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갈수록 혼인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2.1세, 여성은 29.4세라고 한다. 혼인 연령이 높아지면 좀 더 성숙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멋모르는 시절에 결혼한 커플보다 자신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확고해진 뒤 결혼한 커플이 일반적으로 더 갈등이 많다는 얘기다.
A씨(남성)의 경우도 그랬다. 대학을 거쳐 외국 유학까지 마치고 자기 사업을 하느라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주변의 소개로 33세의 B씨(여성)를 만났다. 두 사람 모두 나이 든 상태에서 알게 되었으니 당연히 결혼을 전제로 만났고, 만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잠자리도 하고 결혼까지 약속했다.
B씨는 A씨에게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만큼 B씨 명의로 신혼집으로 쓸 아파트를 구입해줄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예비 신부의 말에 흔쾌히 아파트를 구입한 것은 물론이고 지방에 있는 수억원대의 토지도 B씨 앞으로 명의를 이전해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직업이 없던 B씨를 A씨 회사의 직원으로 신고해 매달 5백만원 상당의 월급도 지급해주었다.
경제적으로는 풍족했지만 싱글살이를 오래한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A씨는 결혼 전과 마찬가지로 한 달 중 절반 이상을 국내외로 출장 다니기 바빴다. 남들에게 까칠한 성격도 그대로였다. 화가 나면 아내에게도 마구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출장 건에 대해서 사사건건 간섭하는 아내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답답한 건 아내 B씨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갖는 것은 물론이고 쇼핑을 하는 것까지 남편의 간섭을 받자니 무척이나 괴로웠다. B씨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시부모가 집에 찾아왔을 때였다. 한 번도 집에서 직접 밥을 해본 적이 없는 B씨가 시부모가 올 때마다 식사를 준비해야만 했는데, 그때마다 받는 스트레스가 실로 엄청났다고 한다.
갈등의 골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고 남편이 아내의 전 남자친구에 대해 거론하기까지 하자, 참다못한 아내는 짐을 싸 집을 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후 B씨는 남편에게 이혼 청구를 했다. A씨도 이혼에 응하고 싶었지만 뒤늦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하는 모습을 주변에 보이고 싶지 않았다. A씨는 결국 이혼에 응하지 않았고 회사 돈으로 주던 생활비 5백만원도 더 이상 지급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외면한 채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집을 떠난 아내 B씨로부터 이혼 소장을 받았다. 위자료를 요구한 것은 물론이고 A씨가 B씨 명의로 해주었던 부동산도 모두 자신이 가지겠다는 주장이었다. A씨와 B씨는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결국 법정에 섰다.
글쓴이 이명숙 변호사는…
25년 경력의 이혼·가사 사건 전문 변호사로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의 자문 변호사로 활약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과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맡고 있다.
- ※이 변호사의 어드바이스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그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사회 경험이 많은 상태에서 결혼하면 상대를 더 많이 배려하고 이해해줄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혼자만의 생활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작은 갈등도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A씨와 B씨의 경우,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된 부부였다. 두 사람 모두 이혼을 원하므로 이혼은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B씨의 기대와 달리 이혼을 하게 된 책임은 두 사람 모두에게 비슷하게 있으므로 위자료는 주고받지 않게 된다. 또 문제가 된 부동산도 두 사람이 함께 모은 공동 재산이 아니므로 B씨 명의로 된 재산은 모두 A씨에게 반환해야 한다. 해당 부동산은 A씨가 원만한 혼인 생활을 전제로 B씨에게 명의 이전을 해준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