의 옷을 입고 세계 곳곳을 누비는 한국인 여행자를 쉽게 볼 수 있다. 막연히 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은 tvN <꽃보다 할배>를 통해 굳어졌다. 한국관광공사는 <꽃보다 할배>가 전파를 타던 2013년 7월부터 두 달간 182,696명의 60대 이상 시니어가 해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으며, 이는 1년 전보다 12.3% 늘어난 규모라고 밝혔다. 예전엔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효도관광을 떠났지만 요즘은 자유여행 일정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의 인기가 높다.
여행의 목적도 휴양보다는 관광에 중점을 두며 삼삼오오 모여 마이카를 운전해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국내 65세 이상 운전자 수는 2013년 1,869,155명에서 지난해 8월 2,090,303명으로 증가했으며 운전면허 소지자 중 고령자 비율은 7.1%로 2010년 4.9%보다 2.2% 상승했다. 대부분 유지비와 제반 비용의 부담이 없는 경차를 구매하는 추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경차 판매량은 186,702대로 전년보다 2.56% 증가했으며, 작년에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기아차의 모닝이다.
언제나 설레는 두근두근 여행
60대들이 해외 자유여행을 떠나고 있다. 여행사들은 “평균 나이 77세의 할아버지들의 배낭여행기를 그린 tvN <꽃보다 할배> 방영 이후 많은 60대들이 해외 자유여행에 나서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예전에는 비행시간이 짧은 곳을 선호해 중국, 베트남, 방콕, 캄보디아, 일본 온천으로 패키지여행을 떠났다면 최근에는 크로아티아, 터키, 대만이 각광받고 있으며 패키지여행에 하루 이틀씩 자유 일정이 추가된 상품이 인기다.
01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국내 여행
모두투어에 따르면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하는 남해 독일마을 코스, 파독전시관, 금산보리암, 다랭이마을을 둘러보는 코스로 엘더 서퍼가 몰리고 있다. 버스 여행으로 떠나는 78.3km의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10개 구간 50개 코스 중 5개 코스로, 이곳에선 망양정과 월송정 등 관동팔경 중 2경을 관광할 수 있는 경상북도 울진으로 많이 떠난다고.
tip 마이카 타고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
01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
세미원은 팔당호 상류에 있는 정원이다. 들어가는 길에 마음을 깨끗이 씻으라는 의미에서 빨래판이 놓여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연꽃이 가득 피어 있는 연못으로 6~8월에 정점을 이룬다. 근처에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와 하수처리수를 이용해 인공폭포를 만든 피아노폭포가 있다.
세미원-도보 10분-두물머리-차량 15분-왈츠와 닥터만 커피박물관-차량 10분-화도푸른물센터
주소_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로 93
이용료_성인 4천원, 어린이 2천원
02 바람도 머물다 가는 향기 정원, 허브빌리지
임진강변에 위치한 이곳은 식사, 산책, 휴식을 한 번에 취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가득 핀 라벤더꽃의 향기가 바람에 날아오면 쌓여 있던 피로가 한 방에 가신다. 야외 공연장인 문가든에서는 축제 기간 동안 다양한 음악 공연을 즐길 수 있으니 가기 전에 일정을 체크해보자. 문가든을 지나면 허브 찜질방이 나타난다.
- 추천 코스
숭의전지-차량 20분-허브빌리지-차량 35분-태풍전망대-차량 40분-조선 왕가-차량 5분-재인폭포
주소_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북삼로 20번길 55
이용료_성인 평일 6천원·주말 7천원, 어린이 평일 5천원·주말 6천원
03 수몰된 청풍의 살아 있는 역사, 청풍문화재단지
단지 안에 솟아오른 망월산성의 정자에 오르면 발아래로 청풍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1983년부터 3년간 수몰지역의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복원해 단지를 조성했다. 청풍호반의 벚꽃은 아름답기로 유명해 4월에 가면 사람이 몰린다. 진입로가 좁으니 인내심이 적은 사람은 벚꽃이 피기 전에 다녀오자. - 추천 코스
청풍문화재단지-차량 15분-비봉산 활공장-차량 25분-정방사
주소_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로 2048
이용료_어른 3천원, 중·고생 2천원, 초등학생 1천원
02 자유롭게 떠나는 해외여행
자식들이 예약해주는 패키지로 효도관광을 떠나는 60대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여행박사에 따르면 가고 싶은 곳을 직접 선택해 훌훌 떠나는 60대 이상 여행객이 매년 30%씩 증가하고 있으며 2014년에 유럽을 방문한 60대 관광객은 2012년에 비해 70%가량 증가했고, 미주와 대양주는 98%의 증가율을 보였다. 유가 하락, 설 연휴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1~2월 예약자는 전년 대비 117%까지 증가했으며, 어느 한 사람이 여행을 다녀와 보고 그 여행지가 마음에 들면 같이 모임을 하는 지인들을 동원해 다시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고. 모두투어는 대만과 터키를 떠오르는 관광지로 지목했다.
대만 일원담 호수
일본 오키니와 츄라우미 수족관
일본 구마모토 구로카와 온천
터키 술탄아흐멧
mini interview
은퇴 후 세계속으로_김연학(64세)·이영숙(58세) 부부
1년에 두세 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와요.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게 싫어 중국, 일본 등 가까운 나라로 다녀오지요. 커플 룩처럼 비슷한 소재, 디자인으로 맞춰 입으면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이기도 하고 사진도 더 잘 나온답니다. 사진은 주로 휴대폰으로 찍어요. 휴대폰과 카메라 둘 다 챙기려면 번거롭고 사진 관리를 할 때도 불편하더라고요. 젊었을 때는 일하고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여행을 꿈도 못 꿨지만 자식들 다 키워놓고 다니니까 집에 밥이 없어도 걱정이 안 되네요. 내년이 결혼 30주년이라 해외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자식들에게 한마디하고 싶네요. “얘들아, 기대하고 있다!”
* 이 사진은 엘더 서퍼 김연학·이영숙 부부가 스마트 폰으로 촬영해 카카오톡으로 전송한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