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설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설탕의 해악은 주부님들이 익히 알고 계신데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는 참 귀한 식재료로 간혹 약 대신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수입품이던 설탕이 1950년 국내에서 생산되기 이전까지는 그랬습니다. ‹동의보감›에 보면 ‘사탕가루’라고 해서 탕약 처방에 들어가기도 했고요. 실제로 어려웠던 시절, 에너지가 부족해서 오는 두통에는 설탕이 명약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심한 구토에도 설탕을 사용했는데요. 설탕이 위장의 운동을 방해하는 성질을 약으로 이용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위장의 운동을 방해하는 이 성질은 만성 위장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설탕은 잘 쓰면 약이 되기도 하지만 과잉 섭취하면 독으로 작용합니다.
설탕에 대한 경고는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좀 더 일찍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에 ‘슈거 블르스’라고 해서 설탕이 몸에 미치는 해악에 대한 연구가 유행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설탕을 줄이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우리나라의 설탕 섭취를 보면 대개 35%는 음료수로, 33%는 커피로, 16%는 과자나 빵, 그리고 8%는 유제품으로 섭취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또한 설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짭짤한 맛들, 예를 들어 라면이나 소스류, 짭짤한 과자나 인스턴트식품에도 상당량의 설탕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쯤 되면 설탕에 과다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요.
설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혈당을 요동치게 해서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당분의 과잉 축적으로 비만을 초래하거나 위장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면 2차로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설탕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조리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인데요. 그렇다면 정제 설탕 대신 비정제 설탕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정제 설탕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정제 과정을 거쳐 설탕이 원래 가지고 있던 미네랄은 빠져나가고 순수한 당분만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을 분해하려면 반드시 미네랄이 필요합니다. 정제 설탕을 많이 먹으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해지고 몸이 산성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비정제 설탕은 이러한 정제 과정을 거치치 않았으므로 미네랄이 남아 있습니다. 정제된 설탕은 칼슘이나 인, 마그네슘, 철이 거의 없는 데 반해 비정제 설탕은 이러한 미네랄이 풍부히 함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당을 분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미네랄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다른 예로 꿀벌도 정제 설탕으로 꿀을 만들게 하면 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최근 설탕 대신 사용하고 있는 대체 감미료들에 대한 오해가 있어 부연 설명을 하겠습니다. 사실 설탕의 해악이 알려지면서 등장한 것이 대체 감미료입니다. 대체 감미료들은 적은 비용으로 진한 단맛을 내기 때문에 경제적인 효과가 있고 혈당 지수를 올리지 않는다 해서 안전하다고 선전을 하는데요. 혈당 지수를 올리지는 않지만 바로 체지방으로 쌓이기 때문에 무가당 음료라고 해서 무턱대고 많이 마셨다가는 살이 찔 수도 있답니다.
어쨌거나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과일 당이나 대체 감미료, 설탕 등은 역시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적절한 것을 선택해 소량을 사용하면 건강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의사 김수경은…
진료 전문 10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 (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7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